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가 경인운하(아라뱃길)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본계획과 달리 굴포천 본류 종점에 체절(물막이 공사)을 시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월 경인운하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저지대인 계양구 상야동 일대의 침수를 막기 위해 굴포천 본류 종점에서 연결수로 우안까지 406m 구간에 물막이 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실시설계 과정에서 물막이 공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이 국책사업 점검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확인하고 감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인운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이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경인운하에 대해 경제성이 부풀려졌고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운하 내에 갇힌 수질악화로 인해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도 경인운하의 물류 기능에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방침이어서 경인운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인운하는 기본적으로 홍수 예방을 위한 치수사업이다. 굴포천은 유역면적 134㎢로 유역에 살고 있는 주민만 150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지난 1987년 엄청난 홍수 피해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방수로 건설계획이 세워졌다. 홍수기에 방수로를 통해 물을 서해로 빼냄으로써 굴포천 유역의 홍수 피해를 항구적으로 예방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방수로의 저폭을 확장해 운하를 건설하는 방안이 나오면서 치열한 찬반 논란이 빚어졌고 사회적 합의에 실패했으나 정부는 경인운하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경인운하를 반대하는 쪽에서도 굴포천 방수로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경인운하 건설이 이루어지든 혹은 당초 계획대로 방수로만 만드는 것으로 변경되든 이 사업의 본질은 홍수 예방이다.

수자원공사가 명확한 설명 없이 물막이 공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계획을 바꾼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수자원공사는 상야동을 포함해 굴포천 하류에서 운하로 물을 뺄 수 있도록 노선이 조정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인천시는 감사원 감사 결과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홍수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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