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인재 육성 프로그램 점검 '사람'이 경쟁력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계 초일류 기업부터 국내 중소기업, 정부 및 자치단체, 대학, 심지어 초·중·고교까지 '인재 확보'가 화두다.

특히 동북아 국제허브도시에서 나아가 '경제수도 건설'이란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제시된 민선5기 인천시정에서는 더할 나위없는 과제다.

그러나 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수 중·고생 역외 유출을 시작으로 수학능력시험 전국 최하위권, 각계 인물 부재, 인천홀대론의 악순환 속에 국제도시를 지향해 온 것이 인천의 자화상이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접어든 21세기 도시경쟁력은 '인재 풀(pool)'에서 시작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인천에 인물이 없다'는 것은 결국 인재 양성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물론 지역적으로 서울 도심까지 30분 거리에 놓여있는 만큼, 정치적·경제적으로 수도권에 묻혀 있던 외적 요인도 없지 않다.

▲ 고향 떠나는 어린 인재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 6·2지방선거 후보자 당시 “인천이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며 “이는 우수한 학생들의 유출과 교육 인프라가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그는 “인천의 학력 향상을 위해 교육예산 1조원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 졸업생들이 다른 시·도의 특수목적고로 빠져 나가는 현상이 수능 성적 저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 대로 우수한 중학생들이 고향 인천을 등지고 서울과 경기지역의 특목고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매년 4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2005~2009년 통계에 따르면 인천 소재 중학교 3학년 1천896명이 타 시·도 특목고에 입학했다. 유출 진학 학교별로는 지난 5년 간 수도권 타 지역 외국어고 진학이 850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립형사립고가 225명, 국제고가 12명으로 뒤를 이었다. 예·체능고 입학자도 772명에 달했다.

이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우르르 빠져 나가면서 인천의 학력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린 것이다. 그나마 인천지역내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들도 대학 진학시에는 지역 대학에 등을 돌리고 있다.

교과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7∼2009년까지 인천지역내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에 입학해 지역내 대학에 입학한 사례가 전체 진학생 771명 중 25명에 불과해 3.2%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7대 도시 중 광주시에 이어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부산과 대구는 24.7%와 14.6%, 대전도 23.6%의 비교적 높은 진학률을 보였다.

이에 대해 송 시장은 “우수한 인재들의 유출을 막기 위해 우수 고교와 대학을 육성하고, 지역 도서관을 대폭 확충하는 등 교육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나근형 인천시 교육감도 지난 7월 1일 취임 인터뷰에서 “우수 학생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영재학교와 영재학급을 확대, 설치하겠다”며 “제2과학고를 설립하고, 기존 특목고의 학급도 증설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 ‘인물이 없다’ 인재 부재의 악순환

송영길 인천시장 취임 이후 월드컵 16강 위업을 달성한 허정무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을 비롯해 마에스트로 금난새,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답다’는 미국인 의사 인요한, 이춘희 전 건설교통부 차관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인들이 인천에 모여 들었다.

물론 허 감독은 시민구단인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팀 감독으로, 금난새씨는 인천시향 감독으로, 인요한씨는 송 시장의 특보로 각각 부임했으며, 이춘희 전 차관은 부도 위기에 몰린 인천도시개발공사를 살릴 특급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다.

그러나 이들 중 그동안 인천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인사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송 시장이 취임하면서 인재 부재 극복을 위해 인물 마케팅에 나서면서 이들이 인천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물론 유명세가 뒷받쳐 주든 이들이 갈 곳이 없어 인천에 모인 것이 아닌 만큼, 송 시장은 이들 영입을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놓고 지역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 여론이 적지 않았다. 인물 부재의 상황은 지난 8·8 정부

개각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장·차관을 배출하지 못한 유일한 지역은 인천으로 기록됐다.

심지어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일부 후보자의 경우 정당 공천을 받고 주소지도 인천으로 옮겨오기도 전에 ‘지역 일꾼’ 운운하는 웃지 못할 일도 비일비재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인천 홀대론’은 공허한 메아리로 맴돌다 인재를 키우지 못한 ‘지역 책임론’으로 귀결되기 일쑤다.

인물 부재는 비단 정치권 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 경제허브도시, 국제도시를 표방하기 시작한 최근 10년 간 인천은 5개 대륙 14개국 19개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그러나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가 없다 보니 대부분 형식적인 교류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자매결연 체결을 위해 서로 한 차례씩 방문하고는 각자의 도시 기념일에 외유성 방문에 그치는 사례도 적지않았던 게 현실이다.

인천시 국제협력관실 관계자는 “올해부터 국제교류센터를 통해 교류도시의 전문가 양성 코스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며 “또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외국어에 능통한 전문가 300여명을 인천시 국제고문(54명)과 국제자문관(42명), 시민명예외교관(243명)에 위촉하는 등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젝트 어떻게 할 것인가

민선 지자체가 5기로 정착 단계에 접어들면서 각 시·도가 경쟁적으로 ‘지역 인재 육성’에 매달리고 있다. 인재 양성과 인재 경영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 기반을 갖자는 취지인 것이다.

광주시는 최근 인재 육성 전문기관을 발족했다. 대학과 기업체가 참여하는 (사)인재육성아카데미로 이 곳에서는 소수 정예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가까운 김포시도 지난해 시민장학회 모금운동에 들어가 목표액 31억원을 크게 웃도는 장학금을 모았다. 경북 안동시도 10년 동안 100억원을 목표로 하는 장학회를 최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장학사업 뿐 아니라 지역별로 특목고와 영재학교 등 교육인프라 확충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갖춘 우수한 지정학적 이점을 정책에 반영해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전문가 양성과 인재유출 예방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글로벌 교육허브 조성을 기치로 내세워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10대 명문고 육성과 서울의 인천 출신 대학생을 위한 기숙형 인천영재관 운영, 인천 출신 인사를 비롯해 저명한 유명 인사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인재 육성 프로젝트와 인재풀 운영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인천 출신 인사와 유명 인사를 망라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작업은 막연하게 지역을 위해 일해 달라는 것 보다는 이들에 대한 인천마케팅을 강화해 적절한 인재풀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각급 학교에서 우수한 인재를 키워 이들이 다시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 순환구조를 만드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며 “교육 여건 개선과 인재 육성은 행정기관 뿐 아니라 정치권, 재계,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 각계가 모두 관심을 갖고 함께 힘을 합쳐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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