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강광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강광(70) 제3대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인천대 미대 교수시절부터 지역사회 운동에 적극 참여한 교수이자 예술인으로 꼽힌다.

1985년 인천대에 재직한 이후 제3대 교수협의회장을 맡아 파행적으로 운영되던 선인학원의 공립화를 주도했고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반대운동 공동대표를 맡아 환경운동에도 참여했으며 인천민예총을 설립해 예총과 함께 인천 예술계의 양대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또 진보단체인 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아 남북간 교류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2005년 인천대 퇴임 후 강화도에 화실을 마련해 그림작업에 매진해오던 그는 송영길 시장 취임 이후 반은 차출되다시피해 인천 문화예술 지원과 발전을 책임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그는 이제 지역 문화예술은 종전의 시민들이 보고 느끼는 것에서 앞으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예술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재단 운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또 재단내에 연구팀을 만들고 지역 문화에술계 인사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문화예술 행사를 진단한 뒤 미래지향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행사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혀 종래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지원사업도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취임한지 보름 정도 지났는데,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열망으로 문화재단이 탄생한 지 6년 정도 지났습니다. 초대 최원식 전 대표이사가

기초를 잘 닦아 어느 정도 기초가 정립됐고, 2대 심갑섭 전 대표이사도 안정되게 잘 이끌어 오셨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문화재단이 과거의 지원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많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과거처럼 시민들이 단순히 보고 느끼는 향수적인 문화예술에서 나아가 시민과 함께 하는 동참 문화예술이 필요해졌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재단 대표이사를 고사하시다가 맡게 된 걸로 알고 있는데.

- 오래전부터 얘기가 나오고 여러 사람들이 맡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 사실이지요. 나이 칠십에 문화재단 대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나는 여러 직함을 가졌었지만 화가로 남을 수밖에 없는데…. 여러 번 고사하다 맡지 않으면 타 지역 인사가 재단 대표이사를 맡을 수도 있다고 설득해 넘어가게 됐습니다. 송영길 시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나 노력도 높이 샀구요. 2014년 아시안게임 시기를 정점으로 남북 관계가 많이 호전되리라 기대하고 있는데 문화 분야에서 남북 교류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애써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학 교수직 퇴임후 그동안 해오던 그림작업도 중단했고, 개인전 준비도 뒤로 미뤄 놨습니다. 3년이 지나면 다시 화가로 돌아가야 겠지요.

예술인 출신으로서 개인적인 문화예술관을 듣고 싶은데요.

- 예술과 문화는 엄밀히 말해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근본적으로 진보적인 변화나 창조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 문화라 할 수 있지요. 예술은 창조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창작자의 영역이고 일반 사람들의 감성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 문화라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문화는 촘촘히 예술의 두께와 폭을 넓혀야 발전하고 활성화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술가는 사회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예술가가 다 그럴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이 잘못됐을때 참여하고 저항하며 변화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창작을 통해 고도의 감성을 표현하는 예술인이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순수 예술 차원에서 본다면 어긋날 수도 있겠지만 예술가 이전에 사회 구성원이란 사실을 잊으면 안되겠지요. 예술인들이 창작만 강조하고 중요한 사회의 변화에 침묵하는 것은 가식이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문화재단의 운영 역점을 어디에 두실 생각인지.

- 문화재단의 주요 사업인 창작 지원은 미래지향적인 인천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이뤄져야 합니다. 그동안 창작 지원금은 문화예술 창작인들에게 골고루 배분하는 측면이 강해 나눠먹기식 지원이라는 인상을 많이 줬고 비판을 받았던 게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미래지향적이고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예술인들에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지원 구조의 변화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문화재단이 예술인 창작공간인 아트플랫폼이나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데.

- 아트플랫폼은 형식적으로 재단이 위탁관리하는 형태인데 외부에서는 직접 운영하는 걸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아트플랫폼은 자체 프로그램을 가지고 운영해야 예술인 창작공간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데, 생긴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힘을 갖추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현재의 관장이 조만간 임기가 만료되는데, 아트플랫폼이 지역사회를 위한 예술인 창작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출신의 관장을 모셔올 생각입니다.

앞으로 아트플랫폼은 순수한 예술인을 창작 공간, 지역사회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아트센터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 나가겠습니다.

영종도서관이나 수봉도서관은 충분한 검토과정이 없어 건립한 뒤 시가 재단에 운영을 맡겼는데, 사실 재단이 맡을 성격의 문화시설은 아니라고 봅니다. 도서관은 어떻게 보면 미술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문화리더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시에 대안을 만들어 줬는데, 수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전문적인 협의기구나 운영기구를 만들어 맡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재단에서는 맡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역 문화예술계 일부에서 재단이 관료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역 예술계와의 연계, 교류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 재단의 사무 직원들이 석박사 위주의 고급인력이 채용되고 서울 중심으로 채워지다보니 지역예술계와 교

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 예술계도 사실 단체 중심으로 직원들을 압박하는 경우도 있구요. 이 과정에서 재단과 예술계 사이에 벽이 쌓인 것 같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예술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현안에 대해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 계획입니다. 이 기구를 통해 지역 예술계의 요구를 반영하고 현안을 정책에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위원회가 고착화되고 고정화된 의견을 나누는 협의기구가 아니라 발전적인 대안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가 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인천에 미술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재단측이 미술관 건립을 주도하는 것은 어떤지.

- 미술관은 꼭 필요한 문화인프라이지만 현재의 시 재정 상태로는 건립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건립에 앞서 초기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시립미술관의 비전을 제시하는데 재단이 일조할 생각입니다. 내년 초쯤에 미술관 건립의 당위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할 수 있는 토론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문화재단의 역할 강화를 위해 생각하고 계신 계획이 있으시다면.

- 사실 문화재단은 시 위탁사업이 대부분으로 재단 고유사업은 많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문화예술인 지원이나 시민사회의 문화행사 지원 집행이나 관리에만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지요. 앞으로는 재단내에 인천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팀을 만들 계획입니다. 인천의 과거 문화예술을 발굴하고 현실태를 점검해 미래지향적인 문화예술 행사를 제시하는 역할이지요. 연구팀 구성은 시에서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 기구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예술 장르나 단체를 집중 지원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문화예술 지원사업은 예총이나 민예총, 전통예술 분야에 걸쳐 회원수대로 관행적으로 지원해온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관행에 변화를 줘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지원금을 주지 않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존 예술단체뿐 아니라 신생 예술단체에도 기회를 확대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재단 일 때문에 상당기간 그림작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신 것 같은데.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대학 교수협의회장이다 부총장이다 민예총 지회장이다 우리겨례하나되기 운동본부 대표다 해서 여러 직책을 맡았었지만 결국은 화가로 남을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개인전을 열기 위해 화집까지 만들었는데 재단을 맡게 되면서 연기해 놓은 상황입니다. 시간이 흘러 대표이사 자리와 개인전이 무관하다는 생각이 들때 전시회를 가질 생각입니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