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서한샘 잎새방송 회장

1980년대 ‘밑줄 쫙∼’이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전국 학원가에서 스타강사로 유명세를 탔던 서한샘(66)잎새방송 회장이 고향 인천으로 돌아왔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낙선된 이후 2002년 인천을 떠났던 그였다.

80년대 명강사로 서울 학원가를 중심으로 자리를 굳힌 서 회장은 1991년 서울교육위원에 당선된 이후 재선 위원으로 활동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제의로 1996년 15대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인으로 변신해 있었으면서도 아이들을 가르칠 때의 흥분과 만족감을 늘 그리워했던 것 같아요. 16대 총선에 실패하고 다시 아이들 앞에 서야겠다는 결심을 굳혔죠.”

그 때부터 서 회장은 정치와의 인연 끊기 수순에 들어갔다. 수순이랄 것도 없었다. 그냥 연락을 두절하고 교육계로 돌아갔다. 그럴려면 자신의 지역구였던 인천 연수구에서부터 나와야 했다.

연수구에 살다보면 선거때마다 ‘정치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들릴테고 그렇게 되면 교육사업에 여생을 받치겠다는 다짐도 흐트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처를 서울로 옮기고 줄곧 학원 일과 아이들 학습지도에 매달렸다. 다행이었다. 지금 중·고생을 둔 학부모들이 자신을 ‘정치인 서한샘’이 아닌 예전의 ‘명강사 서한샘’으로 기억해준 것이다.

학창시절 3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학원강의실에서 그냥 먼 발치에서, 때론 창문 너머 서한샘의 강의를 듣던 그들이었다. 꿈많던 10대에 서한샘 강의를 들으려고 구름처럼 몰려다니던 그들이 30년의 세월을 훌쩍 흘려보내고 불혹의 나이에 옛 은사를 만난 기쁨, 그런 것이었다.

서 회장도 이순(耳順)을 훨씬 넘긴 나이지만 아이들과 교육열에 찬 학부모를 만나면 흥분되고 절로 신이 났다.

2002년 지방선거를 끝으로 교육계로 회귀했으니 꼭 7년만의 복귀였다.

“교육계로 돌아와 생각하니 내가 인생 3모작을 산 기분이에요. 1모작은 학원강사로, 2모작은 정치인으로, 3모작은 다시 교육인으로 사는 셈이지요.”

그의 3모작은 다시 고향 인천에서 시작했다. 이를 위해 정계 은퇴후 7년간 준비한 선물도 풀어놨다.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인천에 인터넷 교육방송사인 ‘잎새방송’을 설립한 것이다. 잎새는 ‘Incheon internet Broadcasting System Education’라는 회사 영문 이니셜을 조합해 만든 우리말 회사이름이다.

28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우림라이온스밸리 A동 512호. 잎새방송 회장실은 여느 회장방과 달리 회의실 같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7년만에 만난 서 회장은 정치인 명함이 아닌 잎새방송 회장직함이 적힌 명함을 건넸다. 명함 뒷면에는 굵은 영문으로 ‘No Child Left Behind(한 아이도 뒤처지지 않게!)’라고 적혀 있었다.

▲ 인생 3모작 중 어떤 때가 가장 행복했나요.

-열정적으로 살면 모든 시기가 행복한 것 아닌가요. (특유의 정감어린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

▲ 잎새방송의 인터넷 강좌 커리큘럼을 보면 정말 ‘교육의 달인’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면 사교육비가 정말 큰 문제입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간에 학력격차도 더 크게 벌어지고, 그러다보면 교육을 위해 서울 목동과 강남으로 이주하게 되고, 이는 곧 우리사회의 양극화 양상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되돌아 온 겁니다.

잎새방송은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자는 시도로 출발했습니다. 즉 공부 잘하는 상위 몇% 학생들을 두둔하기 보다는 학업이 뒤쳐진 아이들을 끌어올려 경쟁구도를 갖게 하고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부여해 궁극적으로 교육복지를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 잎새방송이 지난해 9월 출범과 함께 ‘I Start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는데 그것도 이같은 맥락인가요.

