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자리가 정진 전 감독 사임후 한달이 넘도록 공석인 채로 방치되고 있다. 더구나 예술단 운영기관인 인천시가 후임자 공모는 커녕 적임자 물색에 뒷짐만 지고 ‘나 몰라라’ 방관, 공백 장기화가 우려돼고 있다.

가뜩이나 시립 교향악단이 예술감독겸 지휘자를 못찾아 골머리를 앓으면서 2년이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마당에 극단마저 ‘수장 공석’ 사태를 되풀이, 시의 예술단 운영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분분하다.

인천종합문예회관과 인천시립극단에 따르면 정진 전 예술감독이 지난 2월1일자 임기완료에 맞춰 전격 사임했다.




이는 회관측이 극단 전 단원이 모인 자리에서 현 감독 임기를 6개월 연장, 업적 평가와 이에 따른 연임 여부 결정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직후 빚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 감독의 ‘자발적인 사임’에 대해 해석을 달리하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정 감독은 지난 2년 임기동안 단원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극단을 끌고가고자 했음에도 시의 기대만큼 팀워크를 일궈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 최근들어 시가 이김에 극단 예술감독 상임제 폐지마저 고민하고 있다는 설까지 나돌면서 결국 ‘보이지 않는 사퇴 압력’이 작용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예술단 감독 임기가 완료될 경우 앞서 2개월전에 현 감독의 공적을 평가,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종전에는 시립예술단 운영위원회에서 예술감독 재임을 의결했으나 2003년 조례 개정후 시의 전결사항으로 변경됐다. 이때 재임이 부결될 경우 곧바로 시는 공모에 나서 후임자를 찾는다.

그러나 이번 극단감독 임기 완료를 앞두고 시는 신임 감독을 모시기 위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 감독 본인을 포함, 극단 직원과 단원들조차 연임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진 감독은 “더이상 시끄러워지거나 자존심이 상하기 전에 앞세워진 이유가 개인적인 사임 표명이라면 그대로 하겠다”며 “내 통솔력이 부족해서 극단이 시끄럽다는 데 내보내는 이유를 묻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예술감독은 행정가라기보다 각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이를 데려오는 것인데 예술적 능력을 발휘하는 것외에 행정적인 일 처리와 단원 훈육까지 능숙하기를 원했으므로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벅찬 일”이라며 “후배들과 무언가를 해보려고 왔으나 성취감 없이 그만두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역대 예술감독이 제대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 해온 전력이 있는 극단으로선 이번 사태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극단 내부문제에 원인을 돌렸던 그동안의 상황과는 달리 이번엔 행정기관의 입맛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설상가상 공석사태 해결에 대해 현재 시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신 절대 공모는 않겠다는 입장만 공표한 상태다.
회관 측은 “현재와 같은 감독대우에 만족해서 올 사람은 많다”며 “개별적으로 접촉중”이라고 밝혔다.

극단 관계자는 “통솔력있는 인물이든, 친화력이 뛰어나든, 행정력이 남다르든 누군가 나서야 선택을 할 것”이라며 “기뜩이나 기가 세기로 소문난 인천시립극단이다보니 공백이 장기화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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