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국제미술시장에서 중국작가들의 돌풍이 매섭다.

지난해 말 40대 후반의 중국작가 그림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21억5천만원에 팔려 세계미술시장을 놀라게 했다.

그에 비해 한국작가들의 경우 작고한 ‘국민화가’ 박수근의 그림이 14억6천여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으나 생존 작가 중 그들에 비교되는 작가는 거의 없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현대미술은 국제무대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으며, 당연히 한국현대미술이 그에 앞서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베이징 주변에 미술인 창작촌과 미술문화거리를 조성하여 최근 국제예술축제로 발전시키는 등 인프라구축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과거 군수산업공장이던 낡은 시설을 재생한 ‘다산즈 798’ 창작촌에는 100여개의 화랑과 200여개의 작가 작업실이 들어섰으며, 이과두주를 생산하던 양조장을 개조한 ‘지우창’도 중국현대미술의 생산 전진기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서구 중심이던 미술문화가 이제 아시아로, 특히 중국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 우리는 막연한 경쟁의식을 넘어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인천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동북아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구호를 외쳐왔지만 정작 이렇다할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아시아는 물론 국내의 여타 경쟁도시에 비해 문화적으로 낙후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서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 2003년부터 추진해오면서도 이런 저런 문제에 부딪혀 미루어오던 중구 해안동 일대 미술문화공간 ‘예술촌’이 드디어 이달 8일부터 착공된다고 한다.

총면적 1천698평의 창고건물 13개동을 리모델링하여 작업실 24개실을 비롯하여 게스트룸, 전시실, 교육공간, 공방, 커뮤니티공간, 공연장 등 본격적인 미술문화공간으로 조성되는 것이다.

특히 작가들에게 일정기간 제공하는 입주작업실은 이미 국립현대미술관 등 공사립미술관들이 운영을 하면서 작가들에게 좋은 반향을 얻고 있다.

한편 ‘예술촌’은 단순히 미술문화공간 조성이라는 물리적인 성과를 넘어 지자체에서 설립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남달리 고무적인 것이기도 하다.

지자체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과거 역사유물과 건축을 개발의 이름으로 파괴하지 않고 이를 문화적 가치로 보존하고 재생한다는 점, 그것이 곧 예술창작의 산실로 거듭나 지역미술문화의 명소로 탄생한다는 점에서 부족하나마 문화도시로의 실천적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베이징의 여러 창작촌에 비해 규모도 작고 기대효과가 아직 미지수이긴 하지만 문화도시를 꿈꾸는 인천의 현실에서 단비와 같은 사업임에 틀림없다.

아울러 이제 ‘예술촌’의 착공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운영방법과 운영주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한 단계에 와 있다.

운영주체와 방법에 따라 ‘예술촌’은 그야말로 생산적인 문화예술의 명소가 될 수도 있고, 한낱 관광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또한 지난해 그동안 미국투자회사인 게일(Gale)사의 복합문화센터 건립계획에 밀려 논의가 중단되었던 시립미술관 건립의지도 밝힌 바 있다.

송암미술관 주변에 최고 2만평의 규모를 개발하여 문화공연과 전시시설을 갖춘 복합문화단지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복합문화단지는 당연히 미술관과 공연장을 중심으로 조성되는 것인 만큼, 또 송도국제도시와의 연계는 물론 새로운 시대의 공연장과 미술관으로 설립되는 만큼 질적 내용을 담보하는 최고수준의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밑그림이 그려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종합문화예술회관도 1994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전시장 시설을 개선하는 리모델링을 상반기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

종합문화예술회관은 이름 그대로 전문화한 전시장이 아니라 종합적인 기능의 전시공간이라는 한계는 있어왔지만 지역에서 가장 각광받는 전시장으로 역할을 해왔다.

그중에서도 주로 미술전시회의 수요가 많았던 만큼 전문성 있는 전시회가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시대의 미술은 날로 새로운 형식과 방법으로 발전하고 다양해지는데 비해 인천에는 이를 수용할 만한 전문성 있는 전시공간이 전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부디 이러한 사업들이 원만하게 진행되어 지역 미술문화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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