- 아이 스타트 운동은 쉽게 말하자면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방과후 혹은 가정학습에 잎새방송의 인터넷 교육방송 시청을 통해 먼저 사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고 동시에 자기 주도의 학습능력을 키워 교육복지를 실현하자는 일종의 교육부흥 운동입니다.

여기에 기업과 독지가의 후원을 장학사업으로 연계하고, 고학력을 소유한 학부모를 멘토교사로 위촉, 아이들의 학습을 관리하도록하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수준높은 방과후 수업을 제공할 수 있어 큰 사회문제 두 가지를 일거에 해소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 I Start 운동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 지난해 하반기 시범가동이 끝난 직후 올 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는데 벌써 2만3천132명이 아이 스타트운동의 장학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이들 학생들을 제외하고 순수 잎새 교육방송을 시청하는 회원학생만 2만1천500명에 달하고, 잎새방송을 찾는 누적 방문자도 현재까지 47만9천900여명에 달합니다.

잎새방송이 인터넷을 통해 교육방송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안된 상황을 고려하면 선풍적인 인기다. 국영방송인 EBS의 교육프로그램이나 서울의 강남구청이 운영하는 인터넷 수능방송이 대학입시를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 잎새방송은 초·중등 교육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서 회장의 설명이다. 기초부터 다져나가 자기주도의 학습능력을 키우자는 전략에서다.

잎새방송의 온·오프라인 교육 콘텐츠는 학생에 따라 초등 4학년부터 대입종합반까지 총 11개 영역으로 구분된다. 여기에는 학부모특강과 테마학습 콘텐츠도 포함된다. 학부모 특강에는 교육전문가의 교양 강좌 등이, 테마학습 콘텐츠는 시사와 독서, 영어심화, 수학심화 등으로 짜여져 있다.

이들 영역별로 올해에만 이미 총 4천31개 강좌가 개설됐다.

특히 서 회장이 전력하고 있는 부분은 초·중등 방과후 수업이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보다는 인터넷 교육을 학부모 관리학습과 병행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 회장은 “인터넷 강좌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각종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개설되고 있으나 대학입시 위주의 국영 및 공익방송을 제외하고는 사실 사교육에 버금 갈 정도로 큰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잎새방송은 학력격차 해소라는 공익에 목적에 두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1년 간 잎새방송을 시청하려면 3만원의 연회비를 납부해야 하는 만큼 한 달에 2천500원 밖에 들지 않는다. 아이스타트 운동이 바로 이 비용을 장학사업과 연계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잎새방송이 부평구에 둥지를 튼 것에 대해 서 회장은 “연수구하면 정치인 서한샘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 교육수요가 많은 부평구를 택하게 됐다”며 “특히 서울의 유명 강사들을 인강(인터넷 강의)에 세우려면 서울의 목동 스튜디오와 가까운 곳이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4월에는 집도 서울에서 부평구 부개동으로 옮겨왔다.

인천에서 낳고 자란 그에게 인천은 그가 말한 인생 3모작을 품어준 고향이다.

서울대 사범대학에 입학하고도 가정형편에 어려움을 격자 등록금을 선뜻 내준 것도 그의 모교 동산고등학교였다. 사법대학 졸업 후 서울의 공립학교 교사로 배정받았을 당시 사립인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쳐 달라는 요구가 오자 공립학교를 마다하고 모교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한 그다.

스스로 7년간의 정치생활을 ‘외도’라고 말한 서 회장이 교육CEO로 인생 제3막의 진앙지로 고향을 택한 것은 자신을 키워낸 인천에 대한 보은(報恩)은 아닌지, 인천 교육계가 그의 행보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글=박주성기자 jspark@i-today.co.kr 사진=김성중기자 jung@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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