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나무가 보호대 때문에 잘렸네요.”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나무보호대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꼴이 됐다.

나무마다 제각각 다른 나무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보호대를 제작, 나무 밑동 일부가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인천시 동구는 지난 17일 동구청 앞 금곡길과 샛골길 은행나무 34그루에 1천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압연강 가로수 밑판 보호대를 설치했다.

가로수 보호대는 인도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가 사람들의 잦은 통행으로 흙이 다저져 비가와도 물이 뿌리까지 닿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이다.

그러나 밑판 보호대는 크기가 일정, 34 그루의 나무 중 9 그루는 크기가 전혀 맞지 않아 나무의 뿌리 일부분을 자르고 들어섰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는 최근 인천지역 학교 동판과 고철 절도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보호대를 철강으로 만들었다는 불만들이 오가고 있는 상황. 올해 남은 예산을 써버리기 위해 사업을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민 장모(53·송림동)씨는 “보호대를 위해 나무를 깎고 설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정말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보호대를 다시 짜야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인하대학교 생명해양과학부 최병희(50)교수는 “나무에 인위적인 해를 가하면서까지 보호대에 맞출 이유가 없었을 것 같다”며 “비록 생명엔 지장이 없겠지만 상처부위를 제외한 부분만 자라기 때문에 나무 밑동이 기형적인 모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위로 솟은 뿌리를 조금 자른 것 뿐”이라며 “구도심의 나무는 타 지역보다 오래돼 물이 스며들 수 있도록 가로수 밑판 보호대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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