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회의 대표 (경제학 박사)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이 말은 참일까, 거짓일까. 의심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이 말의 정답은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백짓장을 맞드는 사람들의 키 크기가 너무 많이 차이가 난다든지, 들고 가는 방식이나 지구력, 또는 옮기는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클 경우에는 백지 천 장이라도 혼자 들고 가는 경우가 훨씬 나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속담이 양립할 수 있다.

인천시의 재정문제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 보니 인천시 행정부가 여러 가지 고육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 눈길을 끄는 것으로 시 산하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 동안 그러한 공기업들을 유심히 관찰해 왔던 사람의 하나로서 첫 번째 떠오르는 느낌은 괜찮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왜 이러한 조직이 있어야 하는지 그 능률성을 의심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고, 도시개발공사와 관광공사의 예와 같이 업무 영역이 중복되는 경우도 늘 개선의 대상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기관마다 불거진 부정 사례들도 그들의 존재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한 이유다. 그럼에도, 이러한 작지 않은 기관들의 통폐합의 문제가 시장의 발언을 통해 공식화하기까지 과연 필요한 만큼 얼마나 충분한 연구를 거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하나의 기관이 만들어질 때에는, 당시에 사회적으로 그러한 기관이 있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인천시의 공기업들이 당초에 위인설관의 목표로 만들어졌던 것이 아니라면, 이와 같은 구조조정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대상기관들을 당초의 설립목표에 맞게 비용보다 생산성이 더 높은 조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검토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를 인천사회와 사전에 공유했더라면 이런 의문은 남지 않았을 것이다.

통상, 두 개의 기관을 하나로 통폐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순기능은 적지 않다. 우선 규모의 경제를 이룩함으로써 중복되는 경비를 절감하고 원재료의 조달 원가를 낮추며 결과적으로 제품이나 용역의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또한 자산 규모의 확장으로 금융적 신용을 높일 수도 있고, 조직을 단순화하여 의사결정을 능률화하고, 서로 다른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조직의 시너지효과를 이끌어내고 비용의 절감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밖에 인천시장의 지휘영역의 단순화 효과라든지, 실로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실 속에서 나타나는 사례들은 우리의 이러한 기대와는 대체로 거리가 멀다. 미국에서 1990년대 불황과 관련하여 유사 이래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던 “리엔지니어링” 또는 “리스트럭처링” “다운사이징” 따위 구조조정에 대한 연구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런 것이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사이에 실시된 모든 기업변화운동의 50%내지 70%가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며, 모든 기업의 리엔지니어링 노력의 2/3는 설계 당시의 목표를 얻는데 실패하였고, 포츈지의 1,000대 기업 중의 리스트럭처링 성공률은 아마도 20% 수준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라는 것이 당시 미국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당시 리스트럭처링의 미국 최고 전문가라고 불리던 “마이클 해머”라는 학자는, 미국 기업이 1994년에 리스트럭처링을 위해 지출한 320억 달러 중 200억 달러는 낭비로 끝나고 말았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미국은 오늘의 경제 상황으로 대책 없이 흘러온 셈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토록 어려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합과정을 통하여 자산규모가 감소한다면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고, LH공사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전(前) 소속기관을 중심으로 인적 통합이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지나치게 많은 전문적인 영역을 지휘하게 됨으로써 조직의 목표가 불명확해질 수도 있고, 조직의 대형화로 인한 부정과 부패 따위 비효율이 오히려 가중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은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뜻을 모으기 어렵다는 “합성의 오류(合成의 誤謬 fallacy of composition)”라는 문제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인간의 욕심은 언제나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벡터(vector)값이게 마련이고, 따라서 어지간한 계획과 리더십을 가지고는 통합의 힘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이 세상사라는 것이다. 부디 인천시가 위기에 졸속의 실수를 더하지 않기를 빈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