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수제두부·평양식만두 전문점 '갈매기의 꿈'

그 시절의 막걸리가 다시 돌아왔다.

아니 돌아왔다는 표현보다는 일대 열풍이라는 말이 맞을 듯하다. 우리의 전통술인 막걸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국내는 물론 일본 등 외국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으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된 대로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한 사께보다 수출된 막걸리가 훨씬 많다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수치일 것이다. 또한 막걸리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전년보다 50%나 급증해 4천500억 원에 달했으며 한국 히트상품 1위로도 선정됐다.

오래전부터 소주와 맥주가 주류를 이루며 우리나라 주류계를 평정해 왔지만 이제는 웰빙 열풍에 힘입어 막걸리가 대세를 이루며 요즘은 어디를 가도 막걸리를 구비해두는 주점이나 음식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막걸리가 한국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고려시대부터다. 당시 신돈에게 주색을 삼가라는 직언을 했다가 파면당했던 유학자 이달충의 시에 '뚝배기가 질그릇에 허연 막걸리'라는 대목이 있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서민의 술이라는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어원 자체도 쌀과 누룩으로 빚어 '막 걸러낸' 술이라는 데서 유래됐다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인천의 전통 막걸리인 '소성주'공장이 있던 부평에서 자란 앤드류박의 옛날 초등학교시절에 동네어귀에서 한가하신 마을어르신들이 모여 윷놀이판을 펼치며 드시던 막걸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리고 어릴 적 감기기운이라도 있을라치면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예방약이 바로, 따끈하게 데워 설탕 한 두 스푼타서 저어주신 막걸리 한 잔이었다.

새콤달콤 따끈한 막걸리 한 잔 마시고 푹 자고 일어나면 감기기운은 어느덧 뚝 떨어지는 말 그대로 신기한 어머니만의 특효예방약이었다.

그런데 옛 어른들이 마셨던 막걸리가 새삼 이제 와서 열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우리들의 몸속에는 막걸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까?

당연히 품질 개선과 전통 및 웰빙을 앞세운 차별화, 소비계층을 대폭적으로 확대한 마케팅 효과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선풍적인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얼큰하면서도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는 막걸리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급상승한 것이다.

◆ 화학주가 아닌 이상적인 발효주 - 막걸리

막걸리는 한국의 전통주로, 탁주(濁酒)나 농주(農酒), 재주(滓酒), 회주(灰酒)라고도 한다. 보통 쌀이나 밀에 누룩을 첨가하여 발효시켜 만든다. 발효할 때에 알코올 발효와 함께 유산균 발효가 이루어진다.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는 6~8%정도이다.

찹쌀·멥쌀·보리·밀가루 등을 쪄서 식힌 다음 누룩과 물을 섞고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켜 술지게미를 걸러 만든다. 이때 술지게미를 거르지 않고 밥풀이 그대로 떠 있는 동동주도 막걸리의 한 종류다.

막걸리 1병의 유산균과 요구르트 100병의 유산균이 맞먹는다. 알코올 도수도 6~8도 안팎으로 맥주보다 조금더 높은데 불과한데다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전문가들은 과하지 않게만 마신다면 어떤 술보다 건강에 유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알코올 성분만 제외하면 영양제를 먹는 것과 같다고도 한다. 막걸리의 성분은 물이 80%, 20%중에서 알코올 6~8%,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 이다. 나머지 10%는 식이섬유, 비타민 B, C와 유산균, 효모 등이다.

또한 막걸리는 몸에 유익한 유산균 덩어리이다. 실제 팔리고 있는 막걸리의 경우 맛과 향, 색깔이 요구르트와 거의 같다. 막걸리 페트병 한 병에는 700억~800억 개의 유산균이 들어있다. 유산균이 장에서 염증이나 암을 일으키는 유해세균을 파괴하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그리고 비타민B2, 콜린, 나아이신, 등이 들어있다. 비타민 B군은 특히 중년남성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 피로완화와 피부재생, 시력증진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막걸리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대장운동을 활발히 해서 변비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도 있다. 또 막걸리는 다이어트도 시켜준다.

* 덧붙여 막걸리 잘 마시는 방법하나 - ‘막걸리는 반드시 흔들어서 마셔야 한다. 그래야 술병 바닥에 가라앉은 귀한 성분까지 모두 섭취할 수 있다.’

◆ 다양한 막걸리와 손수 만드는 안주가 제 맛나는 막걸리집 - ‘갈매기의 꿈’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앤드류박이 처음 경험한 술문화가 바로 ‘막걸리문화’이다. 지금처럼 주머니가 풍족하지 않았던 그 시절, 강의가 끝나면 선배과 동기들 틈에 끼여 학교앞 주점에서 시큼한 김치전이며 고소한 고갈비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세월은 바람처럼 흩어져 어느덧 귀밑머리 희끗희끗해지는 나이가 되니, 요즘 대학가처럼 소비문화가 도를 지나치지 않았던 그 시절의 그 정취가 가끔 그리워지기도 하다. 그럴 때면 앤드류박이 즐겨찾는 곳이 바로 구월동의 ‘갈매기의 꿈’이다. 이 곳에는 요즘 막걸리열풍에 편승해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레몬막걸리니, 녹차막걸리 같은 칵테일막걸리가 아닌 진짜배기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부부인 이종우(50), 윤지선(50)씨가 주인인 이 곳은 1987년 봄 인하대 후문에서 ‘갈매기’ 상호의 막걸리집

을 시작으로 같은 막걸리집인 ‘빛고을’과 다년간 음식점을 운영한 경험으로 3년전 둥지를 튼 곳으로, 몇 해 전에는 초창기 손님이던 대학생들이 중년이 되어 ‘갈매기 20주년 모임’까지 했던 곳이기도 하다.

