오만과 독선으로 유권자 눈높이 '무시'

 

‘공도동망(共倒同亡·같이 넘어지고 함께 망한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이 보여준 공천심사 전말을 빗대 나올 수 있는 사자성어다. 인천시당의 공천은 오만과 독선에 차 유권자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선 후보자 선정 잣대는 고무줄이었다. 때로는 공천관리위원의 떼쓰기에, 때로는 당협위원장의 엄호와 저격에 공천신청자들은 죽고 살기를 반복했다.

당협위원장과 특정 예비 후보자간 암약에 의한 시치미도 공천판을 뒤흔들었다. 상향식은 고사하고 결국 내 사람 심기가 아니면 내편 줄세우기식 공천이었다. 상식이라고는 당최 통하는 않는 사천(私薦)으로 얼룩졌다.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음)

이번 새누리당 인천시당 공천심사의 가장 큰 쟁점은 전과가 있는 예비후보들에 대한 엄격한 기준 적용이었다. 하지만 그 기준의 칼날은 지역별·인물별로 무뎌졌다. ‘그때 그때 달라요 식’ 범죄경력 심사는 예비후보자의 반발을 일으켰고 공천관리위원장 교체로까지 이어졌다.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전용태 변호사에서 윤상현 국회의원으로 바통이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경선 탈락자로 지목된 전과 11범이 경선대상자로 결정되는 결과를 낳았다.

윤 의원 주도로 열린 공천관리위에서 윤 의원의 지역구 시의원 예비후보 B씨가 경선 후보로 기사회생했다. B씨는 전과 11범으로 탈락이 확정적이었지만 B씨가 지난 10일 결국 최종 경선 후보자로 선출된 것이다. 이날 공천관리위의 결정으로 생계형 전과경력으로 탈락한 예비후보자들은 윤 의원의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윤 의원은 이에 대해 ‘예비 후보자의 범죄경력은 공천관리위가 아니라 주민들이 선택할 부분이다’고 발언해 B씨를 노골적으로 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거꾸로 B씨와 같은 선거구에 시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C씨는 B씨가 경선후보로 결정되자 공천신청을 철회하고 무소속 출마를 준비중이다.

당원 D씨는 “위원장 교체로 파행을 겪고 있는 공천심사가 올바른 길로 접어들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자기 자식 챙기기’만 했다. 이같은 결정으로 전과 경력 기준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탈락자들의 불만만 가중시킨 셈이다”고 말했다.

▲조변석개(朝變夕改, 계획이나 결정 따위를 일관성이 없이 자주 바꿈)

시당 공천심사의 또하나의 관심거리는 현직 군수·구청장의 탈락 여부였다.

당초 시당 공천관리위는 공천신청자를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 심사를 벌인 결과, 전과 등 청렴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된 기초단체장 E씨와 F씨가 컷 오프 탈락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었다. E씨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조세법 위반, F씨는 사기 전과기록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E씨는 경선 후보자로 선출됐고, F씨는 중앙당 공천관리위에서 결정하기로 번복됐다.

정치력을 동원했건,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건 간에 공천관리위의 결정이 외압으로부터 하루 아침에 바뀐 꼴이 됐다. 공천관리위의 공정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과기록과 해당행위 경력으로 탈락한 후보자들이 반발하자 공천관리위는 재심 끝에 경선 후보자로 추천하는 등 번복했다.

당원 G씨는 “공천관리위가 외압으로 인해 결정을 밥먹듯이 바꿨다. 들쭉날쭉한 심사기준은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고 탈락한 예비후보자들은 공천관리위의 공정한 심사보다는 당협위원장 등 정치력을 동원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어부지리(漁父之利, 두 사람이 다투고 있는 사이에 이 일과 아무 관계도 없는 제삼자가 이익을 보게 됨)

줏대없는 공천심사로 지옥과 천당을 오간 예비 후보자들이 있다. 해당행위 경력과 전과 경력으로 탈락됐던 남동구 구의원 예비후보자 H씨와 부평구 구의원 예비후보자 I씨가 지난 10일 경선 후보자로 결정됐다. 이미 결정돼 여론조사까지 벌이고 있었지만 이들의 합류로 중단했고 다시 여론조사를 벌이고 있다.

H씨는 같은 지역 시의원 예비후보자인 J씨가 똑같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탈락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시당에서 단식농성을 벌였고, 재심끝에 최종 경선 후보자로 추천됐다. 선거법 위반 경력으로 탈락된 I씨는 ‘방화범 전과자가 경선 후보자로 결정됐다’며 항의한 끝에 경선에 합류했다. 이미 경선 여론조사를 하고 있던 경선 후보자들은 뒤늦은 합류에 대해 또다시 반발했다.

또 당초 계양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을 하려던 K씨는 이 지역이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분류되자 시의원에 출마키로 마음을 고쳤다. 하지만 여성 예비후보자 L씨가 마감시간을 넘겨 공천신청해 심사 대상자에서 탈락됐고, 이 지역이 여성우선추천지역에서 배제되자 K씨는 중앙당에 재심 요청을 했다.

중앙당은 재심 청구를 한 K씨의 주장이 마땅하다고 보고 조만간 시당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공문을 내릴 계획이다. 이 지역 당협위원장은 공천심사를 한 공천관리위원이었다.

당원 M씨는 “공천관리위가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탓에 결과를 번복해야 하는 등 깊은 수렁에 빠졌다. 옷을 제대로 입을 생각은 않고 마지막 단추만 서둘러 끼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격안관화(隔岸觀火, 강 건너 불보듯 하다)

컷 오프를 위한 여론조사 일정과 중간 결과가 공천관리위의 공식 발표 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구청장 예비경선은 아무런 대책없이 두루뭉술 넘어갔다. 5일동안 재심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한 예비후보자 N씨는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밝혔고, O씨도 N씨와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지역 예비후보자들의 예비경선에 깊숙히 개입한 당협위원장들과는 달리 이 지역 당협위원장은 이렇다할 입장도 없었다. 시당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예비후보자들을 만나지도 않았다.

상향식 공천을 위해 개입하지 않겠다는 판단이지만 지역의 분열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한발 물러난 채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단식농성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N씨는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무소속 출마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여론조사 사전 유출 의혹과 관련해 O씨와 함께 법적 대응키로 했다.

당원 P씨는 “불공정한 공천심사로 당원들의 분열을 봉합하고 치유해야 할 당협위원장이 손에 피를 묻히기 싫어 뒤로 숨었다. 지역이 분열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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