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일은 실존적 주체로서의 인간이 사회적 삶을 영위하면서 겪는 고뇌와 번민, 그리고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에 문제의식을 갖고 집요하게 탐구해 왔다.

그의 작품세계를 관류하는 의식은 예술의 자율성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모더니즘 미술이 간과해왔던 인간의 삶과 역사, 일상과 정치의 문제를 다시 미술의 의미망 안으로 포괄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통상적으로 그는 자신의 조각을 삼차원적 공간 속의 ‘기념적 재현’ 또는 ‘작품과 좌대’라는 근대조각의 형식 틀 안에 한정시키지 않았다. 간혹 그 틀 안에 두더라도 대상, 주체, 관객이 뒤죽박죽된 그의 조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주체(대상)의 존재방식에 관해 새로운 성찰을 유도케 한다.

근자에 이르러 오상일은 조각과 설치와의 혼융을 꾀함으로써 조각적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작가는 구상조각의 양식을 고수하면서도 여기에 설치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내용의 전개방식에 서사성을 부여하고, 완성태로서 조각과 가능태로서 설치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설치작품 ‘섬’에서 오상일은 다시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 삶의 고독한 측면을 내적 성찰을 통해 관조하고 있다. 각각의 ‘섬’들은 독립된 완결성을 지니면서 설치형식을 취함으로써 빛, 공간, 개념이 유기적으로 일체화 된다.

고립의 지표로 선택된 각각의 섬들에서 각각의 인간들이 대화를 요구하는 듯하다. 그러나 망망대해의 외로운 섬에서 외치는 소리는 메아리조차도 대답해주지 않는 단말마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같이 각각의 섬에 홀로 고립돼 있는 고독한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면 더욱 엄습해 오는 소외감 속에서 ‘자아의 상실’을 상실한 이중의 상실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존재들로 비쳐진다.

이렇듯 오상일의 서술방식은 작품의 의미나 가치를 상호주관적인 장에 귀속시킴으로써 내적 주관이냐 외적세계냐 하는 양자택일에서 자유롭게 해준다. 바야흐로 그는 현대사회의 모순적 측면을 문제 삼는 외부지향성과 미적 욕망주체인 작가의 트라우마를 문제 삼는 내면 성찰성을 띠는 서사적 성격의 작품을 통해 존재론적인 장인 동시에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장으로도 이해될 수 있는 새로운 조각적 서술방식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 제물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미대조소과와 동대학원(미술학박사)을 졸업, 현재 홍익대 대학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경모·인천대 겸임교수·미술평론가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