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때문에 출산 계획을 미뤘는데 내년이 ‘황금돼지 해’라니 시도해 볼려구요.”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에 사는 박숙진(27·여)씨는 지난 4월 결혼한 새내기 주부다.

직장생활도 하는데다가 신혼 기분도 느끼고 싶어 2세 갖는 것은 조금 늦추려했지만 시부모님의 권유로 철학관까지 찾았다.

다가오는 2007년이 60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 해’라 태어날 아이에게 재물운이 따라온다는 설 때문이다.

박씨는 “아이에게 좋은 해라는 말에 철학관에서 임신·출산 날짜를 받아놨다”며 “내년이 좋은 해라니 건강하고 재물복 있는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산부인과 병원과 산후조리원, 철학원 등에 ‘황금돼지’ 바람이 불고 있다.

일반적으로 돼지 ‘해(亥)’는 십이간지상 12년에 한 번씩 돌아오지만 붉은돼지 해인 정해년(丁亥年)은 60년 만에 돌아온다.

오행에서 정(丁)은 불을 뜻해 ‘붉은’ 돼지해라고 부르지만, 2007년은 음양오행을 더 따져 600년 만에 한 번꼴로 돌아온 ‘황금돼지 해’다.

이 해에 태어난 아이는 특히 재물운이 많아 다복하게 산다고 알려지고 보니 느닷없는 임신·출산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인천 남구 서울여성병원은 이달 들어 임신·출산 상담이 20~30%정도 늘었다.

올해가 쌍춘년이라 결혼한 부부가 많은 것도 이유지만 내년에 맞춰 출산하려는 산모들이 상담과 진료를 받기 위해 찾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현재 임신 7~10주 산모에게 임신 축하선물로 황금 돼지저금통을 나눠주는 이벤트도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남동구 I산후조리원, 부평구 W산후조리원도 내년 3, 4월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일반적으로 출산 예정일을 2개월 정도 앞두고 산후조리원 예약을 하지만 내년엔 붐빌 것을 예상한 산모들이 미리부터 예약을 하고 있다.

지역 내 철학원들도 호황을 누리기는 마찬가지.

동구 송림동 H철학원은 하루 2~3건의 임신·출산 날짜 상담을 받고 있다.

올해 초에는 결혼날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임신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점술인 이모(57)씨는 “황금돼지 해에도 태어난 시에 따라 아이의 운명이 틀려지기 때문에 제왕절개를 해서라도 좋은 때 출산하려는 산모들의 발길이 많다”고 전했다.

주부 이정숙(24·간석동)씨는 “쌍춘년인 올해 결혼하면 좋다기에 예정보다 앞당겨 이달에 결혼을 했다”며 “좋은 해 결혼한 부부가 황금돼지 운을 탄 건강한 아이를 내년에 낳을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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