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위에 보면 ‘헌법 정신’에 대한 관심이 꽤 많아졌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깨우침이다. 이는 파행하는 국회청문회를 보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 동안 공사(公私) 혼동의 극치를 보여준 국회의원의 공천 물갈이와 새 인물 영입에 대한 최소한의 경고(?)를 담고 있다는 의도와도 통하지 않을까.

언론 보도에 의하면 벌써 여당 쪽에서는 ‘40%대의 공천 교체’ 발언에 이어 ‘삼고초려라도 해서 안철수 교수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야당에서도 ‘호남 중진 물갈이’와 ‘수도권에 새 인물을 내세우고 40% 이상 교체’라는 기류가 세를 얻고 있다. 이는 역대 총선을 앞두고 등장했던 뻔한 메뉴로 그들만의 잔치에 모양새를 갖추려는 흑심이 엿보이기도 하나 ‘혹시’ 하는 심정으로 어떤 인물을 교체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일찍이 권력의 내면이 지닌 모순과 허위의식을 통렬하게 간파했던 전국시대 한비(韓非)의 지적이다.

①예부터 친밀하다는 이유로 은근히 호의를 보여주는 자를 불기(不棄: 친구를 잊지 않는 사람)라 했다. 칭찬하는 듯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간악한 자다. 계파를 만들고 끼리끼리 밀어주면서 이권을 챙기는 파벌 정치인으로 보면 된다.

②공공의 재물을 멋대로 나눠주는 자를 인인(仁人: 어진 성품의 사람)이라 했다. 한마디로 국가 예산을 눈 먼 돈으로 여겨 먼저 보는 자가 임자고 적당히 나눠 쓰는 도둑놈들이다.

③봉록을 가볍게 여기고 자기 몸을 소중하게 다루는 자를 군자(君子: 지조있고 신념이 있는 인물)라 했다. 실제 이런 자들은 터무니없는 자기 고집에 빠져 다루기가 힘들다.

④법을 어기면서까지 친족이나 지인을 옹호하는 자를 유행(有行: 덕을 행하는 사람)이라 했다. 이런 자들이야말로 자신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고 여기는 고약한 자들이다.

⑤관작을 버리고 사사로운 교류를 소중히 여기는 자를 유협(有俠: 협기가 있는 인물)이라 했다. 출세에 목을 매지 않았기에 양심적 인사쯤으로 여기기 쉬우나 대개 반체제로 명성을 얻을 뿐 경세의 지략 따위는 없기 십상이다.

⑥세상을 버리고 위에서 내려지는 속박이나 명령을 기피하는 자를 고오(高傲: 몹시 뽐내는 인물)라 했다. 비유컨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법규를 무시하면서 지식인인 체하거나 시대를 걱정하는 우국인사로 행동하는 국민의 본분을 잊은 자다.

⑦사람들과 다투며 윗사람의 명령에 비판적인 자를 강재(剛材: 억센 인물)라 했다. 매사에 긍정적이지 못하고 걸핏하면 험한 소리를 마구 지껄이거나 그런 행위를 용감하다고 여기는 자들이다.

⑧작은 은혜를 베풀어 인기를 모으는 자를 민심을 얻는 사람이라 했다. 한마디로 포퓰리즘을 잘 구사하는 자로 인기를 얻는 데는 능할지 모르나 세상을 바로 이끄는 진정성은 없다.

이들 종류의 사람이 일반 시민으로 살아간다면 나무랄 것이 없겠으나 국회에 가면 국해(國害)의원이 되어 국가에 피해를 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일 테고, 공직자가 되면 관료사회를 부패시키는 인물이다. 따라서 여야 공히 공천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유념하고 또 유념해야 할 선인의 경고다.

길에서 아가씨를 보고 ‘당신은 매우 아름답다’고 하면 나라마다 반응이 다르다고 한다. 한국은 대개 아무 대꾸없이 눈을 흘기며 바삐 사라지지만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닌데 비해 일본에서는 ‘매우 고마운 말씀이다’고 대답하는 것이 일반적. 미국이라면 ‘어머나 그래요. 당신 날 제대로 보는군요’하는 대답을 기대해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 아가씨는 전혀 다르다. 멈춰 서서 ‘그것이 당신과 무슨 상관이냐?’고 따진다.

사사로운 일은 사(私)에 머물러야 하고, 공공성을 가진 일은 공(公)에 있어야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는 법이다. 내년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여야 공히 이를 간과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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