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로져 옌쉬 EAAF 사무국장

지구촌 철새는 계절을 따라 아홉 개의 하늘 길을 통해 이동한다. 그 중 하나는 동아시아에서 대양주까지, 러시아 알래스카 한반도를 거쳐 호주 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22개국을 거쳐 이어져 있다. 동아시아-대양주(EAAF·East Asian-Australasia Flyway)는 250종 5천만마리 철새들이 이동하는 대로(大路)다.

EAAF는 동아시아-대양주 경로로 이동하는 철새와 철새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위한 국제협력기구다. 철새들이 중간기착지인 각 국가와 지역들이 파트너십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철새 보호 협력에 목적을 두고 출범했다.

2006년 11월 아·태지역 이동성 물새 보전위원회를 해산하고 새로 출범한 기구로, 한국, 호주, 일본, 미국, 중국 등 10개국 정부와 람사르협약국 같은 2개 국제기구, 7개 국제민간단체 등 22개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인천시는 2008년 11월 사무국 유치를 신청해 12월 유치도시로 최종 확정됐다.

EAAF사무국 인천 유치는 국내 이동철새와 서식지 보전에 기여할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철새 감시·보호활동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됐다는 것과 인천이 국제환경도시로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EAAF사무국이 2009년 5월 송도 갯벌타워에 둥지를 틀고 업무를 시작한지 2년째. EAAF사무국의 로져 옌쉬(Roger Jaensch 호주·52) 국장을 만나봤다.

인천와서 생활한지 1년이 넘었다. 인천은 살기 좋은 도시인가. 한국말은 좀 배웠나.

-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다. 직원들 하고도 정이 많이 들었다. 송도는 가족들하고 살기 좋은 도시다. 별다른

불편 없이 살고 있다. 공원과 나무가 많아 산책을 즐긴다. 버스·지하철 요금이 싸서 애용하고 있다.

한국말은 아직 잘 할 줄 모른다. 읽는 것을 먼저 배우면서 한국말과 친해지는 중이다.

인천의 생태 환경은 어떠한가. 생태도시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환경적인 측면에서 국제적인 모범도시가 될 수 있는 가라는 질문이다.

- 인천에는 많은 섬들이 있어 환경자원이 풍부하다. 강화 영종 송도 등 갯벌이 발달돼 있어 이동성 물새들이 서식하기에는 좋은 환경이다. 녹색 숲 갯벌 등 천혜의 조건들이 성숙돼있다. 한국은 이동성 물새들의 서식지다.

인천시가 러시아에서 중국 한반도 뉴질랜드 등과 연계해 이동성 물새보호를 위한 활동을 벌이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이동성 물새들에게 갯벌은 없어서는 안 되는 터전이다. 다른 곳보다 인천에 있는 갯벌이 더 중요한가.

- 이동성 물새들의 여행은 두가지로 나뉜다. 짧은 이동과 장거리 이동이다. 오리 두루미 등은 단거리 이동을 취하고, 저어새 등은 장거리 여행이다.

갯벌에는 갯지렁이 등 이들의 먹잇감이 풍부하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새들에게는 갯벌이 더 중요하다. 지구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새들 대부분이 한국에 들른다. 이들은 갯벌서 먹이를 구하고 쉬어가면서 에너지를 비축한다.

특히 멸종 위기인 저어새 등은 인천에서 번식을 한다. 갯벌이 사라졌다고 상상해 봐라.

지금 인천은 매립과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환경론자들은 환경 훼손이라며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철새를 위해 그것들은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개발과 보존은 병행할 수 없는 것인가.

갯벌인 송도 11공구 매립을 놓고는 찬반 공방이 치열하다.

- 자연보전지역이 많을수록 새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1세기에 무조건 보존은 무리다. 되도록 많이 보호하고 싶지만…. 먹이공간과 서식공간을 최대한으로 제공했으면 좋겠다. 일부지구라도 보전지역으로 설정하는것은 잘하는 일이다.

