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의 장애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16일 인천 남동구 구월중학교는 여타 시험장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시험이 치러졌다.

시각, 청각, 뇌성마비 등 저마다 장애를 안고 있는 인천지역 수험생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시험은 장애특성별 애로사항을 고려해 모두 7개 교실로 나뉘어 진행됐다.

시각장애 수험생들은 자신의 도수에 맞는 확대경을 준비하거나 3배로 확대된 시험지, 점자 시험지를 받아들었다.

또 청각장애 수험생들은 듣기평가를 대신해 지필 문항으로 대신했다.

또 답안지에 표시를 하기 힘든 수험생들을 위해 다른 시험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대필자가 있는가 하면 지체장애 수험생 부모들도 별도의 대기실에서 기다릴 수가 있었다.

이날 54명의 교사 가운데 13명의 특수교사가 별도로 배정, 수험생들의 상태를 하나하나 살피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수험생들이고 보니 시험시간도 다를 수밖에 없는 법.

청각, 지체장애 수험생들은 비 장애 수험생들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약시나 뇌성마비 수험생들에게는 20분, 손으로 문제를 읽어야 하는 맹인 수험생은 1.5배의 시간이 더 주어진 것이다.

결국 뇌성마비 수험생들은 오후 7시20분, 맹인 수험생은 오후 8시10분이 돼서야 끝마칠 수 있었다.

지체장애인 수험생을 둔 학부모 유영희(45)씨는 “아들이 작곡가의 꿈을 안고 컴퓨터 음악과를 가기 위해 시험을 치렀다”며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만큼 이번 시험도 차분하게 풀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월중 김종현(55) 교감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 장애라는 것은 몸이 조금 불편한 것 뿐”이라며 “수험생들이 최선을 다해 시험에 응해줘 기쁘다”고 말했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