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용두산

일반인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지만 탐험가 최종열씨(53)는 세계 탐험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지난 1996년 세계 최초로 사하라 사막을 도보로 횡단한데 이어 2000년에는 역시 세계 최초로 16,600Km 실크로드를 자전거로 횡단했다. 물론 1987년 겨울 에베레스트에 올라 최고 산악인의 반열에도 올랐다. 충북 제천시 출신인 최씨는 지난 6월13일 제천시청에서 제천시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최씨와 함께 위촉된 산악인 허영호씨(57)도 역시 제천 출신이다. 과연 제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산악인을 배출할 정도로 숨은 명산들이 많다.

경기 가평군은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등 명산들이 즐비하여 주말 산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나 가평 못지 않게 좋은 산들이 늘어서 있는 곳이 제천이다. 수도권에서 비교적 멀게 느껴져 부지런한 산꾼들만 당일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산악회가 아닌 자가용으로 가는 산행은 상당히 여유있게 다녀올 수 있다. 연수구청에서 제천시청까지 169Km, 차량 흐름이 괜찮으면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제천에는 32명산이 있다고 하나 제천시산악연맹은 28개의 명산을 소개하고 있다. 월악산(1,097m)국립공원구역에 포함된 7개를 비롯하여 대미산(1,115m), 금수산(1,016m), 감악산(945m) 등이 홈페이지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곳곳에 고산들이 둘러 서 있는 제천은 가히 등산의 천국이라 하겠다. 제천은 바깥으로 월악산,

소백산, 치악산이 감싸고 있어 높은 고도의 거대한 분지도시라 할 수있다. 한적한 산골이었으나 1991년 세명대학교가 설립되고 2001년 12월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제천시내의 배경이 되는 진산 용두산(873m)은 용머리를 닮은 외형으로 좌우에 송학산, 가창산, 감악산, 석기암 등이 시위(侍衛)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용두산에서 출발한 산맥이 제천시내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 다시 용두산으로 향하는 형국이다. 용두산은 그리 높지 않으나 제천 명산들의 중심에 있어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과연 남한지역 최초로 발견된 구석기 시대 동굴유적인 점말동굴이 용두산 동남향 사면 중턱에 있다.

용두산은 그리 높지 않고 산행기점이 이미 해발 300여m 지점에 있어 비교적 평이하게 오를 수 있다. 일단 산속으로 진입하면 울창한 수목의 상쾌한 향기를 느낄 수 있고, 특히 각종 모양의 소나무들이 등산객들의 눈과 몸을 즐겁게 해준다. 용두산 입구 세명대, 의림지 거리는 가로수로 소나무가 식재되어 있고 등산로 입구에도 수백년 된 소나무들의 집단 서식지인 솔밭공원이 있다. 용두산 산행길은 소나무의 향연이라 할 수 있다.

산행은 크게 2개 지점에서 출발한다. 제천시 청소년수련원을 지나 피재3교 앞 MTB캠핑장에 차를 세우고 출발하거나 제2의림지 우측 용담사 입구에서 출발한다. 전자는 초입부터 상당기간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어서 후자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림지를 지나 제2의림지 우측으로 직진하면 ‘용담사 → 900m’라는 석재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에 주차하고 등산화 끈을 조인다. 용담사 방향으로 오르다 사찰로 진입하지 않고 약 1시간 오르면 119안내표지(용두산 04지점)가 있는 안부에 도착한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40분 정도 능선길 산행을 하면 헬기장이 있는 정상이다. 제2의림지에서 2.5㎞, 청소년 수련원에서 2.1㎞ 거리다.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송한재 방향으로 직진하여 송한재, 영월신씨 5대조묘, 오미재(못재)를 거쳐 피재점에서 왼쪽으로 내려온다. 피재점에서 직진하면 석기암을 거쳐 감악산까지 갈 수 있으나 안내판이 없이 주의를 요한다. 정상에서 감악산까지 10㎞는 대체로 평탄하여 부담없는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피재점에서 20분 걸려 피재로 내려서면 피재3교가 보이고 그 아래로 MTB 캠핑장이 있다.

여기에서 의림지까지 회귀하는 3Km는 아스팔트로 천천히 걸어온다. 한여름 땡볕을 피하려면 개울건너편 소로가 있으나 약간의 먼지는 감수해야 한다. 제2의림지에서 정상에 올라 MTB캠핑장까지 내려오는 거리는 대체로 7㎞,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용두산에는 곳곳에 송전탑이 서 있는데 등산로 중간에도 일부가 가로막고 있다. 필수 공익시설임은 사실이지만 도시의 진산에 많은 철탑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 산행을 마치면 의림지를 반드시 둘러보아야 한다. 국사 시간에 밀양 수산제, 김제 벽골제와 함께 삼한시대 축조된 농사용 저수지라고 배웠다. 과거 충청도를 호서지방이라 부를 때 그 호수가 바로 의림지이다. 제천의 ‘제’(提)도 의림지에서 연유한다. 그러나 실제 삼한시대에 축조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가야금을 만든 우륵, 또는 현감 박의림이 축조하였다고 한다. 1457년 정인지가 대보수공사를 시행하였고, 1910년부터 5년간 3만명을 동원하여 역시 대대적으로 보수하였다. 호수면적은 15만8천㎡, 둘레는 약 1.8㎞로서 현대식 호수공원으로 산뜻하게 단장되어 있다. 지금은 관개용이 아닌 주로 유원지로 이용되고 있다.

제천의 진산 용두산은 대체로 평이한 등산을 허락해 준다. 평안한 기운을 받은 제천은 역시 국민들을 편하고 해주는 연예인들을 유난히 많이 배출했다.

단양 출신이지만 제천고를 졸업한 임하룡씨를 비롯하여 신동엽, 정종철, 김다래씨 등이 개그맨으로, 엄정화·엄태웅 남매, 정웅인, 홍은표씨 등이 탤런트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제천여고 2학년때 ‘그놈은 멋있었다’를 창작한 인터넷 소설가 이윤세(귀여니)씨도 역시 네티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인구 13만7천명의 소규모 도시 제천은 숨어 있는 명산들이 많고 산과 물이 잘 어울어진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힌다. 그리 멀지 않아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제천의 명산들은 복잡하지 않은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우선 진산 용두산부터 시작해 보자. 최임식 투투산악회 hankyy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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