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발전하면 그만큼 문화도 따라서 발전해야 하는데 우리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국화가이자 한지공예가인 허종환(54) 화백은 올해 정해(丁亥)년을 누구보다 바쁘게 보내야 할 사람 중 하나다.?

전통계승과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쫒다보니 어느새 다원조성에까지 직접 나서게 됐고 이런 문화적 연관성을 어떤 방식으로 일반에게 보급할까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남구 학익동에 5~6명의 주부들과 공동체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다예나라’라는 한지공예 작업실도 이런 고민 끝에 생각해 낸 대안이기도 하다.?

홍익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국전 특선작가라는 개인적인 타이틀과는 무관하게 그가 한지공예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15년 전.?

편모 슬하에서 자란 허 화백이 모친을 통해 알게 된 모자원에서 어머니들을 상대로 한지공예강의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모자가정의 안식처였던 모자원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키우면서 직접 생계도 꾸려야 했기 때문에 일거리가 필요했고 허 화백은 자신이 직접 한지공예를 가르쳐 이런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한지는 숫보다 전자파 차단 효과가 큰 데다 유리보다 단열 기능이 앞서는 등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한지의 기능을 일찌감치 찾아낸 허 화백은 이때부터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에 밀려 한 순간에 사라진 한지공예의 비법을 연구하고 더 나아가 보급에까지 나서게 됐다.?

허 화백의 작업실에서 만들어내는 한지공예품들은 주로 지함, 차통, 차받침 등. 이러다보니 평상시 좋아하던 차문화에도 흠뻑 빠지게 됐고 요즘은 아예 속초에 1만4천여평 규모의 다원조성에까지 직접 나서게 됐다.?

자신이 직접 재배한 차를 한지공예로 만든 차통에 넣어 일반에 보급하겠다는 욕심이 허 화백을 여기까지 이끌게 된 것.

원래 차는 기후가 차가운데서 나오는 제품이 좋기 때문에 아랫지방보다 춥고 습기가 많은 인천에도 가능하다면 다원을 조성해 보겠다는게 허 화백의 생각이다.?

“한국 사람들은 빨리빨리 문화에 너무 오래 젖어 있어 이제는 기다림의 미덕을 키워주는 차문화의 보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시기라는 생각입니다.”?

차는 우려 마셔야 하기 때문에 차문화를 접하다보면 가족이건 남이건 간에 자연스럽게 대화와 서로간의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요즘엔 한국화와 한지공예, 그리고 차문화를 체계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한지공예문화원을 인천에 개관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 허 화백은 올해 정해년만큼은 인천의 문화가 명실상부하게 한 차원 올라서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며 새해 소망을 밝힌다. 이원구기자 jjlw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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