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항만지구안의 아파트 주민들이 야단이다. 인천항 석탄부두 인근 인천시 중구 항동 라이프비취맨션 주민들(2천8세대)은 인천의 한 대학에 의뢰해 아파트의 환경피해를 조사키로 했다.

항운아파트(신흥3가)의 전철을 밟겠다는 뜻이다. 항운아파트 주민 937명은 분진과 소음피해 조사를 근거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신청해 2002년 4월 배상결정을 받았다.

478세대의 항운(신흥3가)과 725세대의 연안(항동4가)아파트 주민들은 이주를 위한 새로운 부지마련 요구가 들끓고 있다.

모래와 컨테이너 부두에 둘러싸인 이들 아파트단지는 대기오염유발업체(75군데)와 수질오염배출사업장(107개)이 342개에 달하는 화물업체들로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남항~북항~김포)의 통과지역으로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주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3위의 컨테이너 물동량에다 전국 최대의 수입 원·부자재를 처리하고, 전국의 66%의 모래를 취급하는 인천항 주변의 모습들이다.

인천항 주변 아파트 단지의 난잡한 생활여건은 결국 항만지구의 체계적인 관리부재에서 비롯됐다.

늘어나는 물동량에 급급해 부두 중심의 항만공사에만 정신이 팔렸지, 그 배후지역의 개발과 관리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1978년부터 1990년 사이에 지어진 이들 아파트들은 급증하는 항만 종사자들의 주택난을 덜기 위해서였다. 그러다보니 항운·연안 아파트는 상업지구에 들어서는 결과를 낳았다.

인천항 주변 항만지구에 대한 관리의 난맥상은 1974년에 매립 준공한 연안부두 일대 28만여평에서 잘 드러난다.

1966년 3월 (주)협진은 건설부로부터 매립면허를 얻어 연안부두 일대를 임해공업지와 하역장을 조성키로 했다.

건설부는 매립면허를 내주는 대신 협진에 ‘도로와 물양장·호안·배수시설 등 기타 공유시설은 국가소유로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협진은 관리부재를 틈타 매립을 채 끝내지도 않은 채 ‘상가를 지을 수 있다’며 땅을 분할매각하기 시작했다.

71년 11월 신생동 박모씨에게 평당 3만원씩 727평을 2천7백만원에, 72년 12월 중앙동 손모씨 등 3명에게 평당 6만원씩 300평을 1천800만원에 파는 등 7개 필지를 1억1천239만원에 넘겼다.

협진의 땅을 산 박씨는 927평을 3명에게, 손씨는 8명에게 또다시 땅을 팔아 치웠다.

팔고 사기를 되풀이하면서 협진이 매립한 연안부두는 당초 목적과 달리 상가지역으로 변했다.

어선과 여객, 어항선 등으로 하루 평균 2천명이 연안부두를 오갔으나 부수 건물과 시설이 없어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야 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결국 30여년이 지난 지금 활어도매상가 일대 33개 필지 이면도로(1만2천여평)가 개인이 소유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연안부두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안부두 일대 도로가 바닷물에 녹아 콘크리트바닥이 파헤쳐져도 제때 보수가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같은 배후단지 없는 항만 도시계획의 난맥상은 북항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부두공사가 한창인 북항 주변의 77만평이 한진중공업의 땅이다. 북항 배후부지는 거의 한진중공업의 땅인 셈이다.

1980년대 후반 항만배후단지 조성목적으로 매립된 한진중공업의 자연녹지 77만평은 공업용지와 상업용지 등으로 용도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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