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관 근거로 당연직 이사 선임
여야는 물론 소속 상임위원들도 몰라
연수구의 사업 주도권 잡기 포석 추측

 

 연수구청 청사

연수구의 핵심사업으로 사업 추진단계부터 마찰을 일으켰던 문화재단이 소관 상임위원장을 이사로 선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여야는 물론 소속 상임위원들까지 모르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밀실 선임’ 배경에 눈길이 가고 있다.

인천 연수구 문화체육과는 지난 10월 구 의회 자치도시위원장인 최대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내년 1월 출범하는 문화재단의 당연직 이사를 제안했고, 최대성 의원은 이를 수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자유한국당 측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야당의 한 의원은 “야당이 몰랐다는 점도 문제지만 같은 상임위 소속 의원들 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일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몰랐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역정가는 이 같은 ‘밀실 선임’ 배경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고남석 구청장이 문화재단 사업에 대해 속칭 ‘그립(grip)'을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현재 두 번째 임기 중인 고남석 구청장은 첫 임기때부터 문화재단 사업을 진행했지만 좌절을 겪었다. 이번 임기에서도 경제타당성(B/C)을 이유로 한 차례 부결이 났다. 이후 다음 임시회의 때 다시 안건을 올려 통과시켰지만 이 과정에서도 갈등이 있었다. 

의회 의석 과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 결정을 번복하고 본회의에 올림으로써 가결시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측은 항의의 표시로 본회의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수구의회는 지난해 상임위 결정을 본회의에서도 존중하기로 합의했지만 올해 문화재단 안건에서 이 같은 합의가 깨진 것이다.

문화재단을 둘러싼 신경전은 재정 문제로 이어진다.

연수구가 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를 얻어 기금을 출연해야 하지만 자유한국당 측에서는 여전히 문화재단에 대해 ‘시기상조’란 이유로 견제하고 있다. 

470억여 원 규모의 사업비에 대해서도 구는 “시와 중앙에서 지원을 받겠다”는 계획이지만 한 시의원은 “현재 인천시에 들어가는 돈이 많다. e음카드 문제도 있고 도심 개발사업에도 돈이 많이 들어가 (문화재단 지원은) 미지수”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재정자립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연수구의 상황을 고려하면 수익모델도 마땅치 않은 문화재단의 막대한 예산을 구의회가 견제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연수구가 의회를 컨트롤하기 위해 최대성 의원을 선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문화재단의 상임위 소관도 본회의 가결 전에는 기획복지위였지만 가결 이후에는 자치도시위원회로 변경된 바 있다.

자치도시위원장인 최대성 의원이 본인이 이사로 있는 재단에 대해 제대로 감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례 해석 역시 의원 겸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 선거의회과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출연해 비영리재단법인을 설립하고 기금을 출연하는 경우 지방의회 의원이 해당 비영리재단법인의 당연직 이사가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화재단은 '지역문화진흥조례안' 9조2항에 따라 비영리재단이며 12조와 14조에 따라 자치단체의 기금 출연으로 기본재산과 적립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따라서 최대성 의원의 겸직은 사실상 지방자치법 35조5항을 어긴 것이다.

이처럼 법리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잘못된 정관에 근거해 구의원을 당연직 이사로 선임한 부분 역시 의혹제기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연수구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민과 관, 의회가 하나로 합쳐 잘 이끌고 싶어 그랬던 것”이라며 “현재 법령부분에 대해서는 구의원의 당연직 이사 선임 정관조항을 수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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