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육상효 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영화감독

지난해 영화 '방가? 방가!'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던 육상효(48) 감독(인하대 교수)은 본래 기자 출신이다. 스포츠지 연예부 기자에서 영화 감독, 대학 교수로 변신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영화 연출에 뛰어든 케이스다. 여러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안겨줬던 '장밋빛 인생'이나 '태백산맥', '금홍아 금홍아', '축제' 등은 그가 시나리오를 맡았던 작품들이다.

그동안 만들었던 영화 가운데에는 '방가? 방가!'와 함께 6년전 개봉했던 코믹영화 '달마야 서울가자'가 히트 작품으로 꼽힌다. 특히 이주노동자 문제에다 취업난을 버무려 코미디로 만들어냈던 '방가? 방가!'는 8억 원짜리 저예산 영화임에도 1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고 육상효란 이름을 영화 팬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학생들에게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올초까지 2년간 인천영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인천의 영상문화 발전을 위해 일하기도 했다.

그는 "인천은 공항과 부두, 신도시, 구도심, 섬 등 다양한 도시 공간을 갖추고 있어 영화 촬영지로는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인천이란 이미지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다문화 영화제 같은 영상이벤트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학교수와 영화감독 일 외에 인천의 영상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력이 특이하신데, 스포츠신문 기자에서 영화감독, 대학교수로 변신했습니다.

= 대학때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영화 일은 용기가 없어 못하다가 늦게 시작한 편입니다. 우

연히 신문사에 입사 원서를 넣는 친구를 따라 갔다가 일간 스포츠 시험을 보게 됐고 3년간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입사때 영화 담당기자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연예부에 배치하더군요. 연예인 사생활을 취재하는 업무가 많았는데, 남의 사생활 캐는 게 힘들고 성격도 맞지 않아 그만뒀습니다. 생계문제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80년말이나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영화산업이 열악해 진로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요.

처음에 영화 연출이 아닌 시나리오작업부터 시작했는데.

= 신문사 그만두고 놀고 있는데 부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하셨던 김홍준 감독이 당시 시나리오 작업을 제의해 왔습니다. 신문사 다닐 때 가수 고 김현식에 대해 쓴 ‘사랑의 가객 김현식’을 시나리오화해 달라는 것이었지요. 꽤 팔렸던 책이었는데, 아마 김 감독이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이 때 나왔던 것이 김 감독의 데뷔작인 ‘장밋빛 인생(1995년)’입니다. ‘장밋빛 인생’은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시나리오만은 국내 영화상을 죄다 휩쓸었습니다. 그 때에는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했지요. 나중에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이후에 임권택 감독의 ‘금홍아 금홍아’, ‘축제’ 등을 쓰게 됐고 반은 실업자 상태로 보내게 됐지요. 감독 데뷔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에 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개봉했던 저예산 영화 ‘방가? 방가!’가 흥행에 성공했는데.

=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품이었는데 돈을 못 구해 늦게 찍었습니다. 제작비로 대기업 자본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았고.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현금 4억원, 현물 2억원 등 6억원을 지원 받고 제작자가 2억원을 투자해 8억원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 극장 배급이 쉽지 않겠다 싶어 10개관에서만 개봉하려 했는데, 나중에 대기업에서 300개관에 걸어주겠다고 제의해왔고 결과적으로 1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영진위 지원이 없었으면 제작이 어려웠던 작품이었지요. 흥행할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영진위 지원작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 됐습니다.

‘방가? 방가!’를 만들게 된 배경은.

= 미국 갔다 와서 만든 ‘달마야 서울 가자’ 이후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이 절실하더군요.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코미디로 만들자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습니다. 기획에만 5년 걸릴 정도로 오래 고심해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평시에 사회적 약자인 외국인에 대해 한국에 와서 고통 받고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걸 다문화 포용 차원에서 코미디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현대에는 한국 사회에 외국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우리 삶과는 유리된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런 인식이 강하면 외국인들은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로 격리될 수밖에 없겠지요.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도 우리와 친숙한 이웃이라는 인식이 필요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 인천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인하대에서 영화를 많이 찍었고 인하대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출연해 그런 것 같습니다. 인하대에는 1천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영화에 이들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나왔지요. 주연으로 나온 나자루딘은 인하대에서 한국어학을 전공하던 인도네시아 유학생이었는데, 표정 연기도 좋고 꽤 재능이 있는 친구였습니다. 지금은 귀국해 자카르타 국립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있었으면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타고난 연기력을 갖췄습니다.

‘달마야 서울 가자’도 그렇고, 코미디를 좋아 하는 것 같은데.

= 코미디 영화를 만들다 보니 남들이 코미디 감독이라고 합니다. 사실 좋은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이기도 합니다. 코미디는 진지한 영화가 표현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약자 편에서 웃기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대중과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지요. 코미디를 통해 보여주고 전달할 수 있는 것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콘텐츠문화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 스토리텔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보 전달 방식은 영화나 소설 외에도 다양한데,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느냐는 것을 학문적으로 가르치는 것이지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실용적으로, 또는 오락적으로 살려내 전달할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인천영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도 하셨는데.

= 2009년부터 올해 1월까지 2년간 맡았습니다. 영상위원회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촬영팀에게 촬영장소를 소개하고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하는데, 이 때 인천을 영화 속에 많이 노출시키자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인천은 영화측면에서 볼때 인프라가 약하지만 영화 찍기에 좋은 장소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공항과 부두, 섬이 위치해 있고 첨단 비주얼이 가능한 송도국제도시가 있고 또 사라져 가는 흔적을 간직한 구도심도 있고…. 촬영장소로는 서울보다 더 많을 걸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상을 통해 인천이란 도시 이미지를 홍보하고 도시 브랜드를 높이고 문화를 알리는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인천의 영상문화를 발전시키려면.

= 좋은 영화 촬영지가 많은데 비해 영상문화나 영화제작 인프라가 약한 것이 흠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부산의 경우 국제영화제를 통해 영화도시란 이미지를 굳혔으나 사실 인천은 별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지요. 현상이나 녹음 같은 영화 후반작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치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인천에 영화사 하나쯤은 유치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와 친숙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울에서 촬영팀이 내려오면 숙소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스텝의 집’ 같은 숙소를 만들어 저렴하게 지원하는 방법도 영화 종사자들이 인천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영상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 영상과 관련한 대형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남시의 경우 30억원을 지원해 김훈의 ‘남한산성’을 뮤지컬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문화도시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시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겠지요. 현대인들은 과거보다 영상에 훨씬 더 친숙해진 만큼, 인천이란 도시를 알리고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테마 영화제 같은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개방도시이자 개항도시란 장점을 살려 ‘다문화 영화제’를 개최하는 것은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습니다.

구상하고 있는 차기작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 80년대 대학생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만들 생각입니다. 아마 늦가을쯤에 크랭크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하대 교수를 하고 인천영상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천에 대해 많이 생각했는데, 차기작은 인천에서 많이 찍을 생각입니다. 현재 인천에서 영화를 찍을 만한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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