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차는 꼭 빌린 곳에 반납해야

 

11월 1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사는 김대차(가명·40)씨는 평상시보다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카셰어링(Car Sharing)을 이용할 요량이었다. 수인선을 타고 아침 일찍 연수구 청학동 직장으로 출근했다.

대차씨는 매주 금요일 오전이면 서구 가좌동 거래처에 들러 회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매번 거래처에 주차 공간이 없어 곤욕을 치른 터라 카셰어링 이용을 며칠 전부터 별러왔다. 거리가 멀어 택시보다는 카셰어링을 이용하면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대차씨는 인천시에서 알려준 대로 두 곳의 렌터카 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이용하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했다.

대차씨는 개인정보에 이어 면허정보, 결제정보까지 모두 입력했다. 하지만 대차씨는 예약을 할 수 없었다. 회원카드가 있어야만 카셰어링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고 싶어 A업체에 전화했다. 카드발급 신청 후 카드를 받기까지 일주일이 걸린다는 A업체 상담원의 설명에 대차씨는 황당했다.

혼잣말로 한바탕 욕을 퍼부은 대차씨는 B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회원가입을 하기 전에 먼저 B업체에 먼저 전화했다. 다행히 B업체는 회원가입을 하면 카드를 받기 전에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차씨는 B 업체 홈페이지에서 모든 정보를 입력하고, 드디어 예약 창을 열었다.

오전 10시 30분 차를 빌려 11시 거래처 인근에서 차를 반납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3시 다시 차를 빌려 청학동 직장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예약을 시작했다. 차를 빌리는 시간은 1시간이면 충분했다. 대차씨는 1시간 기본 대여비 6천900원, 유류비는 넉넉하게 왕복 20㎞로 계산해 3천800원 등 1만원이 조금 넘으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차씨의 판단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카셰어링을 이용하면 차를 처음 빌린 곳으로 다시 와 돌려줘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 차를 빌려 운전하는 1시간이 아니라 회의와 점심식사 시간까지 모두 4시간 30분 가량의 대여비 1만8천200원을 내야하는 셈이다.

1시간의 고생 끝에 겨우 예약하는가 싶었던 대차씨는 화가 끝까지 치밀었다. 편도 카셰어링도 가능하다는 인천시의 설명만 믿고 오전 1시간을 예약하는데 허비한 대차씨는 결국 택시를 잡아 거래처로 향했다.

인천시는 11월 1일부터 인천시민 누구나 카셰어링 운영업체에 온라인 회원 가입한 후 예약하면 지정된 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시민들이 편리하게 공동으로 차를 이용하면 자동차 유지비, 유류비 등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저감 효과,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차량보유 감소에 따른 교통량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특히 시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자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3가지 유형을 정하고 실제로 각 유형마다 이용자가 자주 발생할 만한 5곳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업무시설이 밀집돼 자가용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지역, 대중교통 환승수요가 많은 지역, 주차환경이 열악하고 주택이 밀집한 지역 등을 선정해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 카셰어링은 이런 3가지 유형을 만족할 수 없었다. 결국 일반 렌터카처럼 차를 빌리고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하는 시스템으로 당초 취지를 무색게 했다.

B업체 관계자는 “현재 환승을 위한 편도 카셰어링 운영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편도 카셰어링 운영은 인천시청에서 서구청, 송도에서 영종도까지 등 2곳만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편도 운영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 카셰어링은 철저하게 대중교통의 연계수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환승역과 이용 시민들의 편의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출퇴근 시간대 이용자들을 위해 편도 카셰어링의 운영 범위를 늘리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출퇴근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지역과 환승주차장 주변, 시계 외 장거리를 이동하는 시민이 많은 지역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해 대중교통과 연계가 가능하도록 편도 카셰어링을 운영하고 있다.

차가 필요한 곳에서 가장 인접한 거리에 있는 차량을 검색하고, 예약한 뒤 차량을 목적지 인근 지정된 곳에 주차하면 다른 사람이 이용하는 카셰어링의 당초 취지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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