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 영종지구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들 두 지구 경제자유구역에 지정된 지 3년 흐른 지금 개발과정에서 본래 목표한 경제구역 지정 취지가 크게 퇴색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청라지구는 당초 개발 방향에서 크게 어긋나 단순 신도시 기능만 수행할 것이란 지적을 받고 있고, 영종지구는 대규모 면적에다 자족기능 부재로 단순 신도시로 가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두 지구는 지정 당시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면 아예 경제유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첨단산업 유치쪽으로 개발 방향을 다시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라지구내 GM대우 연구개발센터 전경. 청라지구는 외국 금융기관 유치가 미흡해 국제금융비지니스 중심 목표에서 벗어나 단순 국내용 신도시에 그칠 것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청라지구= 청라지구는 지난 2003년 8월 동북아 국제금융비즈니스 거점 육성을 목표로 경제자유구역에 지정됐다.

이 지구는 세계 각국의 외국금융기관을 유치해 이들 금융기관과 외국인 기업들이 편리하게 비즈니스활동을 펼칠 수 있는 국제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지정 당시 개발 방향이었다.

이에 따라 청라지구 개발사업자인 한국토지공사는 총 538만평의 사업지에 5조6천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인구 9만명을 수용하는 국제금융과 국제레저 중심도시로 개발하게 된다.

그러나 청라지구는 국제금융도시로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국제업무지역의 외국금융기관 유치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당초 계획대로 동북아 금융비즈니스 거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업무지역 사업 후보자로 선정된 와코비아-대우건설 컨소시엄이 호주계 알코파이낸셜그룹, HSBC 코리아, ABN-AMRO 등을 비롯한 외국금융기관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토지공사측은 이들 금융기관의 유치 타당성에 대한 정밀 검토작업을 벌인 적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청라지구 개발 목표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국제업무지역내 외국인 금융기관 유치가 검증되지 않은 사업 제안 정도에 그쳐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후 3년이 지난 지금 당초 목표한 외국 금융자본, 외국기업 유치를 통한 국제금융도시 건설에서 벗어나 주제가 모호한 일반적인 국제업무단지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경제자유구역 지정후 토지공사가 공을 들인 유니버셜스튜디오 테마파크 유치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금융도시 건설과 함께 목표한 국제레저도시 건설도 어렵게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도 미흡해 현재까지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2천384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지역 개발사업자 공모 결과, 투자계획은 국제업무타운 사업 1천870억원, 골프장 사업 443억원, 테마형 레저,스포츠단지 사업 71억원에 불과, 개발 사업과정에서 외국인 투자비율은 전체 사업비와 비교해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청라지구 조감도


이런 상황에서 토지공사는 지난 7월 24일 청라지구 개발 착공에 들어가면서 고급 택지개발과 골프장 건설, 테마파크 건설을 통해 국내 부유층을 끌어들이는 명품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국제금융도시 건설 목표 대신 부유층을 끌어 들이는 신도시 건설에 우선을 두겠다는 뜻이어서 개발이 완료되면 경제자유구역이 아니라 단순 신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청라지구는 당초 목표한 국제금융도시 건설, 레저도시 건설에서 궤도를 벗어나고 있는 만큼 개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부유층 유인을 겨냥한 명품도시 건설은 자족기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단순 신도시 정도의 기능만 수행할 수 밖에 없어 첨단산업기지 유치를 통한 경제유발효과를 높이는데 새로운 목표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이 계획에 따라 청라지구내 일부 부지에 GM대우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하고 화훼단지 부지를 첨단산업단지 용지로 전환하는 등 개발 방향을 새로 잡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경제구역 개발승인권을 쥔 재정경제부 등 중앙 부처 협의 과정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걸림돌이 드러나면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청라지구가 당초 목표한 국제금융도시 건설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외국금융기관 유치에 더 노력을 기울여여 하고, 아니면 경제적 효과가 높은 첨단산업 유치쪽으로 개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영종지구= 570만평 영종지구는 개발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이는 영종도 운북동은 운북복합레저단지로, 용유도와 무의도가 해상관광단지로, 인천공항은 물류 및 공항복합도시(Air-City)로 개발되는 만큼 영종도 570만평도 특성화된 도시로 개발해야 경제자유구역의 개발 취지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토지이용계획대로 영종지구 570만평을 개발한다면 영종도는 또 하나의 주거 기능만 갖춘 신도시에 불과하다.




영종지구 조감도

한국토지공사는 영종지구 570만평을 동북아 중심국가 실현, 인천공항과 연계한 고부가가치 항공 물류 산업도시건설, 공항 및 산업물류단지 지원을 위한 국제도시, 수변공간의 입지 잠재력을 활용한 레크리에이션 도시 건설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토공은 영종지구 570만평의 토지이용계획을 설계했다.

영종지구 570만평중 주택건설 용지는 145만평(25.3%), 상업·업무시설용지가 24만평(4.2%), 공공시설용지 310만평(53.7%), 유보용지 42만평(7.4%) 산업시설용지는 54만평(9.4%)이다.

토공은 7조2천176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인구 13만2천명의 국제도시를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역시 영종도에 주거용지 180만7천여평에 아파트 4만9천490가구와 주상복합 650가구, 단독주택 5천560가구 등 총 5만5천700가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영종도 개발계획은 토공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목표로 하고 있는 동북아 중심국가 실현과 인천공항의 물류지원도시 등 경제자유구역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은 단순 주거 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미 운북동과 용유·무의도 관광레저단지 개발에 착수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인천공항 400여만평에 카지노와 호텔 등 각종 위락시설을 갖춘 공항복합도시 건설을 위해 용역에 착수, 2007년말이면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토공이 개발하려고 하는 영종도 570만평은 영종도 개발사업중 가장 큰 규모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전혀 특색이 없다.

특히 영종도에는 이미 인천공항 배후도시로 66만평의 공항신도시가 있으며 운서지구 9만여평, 14만5천평의 운남지구 등 3곳의 미니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이들 미니신도시는 단순 주거 기능만 갖췄다. 지난 2001년 입주가 시작된 공항신도시는 현재 2만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70% 이상은 인천공항과 연계된 상주직원들로 공항신도시의 아파트 등을 관사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공항신도시는 주말이면 상주직원들이 모두 빠져 나가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운서와 운남지구도 아파트와 단독 주택만 즐비해 공항신도시와 비슷하다.

영종도는 이미 개통된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비롯 앞으로 인천대교, 공항철도, 제3 연륙교 등 접근로가 개설되더라도 모두 값비싼 통행료를 평생 낼 수밖에 없다.

토공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영종도 180만평에 주거단지를 조성한다면 영종도는 공항신도시 처럼 자족기능이 전혀 없는 배드 타운으로 전략할 수밖에 없다.

영종도를 경제자유구역 개발 취지에 맞게 개발하기 위해서는 54만평에 불과한 산업시설용지를 100만평 이상으로 대폭 늘려 세계적 물류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의 생산시설을 유치한 기업도시 등 특색 있는 도시로 개발해야 한다.

유필우 국회의원(열린우리당 인천 남구갑)은 “현재의 영종지구 570만평 개발 계획은 자족기능이 전혀 없는 단순한 신도시에 불과하다”며 “최근 Fedex 아시아지역본부가 우리나라로 이전을 타진하고 있어 영종도 유치를 추진하던가, 아니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시스템 설비를 유치해 기업도시로 키워야 영종도가 살 수 있는 만큼 산업용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구준회 박준철기자 jh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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