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작가 김중미씨

아파트 단지 너머 잿빛 지붕을 안고 엎드려 있는 만석동 쪽방촌. 그 곳 아이들의 삶을 이야기한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저자 김중미 작가는 1987년 만석동 사람이 되었다.

‘칙칙폭폭 기찻길 옆 공부방’의 큰 이모로서 살아온 지 어느덧 24년째다. 공부방에서 만나 남편과 결혼을 하고 공부방 이이들속에서 두 딸을 키웠다.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 바로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써왔다.

칙칙폭폭 공부방은 그간 많이 변했다. 예쁜 2층 건물이 생겼고, 공부방에 오던 아이들은 성장해 삼촌으로 주저 앉았다. 큰 이모, 큰 삼촌처럼 작은 삼촌과 이모들은 공부방에서 서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곳에서 같이 살고 있다. 큰이모 김중미·큰 삼촌 유동훈씨가 1993년 아이들과 꾸린 ‘칙칙폭폭 유랑극단’은 공부방의 분신이다.

김작가는 처음에 놀이와 치유의 개념으로 인형극을 시작했다. 동화책을 읽고 인형극으로 꾸며보기도 했고, 자기를 표현하는 훈련을 위해서 인형을 이용했다. 서로 토론을 통해 대본을 쓰고 역할을 주고 막대 인형을 만들어 그들만의 공연을 했다.

그러다 한 곳 두 곳 불려 다니게 됐고 막대 인형은 퇴장하고 나무를 깍아 얼굴을 만들고 팔과 다리를 만들어 관절인형을 무대에 세웠다. 큰 삼촌은 곳곳을 찾아다니며 눈으로 훔쳐보며 진화된 인형을 등장시켰다.

또 인형극을 했던 아이들은 교육연극을 전공하고 무대디자인을 전공해 극단에 참여했다. 인형의 동작이 자유로워 질수록 조작은 어려웠다. 인형을 만들면 지금도 수없이 움직여 보고 다시 보완하는 과정을 수없이 거친다. 거기에 성우가 목소리를 입히고 풍물 등 음악이 효과를 더한다. 2008년에는 큰 경사가 있었다. 춘천 아마추어 인형극제에서 대상을 탄 것이다.

“기획에서 공연까지 서로 이야기하며 배려하고 소통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깨닫게 돼죠. 아이들이 좋아하고 웃으니가 더 좋구요. 그게 교육이죠.” “또 인형극을 보며 감동을 받는 관객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뿌듯한 거구요.”

김 작가는 지난 8월 외도에 나섰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인형극 과정을 맡은 것이다.

“아이들은 다 똑 같더라구요. 다 내 아이들이라는 생각을 했죠. 맞벌이 부모 자녀들은 외로워 하고, 친구와의 관계 성적에 위축돼 있었죠.” 김 작가는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고 했다.

“똥사기라는 과정이 있었요. 자기를 풀어내고 터뜨리는 과정이에요. 왕따 당한 경험, 왕따를 시킨 경험, 성적얘기 등 엄마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꺼내 놓더라구요.” 공연양식을 통해서 부끄러웠던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너무 좋다’는 생각을 또 하게됐다. 그래서 올 겨울에도 공부방 밖의 아이들과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김 작가는 부모들에게 자녀들을 경쟁에 뛰어들도록 강요하지 않았으면 했다.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믿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 역시 두 딸을 그렇게 키웠노라고 했다.

“아이들과 인형을 들고 찾아 다니며 약한 사람, 힘없는 사람을 웃게 만들고 힘을 주고 싶어요. 아이들과 나의  삶의 일부니까요.”

김작가는 파파 할머니가 되도 공부방의 큰이모로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고 남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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