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로 PC방 결제도 할 수 있다니, 악용될까 걱정입니다.”

중학생 2학년 딸을 둔 주부 유모(38·남동구 간석동)씨는 지난달부터 아이가 교통카드를 충전한다며 용돈을 타 가는 횟수가 늘어나자 수상히 여겼다.

겨울방학을 맞아 학원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지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틈이 별로 없을 텐데,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결국 유씨는 아이를 추궁한 끝에 PC방에서 게임을 한 후 교통카드로 요금을 결제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들어 PC방을 찾는 초·중·고 학생들이 교통카드로 결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싶지만 현금이 없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결제수단이 교통카드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편의를 위해 많은 수의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T-money(티 머니)’ 카드는 현재 교통카드 기능은 물론 편의점, 극장 등 여러 곳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PC방에서도 사용이 보편화 되는 등 청소년들의 무방비한 게임 노출까지 우려되고 있다.

남동구 간석3동 ‘A PC방’에서는 현금, 신용카드와 함께 교통카드까지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처럼 PC방 단말기에 카드를 대기만 하면 간단하게 요금이 결제된다.

96개의 PC가 설치된 ‘A PC방’은 겨울방학을 맞은 초·중·고 학생들로 북적거리고 있는 상황. 대부분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을 찾는 학생들이 약 95% 이상 교통카드 결제를 선호하고 있다.

카드 단말기 설치 이후 학생들의 출입이 부쩍 늘어 매출이 방학 전 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중구 인현동 Y PC방 업주 이모(37)씨도 카드 단말기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결제시 10%의 수수료가 들지만, 학생들이 선호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교통카드가 용돈 요구보다 변명이 훨씬 자유롭기 때문.

진모(17·남구 주안7동)양은 “한 달에 한번 부모님께 일정한 용돈을 받지만 교통카드에 추가적으로 발생되는 돈은 거리낌 없이 더 받을 수 있다”며 “단순히 교통비가 늘었다고 볼 뿐 PC방게임 비용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부 최모(41·남동구 구월동)씨는 “교통카드가 다양한 곳에서 결제 가능하도록 편리성을 높인 것은 이해하지만 무분별한 소비만 부축이게 될까 걱정”이라며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제재 방안과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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