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4년 동안 인천시금고를 운영할 은행으로 신한은행이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이번에 처음으로 광역자치단체의 1금고 운영을 맡았다.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자부심과 함께 불안감도 따라 붙는다. 그래서 앞으로 신한은행이 시금고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한은행이 시금고 운영 은행으로 선정될 때까지 진두지휘한 윤양한(55) 특수고객그룹 인천지역본부장으로부터 시금고와 관련한 유치과정과 앞으로 계획 등을 들어봤다.




“인천시금고 운영 은행으로 선정된 것은 지난 4월 신한과 조흥은행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지자체의 특별회계는 맡았지만 처음으로 일반회계를 운영하게 돼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무척 의미가 큽니다.”

올 초만 해도 신한은행이 인천시금고를 맡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드물었다.

사실 신한은행의 지자체 금고 운영 경험은 미천하다. 이 은행은 지난 1983년부터 2003년까지 청주시금고 일반 및 특별회계를 맡았으며 현재 강원도, 충청북도, 충주시, 제천시, 춘천시, 강릉시의 특별회계를 취급 중이다.

윤 본부장은 인천시금고를 위해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는 지난 7월이라고 밝혔다. 불과 5개월 만에 가장 강력한 상대였던 한국씨티은행과 농협중앙회를 누른 것이다.

신한은행이 인천시금고 선정 경쟁에 나선 것은 인천이 가진 장점을 눈 여겨 봤기 때문이다.

“인천은 송도·청라·영종 등 3개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시내 곳곳에 대규모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다른 지역보다 발전과 역동성이 많은 곳입니다. 인천시금고를 활용해 신한은행이 가진 자원을 투입하면 인천과 신한 모두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통합 이후 신한은행이 국민은행에 이어 국내 2대 은행으로 우뚝 섰지만 고객들이 제대로 모르고 있어 이번에 제대로 알리자는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윤 본부장의 설명이다.

지난 11월에는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인천시금고를 염두에 두고 장기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시·도 금고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윤 본부장은 다른 은행보다 공격적으로 지역 밀착활동을 벌였다.

가장 눈에 띄는 일이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유치 기원 후원금 10억원을 유치위원회에 기부한 점이다. 인천사랑카드를 개발하는 한편 홍보용 플래카드 및 행사지원에도 아낌 없이 투자했다.

지난달에는 지역 내 45개 영업점 직원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2014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의 성공적인 유치를 기원하는 가두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선정 결과 직전에도 신한은행이 유력하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심사 결과, 신한은행이 제1, 2금고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자 다른 은행들은 충격에 빠졌다.

신한은행이 승리하게 된 것은 예상을 뛰어 넘은 기부금과 금리라고 평가됐다. 기부금의 경우 다른 은행보다 3배 정도 많은 580억이나 650억원을 써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0년에는 씨티은행과 통합되기 전인 한미은행이 3년 동안 300억원, 2003년에는 같은 기간 150억원을 제시했다.



“알려진 사실과 달리 이번에 써냈던 기부금은 380억원 수준입니다. 나머지는 조건부로 인천이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 후원은행으로 130억원을 내겠다는 겁니다.”

이 금액도 이번에 같이 제안서를 제출했던 다른 은행의 2배 수준이다. 기부금 액수 때문에 신한은행은 앞으로 인천시금고를 운영하면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본부장은 손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지주 내에 보험, 증권사 등이 있어 이들과 협력하면 금고운영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수익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처음부터 인천시금고 운영에서 수익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이익이 발생해도 인천지역 발전을 위해 쓸 생각입니다.”

일반회계 운영 경험이 없는 신한은행이 달고 다니는 꼬리표는 제대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그리고 일정에 맞춘 전산시스템 구축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들도 윤 본부장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분명히 했다. 금고 업무 경험이 있던 직원들을 선발해 투입하기 때문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OCR 센터 운영과 관련해서는 씨티은행의 계약직 직원 중 신한은행에서 일을 하기로 원하는 사람 모두를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산도 국내 최고의 금고관련 SW 개발 업체와 이미 계약을 맺어 현재와 다른 시스템을 구축한다.

“4월 은행 통합 후 10월까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아예 새로운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신한은행의 IT 기술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윤 본부장은 신한은행이 인천시금고를 맡게 됨에 따라 지역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시적인 일이 신한금융지주 내 관계사의 콜센터 인천 유치다. 이는 신한지주에서 결정했고, 제안서에 넣었기 때문에 공수표가 아니라는 것이 신한은행의 입장이다.

아직 어떤 기업의 콜센터가 인천으로 옮길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LG카드가 유력시되고 있다.

윤 본부장은 “신한은행은 신의성실에 의해 약속을 지키는 은행이기 때문에 콜센터 인천 유치를 믿어도 된다”고 밝혔다.

또 인천지역 내에서 이뤄질 각종 사업에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미 신한은행은 도화구역 복합개발에 코로나 컨소시엄 금융공동 주간사로 참여했으며, 청라지구 국제업무타운 지원을 결정했다. 동북아 최고의 비즈니스 중심이 될 151층의 인천타워 건설 사업과 영종에 추진될 피에르 밀라노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윤 본부장은 오는 11일 선정공고가 나간 후 본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2월5일에 인천시청지점 등을 열 계획이라고 일정을 설명했다. 시·구금고 관련 13개 신규 점포가 인천에 만들어진다.

한편 윤 본부장은 신한지주와 지역 상공인들이 공동으로 출자, 지역 은행을 설립하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국단위의 은행보다 지역은행의 경우 규모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한은행과 같은 전국을 영업권으로 하는 은행이 지역본부를 활성화해 해당 도시에 맞는 차별화된 운영을 하면 더 많은 혜택이 인천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윤 본부장의 생각이다. 이현구기자 h1565@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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