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군단이 힘을 모으면 큰 산을 쌓을 수 있지요.”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인천지사 협의회 홍희자(59·여)회장은 요즘 조그마한 도움의 손길이 큰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88년부터 홀로 남모르게 김장을 담가 소년·소녀가장 10개 가정에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 올해는 2만 포기를 3천 세대에 나눠주기로 한 것.

“처음 김장을 해서 어려운 가정을 도울 때 남편과 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도와주는 남편과 옷에 김치 국물이 묻어도 웃으며 배달하는 아들이 옆에 있었기에 제가 여기까지 왔지요. 숨은 봉사를 하고 난 후의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할 만큼 짜릿했습니다.”

그가 몰래 봉사를 하는 것을 알게 된 그의 5남매가 함께 돕겠다고 나서면서 그의 봉사는 커졌다.

“가족끼리 돈을 조금씩 모아 떡이나 계란 등을 가지고 양로원을 찾아갔습니다. 그게 주위에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같이 동참해 봉사를 해줘 혼자할 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네요.”

96년 적십자 중구 지사 회장 맡으면서 그의 봉사는 더욱 범위가 넓어졌다.

개소한지 만 10년이 되는 무료급식소에 약58만명이 다녀갔으며, 현재 인천지사 회장을 맡으며 4천여명의 회원들이 그를 돕고 있다.

“4년 전부터 1만 포기를 담가 3천여 세대에 나눠줬습니다. 4천여명의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큰일을 해냈지요. 하지만 각 가정에 10쪽 정도 밖에 돌아가지 않아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2만 포기를 하기로 결정했지요.”

2만 포기 김장 계획을 세우니 주위에서도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스폰서들의 도움과 바자회 이익금으로 모인 약 1억원이 이번 봉사를 가능케 했다.

하지만 큰 뜻을 펼칠 그에게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다. 1년에 6천원인 적십자 회비가 잘 걷히지 않아 도와줄 수 있는 가정이 한정된 것.

“적은 돈이지만 뜻을 같이 할 많은 분들이 모인다면 힘든 겨울을 나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민이 참여하는 김장은 1만원 참가비와 후원금으로 150여세대의 어려운 이웃에 연탄과 난방을 지원할 예정이다. 행사는 15일 10시부터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다. ☎ 810-1330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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