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로얄호텔에서 열린 ‘인천생명의 전화 신년하례회’에서는 절망한 이들에게 ‘빛’이 되어온 두 명의 봉사자가 많은 이들의 격려속에 상을 받았다.

‘공로상’ 이상춘(71세)씨와 ‘새내기봉사상’ 오순화씨(45)다. 자원봉사자란 말이 흔하면 흔한 세상이 되었지만, 나이를 잊고 혹은 초심을 잃지 않고 ‘봉사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의 이야기는 따듯하다.

이씨는 수 십년간 목회자(전 새인천지방왕길교회 담임목사)로 살아왔다.

인천 토박이로 고향사랑이 유달라, 목회자로 있으면서도 본연의 일외에 이웃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하기를 즐겼다.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 찾아가 사진을 찍어주다보니 ‘사진 찍는 목사님’으로 더 잘 알려질 정도였다.

“고통받는 이웃의 아픔을 들어주고 마음을 나누는 ‘생명의 전화’가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았어요. 목회의 길과도 상통하니까요. 은퇴를 5년여 앞두고 그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했는데, 내 경험을 살려 슬픔에 처한 이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을 주자는 판단이 서더군요.”

99년 정식 상담원 교육을 받고 2000년부터 봉사를 시작한 이씨. 낮 2시~6시면 그는 생명의 전화 상담실에서 전화를 받는다.

마음의 병이 깊어진 전화 속 상대방에게 자신의 경험담과 살아온 인생을 들려주며 용기와 희망을 가질 것을 권하곤 한다.

“남과 비교하는게 가장 큰 원인이예요. 내가 의롭게 사는 것 자체가 복되고 복된 것을, 자꾸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다보니 절망이 커지고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지요.”

생명의 전화 사무실에서도 이씨의 활약은 폭넓다. 각종 교육과 행사 등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기고, 봉사시간보다 일찍 나와 사무실 업무를 돕는다.

봉사활동과 탁구, 등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으로 건강을 다지며 이씨는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

오씨는 생명의 전화 봉사 1년차다. 지난해 이맘때 26기 상담대학을 마치고 봉사자가 돼 누구보다 열심히 열의를 쏟았다.

“오전 9시부터 2시까지가 제 봉사시간이예요. 그 때는 모든 일 제쳐두고 오지요. 누군가에게 제 한마디가 힘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책임감이 커져요.”

오씨는 3년여 전부터 아름다운가게 인천터미널점에서 봉사를 해왔다. 봉사의 기쁨을 알기에 또 다른 봉사와 자연스레 연결됐다.

“교육을 받았는데도, 상담 초기에는 상대방의 사연을 어떻게 다뤄야하나 막막하고 두려웠어요. 그 분들 슬픔이 내내 제 가슴을 누르기도 했죠. 하지만 경험이 쌓이니 객관적으로 사연을 듣게 되더군요.”

두 아이를 둔 엄마이자 아내로도 분주하지만, 주말 이외에는 남을 위한 시간으로 남겨두는 오씨. 1년중 생명의 전화에서 보낸 93시간은 너무 값졌다고 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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