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의 항만-내항을 재개발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대두되고 그동안 국토부를 비롯해 수 많은 용역과 관계기관과 시민단체의 의견이 쏟아졌다. 미래를 향한 개발이익의 극대화를 부정할 수 없는 명분이고 또한 그 동안의 무분별한 항만 시설화 작업이 초래한 잘못을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저 스쳐버려서는 안 될 시민의 정당한 요구라는 점이다.

국토 곳곳에는 나름대로의 역사성이 존재한다. 그것이 지역적 한계에 머무르는 작은 사연일 수도 있겠으나 국가적, 국민적으로 승화시켜야 마땅한 교훈이거나 심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천 중구의 항만에는 건설초기부터 암울한 일본제국주의 침략의 그림자를 새삼스럽게 되새겨 보아야할 약체 역사의 치부와 동시에 잊어서는 안 될 뚜렷한 지향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일제 식민지 36년 동안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투쟁한 ‘피어린 역사’에서 상해 임시정부 백범 김구 주석의 혼(魂)은 더욱 그러하다.

“아침이면 다른 죄수와 하나의 쇠사슬로 허리를 마주 매여 짝을 지어 축항(제1도크)공사장으로 나갔다. 흙지게를 등에 지고 십여 길이나 되는 사닥다리를 오르내리는 것이다. 서대문 감옥에서 하던 생활은 여기에 비하면 실로 호강이었다. 반달을 못하여 어깨는 붓고 등은 헐고 발은 부어서 운신도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면할 도리는 없다. 나는 여러 번 무거운 짐을 진채로 높은 사닥다리에서 떨어져 죽을 생각도 하였으나 그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나와 마주 맨 사람은 대개 인천에서 구두켤레나 담배를 훔치고 두서너 달 징역을 지은 자이리라 그런 사람을 죽이는 것이 도리가 아니었다.”(백범일지)

일제에 의해 체포되어 서대문 감옥에 있다가 인천감옥(현재 내동 한진 아파트)으로 이송되어 내항의 제1도크 공사장에 강제 노역당했던 당시의 김구 선생의 기록이다. 이 불굴의 독립투사 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했을 정도의 고된 공사장의 노동이 마치 눈앞에 선연히 보이는 것 같다. 이 항만공사가 일제에 의해 동양 최대의 도크로 칭송된 바로 인천 내항의 출발점이 된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일터.

지그프리드란 프랑스의 역사 학자가 있다. 그는 나치스 점령 당시 파리의 뒷골목에 숨어 살며 빵을 얻고자 점령군에게 교태를 부리는 부녀자와 저항 지하조직을 적발하는데 앞장서는 파리시민 등 프랑스 역사의 명예와 오욕이 되는 모든 치부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도했다. 이 경험에서 그는 역사의 치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되어 ‘역사의 비약에는 한계가 필요하며 그 한계는 반성한다는 차원에서의 치부의 노출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전후 프랑스의 각종 교과서에 나치 점령하에서 조국의 명예를 훼손시킨 행위를 반드시 삽입케 하였고, 프랑스 국민으로서의 정신적 반성과 도약을 꾀한 일로 유명해졌다. 그의 노력은 국가적 보답으로 수많은 지식인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어떠한가?

약체 역사의 치부를 솔직하게 서술하는 일도 거의 없고 치욕에서 벗어나고자 목숨을 바친 사람에 대한 기록도 변변찮다. 치부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조차 금기시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매국적 행위로 지탄받아야 했다. 그리고는 마냥 사실을 왜곡하면서 까지 미화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되새김해 보는 도약의 한계를 제거함으로써 약체 역사의 그늘 속에 안주하게 만들었다.

까짓것 역사적 치부를 굳이 들먹여 무엇 하겠느냐며 모른 척 하는 것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현실적 삶이 우선 아니냐는 것인데 물론 어느 정도 일리도 있고 그들만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인천 내항의 경우 국가경제니, 수출입국이니, 물류항으로써 중요성이니 하는 그 하나의 목적으로 지금까지 시민의 입장은 아예 무시되고 오히려 소음과 먼지는 물론이거니와 온갖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감수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 잘못된 과거를 치유하는 첫 걸음으로 개방가능한 내항 1, 8부두의 일부라도 시민에게 돌려달라. 이 주장에는 미래를 향한 시민의식과 역사의 의미가 함께 있는 것이다. 인천시민들에게 김구 주석의 혼(魂)이 숨쉬는 내항 1, 8부두를 시민광장으로 개방하여 인천 개항 130주년이 되는 2013년을 뜻깊게 맞이하자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기를 거듭 호소하고자 한다.

하승보  인천시 중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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