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은 전통시대부터 인천과 역사적 기반을 달리했던 곳이기 때문에 ‘부평사’라고 하는 것은 독립된 영역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김현석(37) 부평사 편찬위원회 상임연구원은 ‘인천시사’가 있음에도 구 차원의 역사가 왜 필요한지를 강조한다.

인천의 10개 군·구에서 구사(區史)를 가지고 있는 곳은 현재 ‘부평구사’(1997년), ‘계양사’(2002년), ‘강화사’(2003년) ‘서구사’(2004년) 등이다. 새 버전의 구사를 준비하는 부평구는 지난 2005년 편찬위원회를 구성했고, 인하대학교에서 근대사를 강의하는 김현석 박사가 상임연구원으로 중책을 맡았다.

4억5천만원의 예산이 책정됐고, 지역의 전문가 40여 명이 집필위원에 참여했다. 원고지 1만4천장 분량으로 올 6월 출간할 예정이다.

부평출신 김 상임연구원은 ‘인천시사’가 담지 못한 부평의 역사만을 상세하게 정리함으로써 지역정체성은 물론 ‘부평학’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행정기관에서 기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합니다. 부평과 계양이 분구한 지 10년이 조금 지났지만, 현재 북구에 대한 기록은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지난 2년간 구사 기술을 위한 자료수집에 몰두했던 김 상임연구원은 기관과 단체에서 생산된 기록물에 대한 체계적 정리와 보관 시스템이 부재한다고 지적한다.

부평구는 일제시대 조병창, 해방 후 미군부대, 그리고 60년대 이후 수출공단 조성이라는 굵직한 근현대사 사건들이 있지만, 관련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의 국회도서관은 물론 대전에 있는 국가기록원도 수차례 방문해 관련 문서를 하나하나 찾을 때 마다 느꼈던 희열은 연구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1940년대 ‘부평의원’이라는 병원에서 징용을 위해 작성한 연령감정서를 찾은 김 상임연구원은 자료의 확보가 부평사의 성패를 가늠한다고 한다.

“50만명이 넘는 부평의 인구수에 비해 부평의 축적된 성과물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작업을 계기로 앞으로 부평사라는 분야를 더욱 심도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초석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김 상임연구원은 2년 동안 흩어져 있는 자료 2천여 점을 모아뒀고, 부평사가 완간된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중이다.

또한 일제시대와 해방직후 산업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부평에 거주해왔던 사람들에 대한 구술작업을 통해 잊혀져가는 부평지역의 역사를 채록하는 작업도 기획하고 있다.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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