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빈 정치부국장

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 고엽제 불법 매립 파문에 이어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에서도 각종 독성물질이 처리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고엽제가 묻혔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951년 미군에 공여된 캠프 마켓 주변지역의 광범위한 유류 및 중금속 오염은 이미 확인됐다. 지난 2008년 부평구와 2009년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이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양과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벤젠, 납, 수은, 석유계총탄화수소 등이 검출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불법 매립했다는 전직 주한미군의 증언이 나왔고 사실로 확인되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미군의 독성물질 불법 처리 문제는 부천 캠프 아서, 부평 캠프 마켓, 춘천 캠프 페이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평 캠프 마켓의 경우 미군 공병단 건설연구소가 지난 1991년 발간한 문건을 통해 1987~1989년까지 수은, 배터리 산, 용제 슬러지, 석면, 트랜스포머 오일, 폴리염화비페닐(PCBs) 등을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암물질로 추정되는 PCBs는 1989년 448드럼을 한국 업자를 통해 처리했다는 사실만 나타날 뿐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기록을 남기지 않아 미국 회계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기지 내 불법 매립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칠곡 캠프 캐럴의 고엽제와 오염 흙이 부평 캠프 마켓으로 옮겨져 처리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민노당 홍희덕 의원은 최근 지난 2009년 실시된 환경관리공단의 부평미군기지 2차 환경기초조사 결과를 재검토한 결과 맹독성 발암물질이며 다이옥신류로 분류되는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평 캠프 마켓 독성물질 불법 처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잇따르면서 기지 내 공동조사를 요구하는 지역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미국정부와 주한미군은 물론 우리정부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군부대 내부에 대한 한미 공동조사는 SOFA(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한미 행정협정) 환경분과위원회의 사전협의가 필요한데 양측은 캠프 캐럴에 대한 공동조사만 결정했고 조사방법을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드럼통에 담긴 고엽제와 오염 흙이 캠프 캐럴에서 반출됐다는 증언이 나오는 가운데 미군은 토양 시추 없는 지표투과레이더 검사와 일부 지하수 조사를 고집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고엽제 불법 매립이 드러나면서 한미 양국이 표면적으로는 적극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폐를 위해 공조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인천시가 캠프 마켓 주변지역 토양과 지하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 중에 있고 부평구도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미군기지 내부를 조사하지 않고는 환경오염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워 시민 불안을 가라앉힐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정부와 주한미군은 지난 2002년 발생했던 효순·미순양 사건으로 고조됐던 반미감정의 교훈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미국은 부평 캠프 마켓에 대한 공동조사 요구를 수용해 정보 공개,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 적절한 사후 대책 시행으로 인천시민과 한국민들로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의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평등한 SOFA를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상호 신뢰가 깊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해 질 수 있다.

우리 정부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이번 사안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캠프 마켓에 대한 한미 공동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시민들의 불안은 증폭되고 미국은 물론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의 벽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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