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앵커로 돌아온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

“감색 양복과 넥타이의 국회의원 유니폼을 벗으니 자유인이 된 것 같습니다. 요즘 너무 즐겁습니다.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고, 나만의 공간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6년 동안 국회의원으로 살아온 이윤성(69) 전 국회부의장이 정통 뉴스 프로그램 앵커로 돌아갔다. 이제는 정치인이 아닌 언론인 이윤성이 됐다.

매주 주말 오후 7시40분에 종합편성채널(종편) MBN 매일방송 ‘MBN 뉴스 8’를 보면 이윤성 앵커를 만날 수 있다. 일을 다시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이제는 국회의원 이윤성이 아닌 앵커 이윤성이 더 어울린다.

그는 1970년 7월 KBS에 들어갔다. KBS 보도본부 24시, 9시 뉴스 앵커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1995년 10월 방송사를 그만두고 정치인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15대부터 18대 국회까지 16년을 국회의원으로 숨 가쁘게 살아왔다.

19대 총선에서 떨어진 후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했다. 1년 동안 백수 생활을 한 후 올 4월 가천대 석좌교수에 이어 ‘국내 최고령 앵커’로 사회생활의 처음 출발지에 섰다.

“앵커에 복귀하니 주변 분들이 17년이라는 공백이 느끼지 않는다고 격려해주고 시청자들도 반가워해 하루하루가 의욕과 기쁨이 넘칩니다. 특히 시간이 나거나 방송이 끝난 후 초창기 기자 생활을 하면서 들렀던 길과 음식점, 술집 등을 찾아 옛 정취를 느끼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는 다른 분들의 추천도 있었지만, 방송이 균형적이고 감각이 있다고 생각해 MBN를 선택했다. 그리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뉴스를 진행하려고 새누리당에서도 나왔다.

그는 10년 동안 KBS에서 정통 뉴스를 맡았기 때문에 빠르게 예전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 그는 시간 공백을 메우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일주일 두 번 뉴스 진행이지만 월, 화요일을 제외하고 방송국에서 나간다. 기획회의에도 참석하고, 후배들 교육도 한다.

그의 앵커 복귀 시기는 적절했다. 그를 알아보는 연령층은 40대 이후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50, 60대 이상이 많아져 의외로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시청률이 빠르게 오르는 중이다.

“앵커는 뉴스를 이끄는 리더입니다. 제스처만 잘한다고 신뢰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성을 갖고 시청자들과 함께 웃고, 분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빨리 이런 모습을 되찾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사명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그가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서청원, 김무성 의원도 권토중래(捲土重來) 하는데 정치를 완전히 떠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더 의미가 크지 않느냐’라고. 이럴 때마다 그는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사람으로 제대로 일을 했나 깊이 반성한다.

그는 한발 물러나 여·야 주장을 들으니 모두 일리가 있지만, 너무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했다.

“각 당이 정략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계속 국민 민생을 등한시하고 한 곳을 향해 떼거리로 몰려가면 국민은 아쉬움을 넘어 분노할 겁니다.”

또 그는 최근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 대해 여야가 빨리 조사해 결론을 내서 잘못이 있으면 처벌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천을 떠날 생각이 없다. 인천이 고향이기도 하지만 16년 동안 지지해준 사람들과 친해진 동네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인천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더 가진다. 인천이 가진 장점을 살리면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도시가 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스스로 질책했다. 인천이 어려울 때 지역 리더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지역 인재를 키우지 못했던 점도 반성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인천은 다른 지역보다 지연, 학연 등이 심화한 것 같습니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언제나 ‘우리는 인천인’이라고 생각하면 인천은 최고의 도시가 될 겁니다. 그리고 이제 제자리로 돌아간 만큼 신중년 선두주자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우리 사회 발전에 쏟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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