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음악회 ‘시집가다’…김윤식·이가림씨 등 참석

인천출신 문인 10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일 서구도서관 평생학습실에서 열린 시낭송음악회 ‘시집가다(詩集歌多)’에서다.

이 자리에서는 인천문인들이 한바탕 흥겹게 어우러진 잔치 마당이었다. 오랫동안 인천문단을 키워온 원로·중진 문인들은 서로 반갑게 안부를 물으며 자분자분 정을 나누었고, 참가한 주민 70여명은 10인의 문인과 함께 문학으로 호흡하며 가을 분위기를 달구었다.

오후 7시가 되자 리여석 기타 앙상블이 ‘슈베르트의 밤과 꿈’을 연주하며 시낭송음악회의 시작을 알렸다. 사회자로 나선 김윤식 시인은 “1960년대 문학 단체들은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했다고 하는데, 오늘처럼 인천이 배출한 대한민국 문단의 중진급이 모인 것은 인천유사 이래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한국시는 인천사람이 이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오늘 모인 인물들은 대단한 분들이다”고 평했다.

이날 행사에서 문인들은 그들다운 활력과 흥을 마음껏 드러냈다. 김윤식, 이가림, 이경림, 이문재, 김영승, 신현수, 문계봉, 장석남, 이기인, 박형준 등이 자신의 시를 직접 낭송해 색다른 시의 맛을 일깨웠다.

‘시집가다’ 이름처럼 시는 모여있고, 노래는 많았다. 어둠 속에서 홀로켜진 스탠드 불빛에 의지하며 시를 읽어가는 시인들은 모습은 그 자체로 가을의 향기를 물씬 풍겨내고 있었다.

198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인천 향토 문인으로 잘 알려진 김윤식 씨는 ‘청어의 저녁’을 낭송했다. 이어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장석남씨는 이날 ‘11월’을 읽으며 가을느낌을 전할 때는 자리를 가득 메운 아줌마 팬들을 고등학교 시절 문학소녀들로 만들어버렸다.

이어 이기인 씨는 ‘돌깍는 사람’을, 이경림씨는 ‘살구나무 장롱’을, 신현수씨는 ‘밥벌이의 지겹지 않음’을 발표하며 1부를 마쳤다.

‘오래된 기도’로 2부를 막을 연 이문재씨에 이어 김영승씨는 ‘나는 이 가을에’, 문계봉씨는 ‘밤길’을, 박형준씨는 ‘봄 우레’를 낭송했다.

1966년 23세 나이로 ‘빙하기’란 작품을 통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가림씨는 이날 ‘2만5천볼트의 사랑’을 읊으며 다시 ‘문청(文靑·문학청년)’으로 되돌아갔다.

시낭송회를 보러온 김영란(42)씨는 “문학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인천문인들을 통해 다시금 시의 중요성를 느끼게 해주는 자리였다”며 “시를 좋아하게 했던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시를 낭송하는 이 자리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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