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대형 차량 견인기준…웃기는 세상입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정부가 그동안 고속도로에서의 견인 차량 과적 단속을 비현실적으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견인 차량과 사고 차량을 합한 무게가 단속 기준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의 안전과 원활한 통행을 위해 사고 차량에 대한 긴급한 처리가 요구되지만 정부의 단속기준은 이를 따라가지 않는 실정이다.

여기에 관계당국이 설치한 계근대 역시 각 영업소마다 단속 중량이 달라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관계기관들이 서로 책임 소재를 떠넘기며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견인 업체들은 과태료를 물어가며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거래업체이기 때문이다. 

주로 견인차량 거래업체들은 탄력적으로 과적 단속을 하는 국도 및 일반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단속을 감수하고서라도 '울며겨자먹기'로 견인을 해야하는 것이다.

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차량 바퀴 축하중 10t 또는 총중량 40t을 초과한 차량 및 건설기계는 도로법상 과적 단속 대상이다.

축하중 2t 미만·총중량 5t 미만은 횟수에 따라 최저 50만 원에서 최고 100만 원, 축하중 2t 이상 4t 미만·총중량 5t 이상 15t 미만은 최저 80만 원에서 최고 160만 원, 축하중 4t 이상·총중량 15t 이상은 최저 150만 원에서 최고 3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고속도로에서의 대형 견인 차량 단속에 있다. 이들 차량이 견인하는 대상은 보통 한 대에 수십t에 달하는 대형 차량들이다. 최고 28t인 대형 견인 차량과 견인 대상 차량의 무게를 합하면 법정 단속 무게인 40t을 훌쩍 넘는다.

이에 따라 단속 기관에서는 견인 차량과 사고 차량을 합한 무게를 감안해 48t으로 늘려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탱크로리나 덤프트럭에 짐이 실려 있으면 이 마저도 무용지물이다.

과적 단속을 받지 않고 고속도로에서 사고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내용물을 덜어놓고 해야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사고 견인 차량에 대한 단속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다만 단속 기준을 넘기는 견인 차량이 허가를 받으면 과적 단속 대상에서 제외 될 수 있다. 하지만 관계당국이 서로 책임을 떠 넘기면서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긴급을 요하는 고속도로 사고 차량 견인 업체들은 견인요금보다 많은 과태료를 물어가며 사고 수습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각 요금소 계근대에서 재는 차량 무게 마다 차이가 있어 과적에 단속되는 황당한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형 견인 차량을 운전하는 A(45)씨는 최근 경기도 포천 축석고개에서 고장 차량인 덤프트럭을 견인해 수리센터가 있는 인천으로 향했다. 외곽순환고속도로에 오른 A씨는 김포요금소에서 축중제한 과적으로 단속됐다.

목적지인 인천 수리센터까지 가는 동안 양주요금소와 김포요금소, 인천요금소 등 3곳의 요금소를 지났다. 하지만 유독 김포요금소에서만 제한차량으로 단속 대상이 됐다. 김포요금소와 다른 요금소의 총중량은 약 4t의 차이가 났다.

김포요금소는 다른 요금소와 달리 적발을 위한 단속 t수를 하향 적용하고 있었다.

A씨는 “과적이라면 어떻게 처음과 세번째 요금소는 통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각 요금소에서 경우에 따라 과적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는게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응급 및 레커 차량 등 구난차량은 48t 이상일 때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과적 단속을 하고 허가는 국토관리사무소나 관할 지자체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도로공사에서 과적 허가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단속의 주체는 도로공사로 허가도 그 곳에서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과적 단속과 관련해서는 도로공사에 자체규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길 전국렉카연합협동조합 회장은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목숨을 걸고 대형 사고 차량을 견인하는데 과태료 폭탄을 맞으면서 일하는 것은 힘들다“며 ”분명한 과적 단속 규정 및 담당 기관이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합원들이 고속도로 견인을 거부하겠다며 파업을 예고해 고민이 크다”면서 “이제라도 잘못된 점을 정부가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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