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천이 서울에 종속된 문화의 사각지대라는 말을 듣는 것이 정말 싫었다. 그래서 1981년에 인천의 문화 중흥에 불을 붙여보자고 선후배들의 주머니를 털어 집현이라는 이름의 극단을 창단하고 인천 역사 이래 최대 규모였다는 연극 리어왕을 천신만고 끝에 구 시민회관에서 공연하였다. 아직도 그 극단 집현을 인천의 후배들이 잘 이어가고 있으니 오직 감사하다.

그 이후로 여러 인연이 얽혀 축제가 없는 인천에 축제를 만들어보자고 5년이나 월미도 행위예술제를 조직하기도 했고, 인천의 이러저런 크고 작은 문화예술 활동을 주관하거나 참여해 온 것이 이제는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다. 인천의 유네스코 회원들과 요즘 3회를 넘기며 진행하고 있는 무예산(無豫算) 작은 문화제는 이제 또 다시 시작하는 즐거운 인천을 위한 작은 도전이다.

문화활동에 반드시 많은 돈ㆍ권력 필요할까

나는 한 도시의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또는 무엇을 도시의 문화라고 하는가에 대해 무척 오랫동안 답을 찾아 방황하였다. 그리고 이제 와서야, 비단 문화 예술 활동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의 어떤 행위라 할지라도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의미 있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 편안하게 함께 살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문화적 활동이라 하고, 그를 해하는 행위라면 반문화적 행위라고 정의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지 조심스럽게 생각을 정리한다.

만일 문화에 대한 나의 이러한 이해가 옳은 것이라면 문화적인 활동에 반드시 많은 돈과 권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작은 문화적 시도들이 많아질수록 한 도시는 역사와 함께 스스로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문화에 대해 큰돈과 권력의 개입이 심해질수록 이 사회는 반문화적으로 퇴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최근 인천문화재단의 대표이사 선임과정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을 지켜보는 마음이 스산하다.

문화예술계와 정계가 두 쪽 나있는 인천

1,000억 원(현재 적립금은 약 500억 원)이나 되는 재정을 묶어놓고 몇 사람들의 손에 의해 문화예술인들을 줄 세워서 돈을 나누어주는 따위 관제형(官制形)의 문화 공급 방법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문화라는 것을 관청이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고 보지도 않거니와 돈과 자리가 생기면 반드시 분할의 다툼과 부패가 생기고 정치가 문화를 조작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인천의 경우와 같이 문화예술계와 정계가 두 쪽이 나있는 상황에서랴….

지난 10년 동안 인천문화재단이 보여준 경과는, 이를 이끌어온 당사자들이야 당연하게도 자찬(自讚)으로 일관하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걱정들을 현실로 입증한 과정이기도 하였다. 이유를 알 수 없이 그냥 무마된 자금의 불법 사용 등 형사적 사건들이 터져 나왔고 대표의 선임을 비롯한 인사의 잡음부터 지원자금의 배분까지 이 재단의 활동은 대체로 밥그릇싸움의 틀 위에서 움직여 왔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번 대표이사의 선임과정 또한 이 기구의 그러한 반문화적 모순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조례에서 분명하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시장이 임명하게 되어 있는 대표이사를 조례의 위임도 없이 대표이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시장이 임명하도록 부당하게 정관을 개정(2011.2.)한 이유도 의문이려니와, 시장이 거의 모든 추천위원의 임명에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대표이사추천위원회에 이미 두 번의 임기를 마친 전임 대표이사가 추천위원으로 들어가 위원장의 직까지 수행하는 경우를 아무리 양보해도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빗대거니와 마치 상왕(上王)쯤의 권력이 아니고서야 있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아마도 그래서 그 심의 결과가 추하다. 시중에 알려진 대로, 추천위원 7명이 후보자 7명을 대상으로 각 25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방법에 의하여 1위 득점자가 총 150점을 득점하였고 2위 득점자가 110점을 득점한 것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6인의 위원들은 1위 득점자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몰아주었어야 한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가능하고 그러한 결과는 어떤 일정한 조작이 있었다는 의심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해서다.

원천적인 문화성 회복이 우선

물론 평가 항목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도 없고 만점짜리 인사가 응모하지 말란 법도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변명을 수긍할 인천시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인천의 문화를 대표하는 인천문화재단의 대표 선임과정이 이와 같이 반문화적인 혐의를 받는다면 인천문화재단의 앞날이 걱정이 아닌가. 이 기회에 재단의 해산을 비롯하여 재단의 원천적인 문화성을 회복하기 위한 특별한 점검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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