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출신의 이주 여성 어라눗씨(41). 지난 28일 오후 인천시 서구 가좌동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한글교실 졸업식장에서 그는 졸업장을 손에 꼬옥 쥐었다.

한국인 시부모를 모시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지난 5개월간 어렵게 시간을 내 얻은 소중한 졸업장이기에 이날 그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주노동자인권센터 한글교실에는 매 학기 이주노동자들 120명씩 등록하지만 소정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학생은 20여명에 불과하다.

그 만큼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나 이주여성들이 시간을 내서 제대로 한글공부 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한글교실은 초·중·고급반 등 13개 반으로 나뉘어 매주 일요일 오후 2시간씩 수업을 받아야 하며 70% 이상 출석에 7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졸업한다.

지난 학기 졸업생 22명에 비해 이번 학기에는 28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에는 혼인 이주여성의 등록생이 부쩍 늘어 수강생의 10%를 상회한다.

어라눗씨는 태국 방콕 센트루사 대학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외국계 AIG보험회사에 다니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 온 것은 2000년 8월, 트럭을 운전하는 남편과 결혼해 이주하면서다. 결혼 후 6개월여 부천에서 생활하다 인천으로 이사왔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깨쳐왔던 그는 지금은 떠듬떠듬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할 만큼 됐다.

“혼자서 한글공부 하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여기는 친구들도 많고, 선생님들도 좋아서 훨씬 괜찮았어요.”, “한국말은 높은 사람, 밑에 사람, 친구하고 하는 말이 서로 틀리잖아요. 태국어나 영어는 그냥 ‘너 먹어’라고 하면 되는데, 한국말은 그렇게 하면 안되잖아요. 그런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 학기 단 한차례도 수업에 빠지지 않아 졸업식날 모두 6명이 받게된 ‘성실상’을 받았다.

시부모와 함께 살면서 김치를 비롯해 음식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지금은 한국 음식과 태국 음식을 같은 상에 놓고 다같이 잘 먹을 만큼 익숙해졌다며 다행스러워 한다.

그는 앞으로 인테리어와 관련된 일을 찾아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송정로기자 goodsong@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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