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수석을 역임한 필자의 경험과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말은 인간사, 특히 우리 정치를 관통하는 불변의 진리가 아닌가 싶다. 국가든, 회사든 사회를 끌어가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그 자리에 적합한 인재를 앉히는 ‘적소적재(適所適材)’의 원리가 작동할 때 비로소 사회와 조직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진 직후 필자는 행시 24회 동기였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게 “인사는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 진행되면 안된다”는 점을 신신당부했다. ‘한 사람에 의한 인사’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강조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직접 보내 관련자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필자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가장 주력했던 일이 바로 시스템 구축이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때도 그랬고, 인사수석이 된 이후에도 그랬다. 특히 인사의 경우 모든 과정이 오픈된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철저하게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고수했다. 인사추천위원장이었던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도 단 한 명의 멤버였을 뿐이다.

우선 인사수석실에서 후보군을 발굴해서 추천하면 민정수석실에서 해당 인사들을 철저하게 검증했다. 이후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구조였다. 자연스레 치열한 논쟁이 있었고, 견제와 감시가 조화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다. ‘1인자’의 의지가 단순하게 하달(下達)되는 현 정권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하지만 이명박정권은 인사수석을 비서관급으로 강등시켰고, 국정상황실을 폐지했다. 단선적이고 전제군주적 의사결정구조가 들어섰고, 청와대 내부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았다. 그 결과가 ‘고소영’ ‘강부자’ ‘S라인’ ‘영포라인’이었고, 정권 말기에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들이다.

지난 총선 즈음, 내곡동 사저 논란과 인사비리가 드러났을 때 필자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청와대 시스템이 이렇게 망가진 상태에서 그때까지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 앞으로 더 크게 국민을 실망시킬 사건들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고, 안타깝게도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 정권의 사례를 통해 우리 국민은 지도자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삶의 궤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고 있다. 현실을 외면한 채 만들어진 ‘뻥튀기 공약’과 실속 없이 겉모양에만 주력한 ‘전시성 업적’에 속아 넘어간 결과는 참담했다.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정권”과 “국격(國格)”은 사탕발림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먼저다.

복지와 배려, 민주의 근간(根幹)은 역시 사람이다.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삶의 질을 포괄하는 복지 △서민과 약자를 우선하는 배려 △인권과 재벌개혁, 검찰개혁을 통해 진정한 민주를 이뤄야 한다. 올바른 정부였다면 4대강을 비롯한 토목사업에 혈세를 퍼붓기 전에 사람에게 투자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사람을 맨 앞에 둬야한다.

대통령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도자로 나선 후보가 깨끗하고 유능한지, 주변에 능력과 도덕성을 두루 갖춘 인재들이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유럽발 경제위기 속에서도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Fundamental(기초경제)을 건실하게 다질 수 있는 지도자를 찾는 일에 모든 국민의 단합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남춘  국회의원(민주통합당·인천 남동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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