(우문이겠지만)갯벌과 철새들이 공존하는 방법은 없을까. 현실을 감안한 대안을 찾자면.

- 넓은 갯벌을 매립하면 작은 규모의 여러 지역이 필요하다. 먹이인 갯지렁이가 풍부한 곳. 먹고 살 수 있는 곳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람사르(국제습지보호)협약을 맺은 순천만은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다. 가봤을 텐데 순천만과 인천을 비교하자면, 인천은 열악한 편인가?

- (웃음)아직 못 가봤다. 하지만 정보로 공부는 많이 했다. 순천만과 인천은 비교가 어렵다. 환경이 다르니까. 인천은 전지역 곳곳에 철새들의 서식지가 있다. 순천에는 흑두루미가 살고 인천에는 다른 종의 두루미가 산다. 두 곳 다 아주 중요한 지역이지만 강화갯벌 등은 손에 꼽는 천혜의 자연자원이다. 자연자원을 관광으로 연계해 생태관광을 지금보다 활성화하는 것이 여러모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인천시와 추진하고 싶다.

EAAF 인천사무국이 1년간 활동 정리하자면. 만족할만한 성과도 있었는가.

- 우리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철새 연구와 서식지 보전을 위한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주 임무다. NGO와 과학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 2월 개소식과 함께 환경부 주최(EAAF 사무국 주관, 인천시 후원)로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제4차 회의를 개최했다. 미국, 일본, 호주, 러시아 등 12개국 정부대표와 국제·비정부기구등이 참석해 아·태 지역 철새 및 서식지 보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 방안을 제시했다. 파트너십은 1년에 두 차례 열린다. 이번에는 캄보디아에서 열린다.

지난달에는 전문가들과 워크숍도 열었다. 철새 모니터링을 통해 숫자와 서식처의 상태를 파악하고 어떻게 국제적으로 대처해야하는가를 논의했다. 앞으로도 워크숍은 수차례 열릴 것이다.

인천 NGO 단체들과는 교감을 가져봤나. 남동유수지에 인공 섬을 조성을 주도했다. 송도 갯벌 매립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NGO의 활동에 대해서는 깊숙이 알지 못한다. 다만 협력을 통해 보존을 위한 제언과 조언을 교류하고 싶다.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겠지 않나.

남동유수지 같은 대체서식지는 좋은 방향이다.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서식지 확보가 우선이다.

고향이 호주라고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생태나 철새에 관심이 있었나.

- 생물지리학을 전공했다. 유년시절부터 새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막연하게 새와 습지에 관한 직업을 생각하게 됐다. 자연의 경관에 대한 구조와 기능을 큰 그림 속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철새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것은 그것이 하나다.

‘녹색환경은 미래다’ 누구나 공감하지만 왜냐고 물음표를 달면 선뜻 설명하기 힘들다. 녹색환경안에 철새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어린이들을 위해 쉽게 설명해달라.

- 환경은 고유의 환경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판다 곰은 중국에 가야 볼 수 있다. 많은 이동성 물새들이 지구촌을 여행한다. 강을 건너려면 디딤돌이 필요하다. 여행지 한 곳 한 곳, 즉 중간기착지는 이들에게 ‘생명의 디딤돌’이다.

중요한 디딤돌인 인천이 보호가 안 되면 러시아 캄보이다 뉴질랜드에서 철새를 볼 수 없다. 철새들을 지켜주기 위해 같이 노력하자.

마지막으로 인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그리고 EAFF 인천사무국의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 개발과 보존, 공존은 가능하다. 정치권이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보존안을 병행 수립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트워크 강화가 우선이다. 그것이 기반이니까. 파트너십 회의와 전문가 워크숍 등을 통해 철새 보호에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인천의 곳곳은 둘러봤나. 주말은 어떻게 즐기나. 단풍 구경은 해봤나

- (웃음) 길이 평평해서 걷기 좋다. 바이시클 라이딩도 한다. 북한산 문학산 설악산 등을 가봤다.

한국 전통문화에도 관심 있고, 지리산 반달곰도 만나고 싶다. 곧 그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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