‘갈매기의 꿈’의 첫 번째 장점은 다양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천의 자랑인 향토막걸리인 ‘소성주’를 필두로 충남 당진의 ‘하얀 연꽃 막걸리’, 부산 ‘금정산 막걸리’, 텁텁한 맛이 풍미인 ‘밀 막걸리’까지 다양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간혹 운이 좋으며 주인이 일 년에 몇 번 직접 누룩 띄워 담근다는 자가제조(自家製造) 막걸리도 맛 볼 수 있다. 다만 요즘 입맛에 맞춰 달짝지근하게 맛을 바꾼 유명 대기업의 막걸리는 손님상에 내지 않는다.

두 번째 장점은 우리 땅에서 나오는 농산물과 제철 해산물을 재료로 직접 손으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안주에 있다. 왠만해선 음식 편견없이 가리지 않고 즐기는 앤드류박이 잘 가지 않는 곳이 바로 민속주점이다. 이유는 네 맛 내 맛도 없는 음식 때문이다. 차라리 한 가지를 하더라도 제 맛내는 것이 중요한데, 대다수 주점들은 수 십 가지에 이르는 음식을 자랑이라도 하듯 메뉴판에 판박이처럼 올려 놓고 있다.

이에 비해 ‘갈매기의 꿈’은 강원도 영월에서 공수한 콩과 전남 신안의 천연 간수로 하루, 이틀에 한번씩 직접 두부를 만들어 손님상에 올리고, 직접 담근 김치가 가장 맛들었을 때 다져서 평양식 김치만두를 만든다. 여기에는 직접 농산물유통업을 한 바깥사장의 신선한 농산물 고르는 눈썰미도 한몫한다.

이렇게 손수 만드는 두부로는 담백한 손두부를 시작으로 두부젓국탕, 해물순두부, 두부김치 등등으로 여기에 수제만두를 더해 두부해물만두전골을 감칠맛나게 끓여 낸다. 또한 굴전, 감자전, 해물파전 등 부침요리와 병어조림, 갈치조림 등 조림요리들도 맛볼만한 차림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갈매기의 꿈’에는 정식메뉴 외에 막걸리파 주당들에게 사랑받는 아주 특별한 메뉴들이 있다. 바로 계절별로 다양하게 바뀌는 제철 음식이다. 봄에는 전남 무안의 햇양파로 만든 햇양파고기전과 알배기 쭈꾸미와 간재미가 차려지고, 여름에는 병어와 서대 등, 가을에는 낙지와 전어 등 , 겨울에는 영흥도에서 올리는 자연산 굴과 멀리 포항산 과메기 등 사시사철 다양한 제철별미가 있다. 워낙 새 맛 찾아다니기 좋아하는 앤드류박이라 웬만해선 한 가게 자주 들리지 못하는데, ‘갈매기의 꿈’만큼은 쥐구멍에 풀방구리 드나들듯이 자주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가운 벗들과 한 자리에 앉아 입맛맞는 안주 몇 가지에 막걸리를 마시다보면 어느덧 목소리 걸쭉하고 후덕한 인상의 바깥주인이 모자란 접시를 보태 챙겨준다. 이곳에 오는 손님치고 주인과 친구처럼 지내지 않는 사람 없을 것이다. 이십 여 년 이상 막걸리집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도 손님을 친구처럼 대해주는 주인의 마음씀씀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늘도 장마끝의 한낮 불볕더위가 길게 드리우고 있다. 생각난 김에 저녁에 반가운 친구들 몇 모아 시원한 막걸리 한 잔 기울여야겠다.글·사진=앤드류박 key-agency@hanmail.net

◆ 앤드류박의 맛평가

- 맛 : ★★★★☆

- 가격 : ★★★☆☆

- 서비스 : ★★★★☆

- 위생 : ★★★☆☆

◆ 업소정보

▲상호 : ‘갈매기의 꿈’(대표 : 이종우)

▲주소 : 인천 남동구 구월3동 1368

▲위치 : 구월동 문화예술회관에서 수협사거리방향 우측 첫 번째 골목 안

▲영업시간 : 오후 3시~오전 2시, 연중무휴(명절 제외)

▲화장실 : 매장내 1층

▲문의 : ☎032-433-2030 / 011-386-5834

▲TIP : 주말·저녁시간에는 자리가 붐비니 미리 예약하는 것이 편리. 또 제철마다 상차림하는 메뉴가 달라 골라 맛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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