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1일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다음과 같은 한 건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지난 5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제안한 나노광학현미경 측정법에 대한 규격(안)이 3개월간의 투표결과 정회원국 만장일치의 찬성으로 채택되었다.’
10의 -9승에 해당하는 숫자를 의미하는 ‘나노’. 1나노미터(nm)가 10억분의 1m이니 점보다도 작은 단위인데, 나노광학현미경은 그런 나노단위 물질을 컬러로 볼 수 있는 최첨단 기기이다. 그러나 나노광학현미경 기술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규격이 없어 측정때마다 큰 오차 발생으로 인해 나노산업으로 응용에 걸림돌이 되어왔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규격이 국제규격으로 채택될 경우 나노재료 분석 뿐 아니라 단일 세포수준의 이미지 분석에도 활용이 가능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 인천대 물리학과 김정용교수(37)가 있다.

▲나노광학현미경 측정법에 대한 우리의 국제규격(안)이 채택됐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노기술은 물리·재료·전자 등 기존의 재료 분야들을 횡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영역을 구축하고, 기존의 인적 자원과 학문 분야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유도한다. 크기와 소비 에너지 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최고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으므로 고도의 경제성을 실현할 수 있다. 미국·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국가적 연구과제로 삼아 연구하고 있을 만큼 미래 세계를 지배하는 주요 핵심기술이다. 이미 각 국은 이 분야를 선점해 주도적으로 이끌고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제안한 국제규격안이 채택되었다는 것은, 나노기술의 산업화를 위한 표준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앞으로 주도권을 쥐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원자현미경 기술분야 ISO 국제간사국이며 동시에 국제의장직(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해성 박사)도 맡고 있다. 이번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앞서 나노기술 표준을 개발함으로써 나노표준분야 세계 제1위의 고지를 확보할 수 있는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사실 ‘국제규격’이 정해진다고 해도 모든 나라에서 꼭 이 규격을 채택해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다. 다만, 호환성과 국제수준의 연구수행을 위해서는 이 규격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수한 성능의 여러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대부분이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것이 그 비슷한 예다.
국가적으로 막대한 수익이 기대된다거나 하는 점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나노광학기술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때문에 각국은 국제규격표준안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나노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미국 UPI통신은 얼마전 뉴욕에 본사를 둔 나노기술 조사 분석 기관인 ‘룩스 리서치’의 조사 결과 한국의 나노기술 수준은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반도체용 나노박막의 불순물 분석방법을 국제규격화 한데 이어 2006년에는 IEC(국제전기위원회)내에 나노분야 기술위원회(TC 113) 설립(06년 5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탄소나노튜브의 평가방법도 세계최초로 제안(06년 3월15일)하는 등 현재 3개의 규격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어 진행 중이다. 올해 12월에는 ISO 나노기술 표준화 총회도 국내에서 개최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나노기술표준화의 세계적인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김 교수께서 이번 국제규격(안) 추진에 관여하게 된 계기와 과정은.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국제 표준화 기구인 ISO(International Standardization Organization)내에 원자현미경 분과위원회를 출범시키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이 분야의 ISO 국제간사 및 의장직을 수임한 바 있다. 나 역시 나노광학현미경 분야 전공자이므로, 이 분야 전문가그룹에 포함돼 위원으로 활동했다. 나노광학현미경 분야는 바로 이 원자현미경 분과의 소속 분과다. 나노광학현미경의 국제표준도 마련해야 할 시기라는데 우리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해 기술표준원과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
각 나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과위원들과 작업과정에 대한 의견을 수시로 교환하는 한편 이메일 서베이, 각 나노광학현미경의 프로토콜 장단점 분석, 실험방법 등을 달리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 체크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격(안)을 제시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특정 국, 특정 기업에서 생산한 나노광학현미경에 유리한 규격을 내놔도 안되기에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규격을 도출하는데 역점을 뒀다.
이번 규격안 연구에는 인천대학내 나노광전자연구실 연구생들의 밤낮을 잊은 연구와 실험이 큰 바탕이 됐다. 그리고 지난 8월 8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새로운 국제표준으로 채택이 된 것이다.
▲앞으로 이 표준안이 바로 적용되는가.
-그렇지 않다. 이번 결정은 ‘한국이 제안한 안을 받아들이며 한국이 중심이 돼 향후 최종 규격을 도출하도록 책임을 부여한다’는 의미이므로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국제표준규격의 제정단계는 예비업무항목 (PWI, Preliminary Work Item)-신규작업 항목제안 (NP, New Work Item Proposal)-작업초안 (WD, Working Draft)-분과위원회안 (CD, Committee Draft)-국제규격안 (DIS,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최종국제규격안 (FDIS, 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국제규격 ( IS, International Standard)의 절차를 밟는다. 앞으로 여러 절차를 거치며 36개월 이내에 표준안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나노광학현미경 분야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93년 대학(물리학 전공)을 마친 후 미국 유학을 떠났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 나노광학현미경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이 10여곳에 불과할 만큼 이 분야가 생소했다. 레이저광학실험실에서 일하던 중 지도교수의 권유로 나노광학분야 연구를 하게 됐다. 당시 나노광학현미경 연구로 학위논문을 취득한 사람이 국내에서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이었지만, 내 적성에 맞았고 계속 연구하고 싶은 의욕이 생겨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사실 나는 엔지니어적인 성향이 강해 나노광학현미경을 직접 구축하고 세팅하는데 더 관심이 많다. 그러나 이번 국제규격안 추진작업에 참여하면서 이 또한 의미가 크며 내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외국의 경우 신기술표준 연구는 학문영역과도 겹쳐져 노벨상 수상자도 나올 만큼 연구가 활발하다.
▲김 교수께서는 나노광학현미경 관련 특허출원을 비롯해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가 지난 5년간 20차례 이상 되는 등 연구활동이 활발하다. 향후 계획은.
-나노광학현미경이 기존의 현미경들보다는 월등히 낫지만 아직 미비한 점도 많다. 융합·복합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노광학현미경과 원자현미경이 통합된 장비를 개발하고 싶다. 연구 시작단계이므로 실현 가능성을 점칠 수는 없으나, 그런 장비를 만들어 전세계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국제 표준 업무 역시 계속 수행할 것이다. 인천대 및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꾸준히 전공분야 연구를 계속하겠다. 손미경기자 mimi@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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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광학현미경이란?>

나노광학현미경(NSOM, Near-field Scanning Optical Microscope)은 근접장 주사광학현미경이라 부른다.
기존의 광학현미경으로는 불가능했던 나노 영역에서의 광학적 특성 분석은 물론 반도체 나노구조물 제작이 가능하고 세포막에 박혀있는 단백질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등 물리학 뿐 아니라 화학, 생물학, 공학 등 광범위한 나노산업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분석도구이다.
광학현미경으로 나노세계를 볼 수 있을까. 그렇다.
DNA 구조(지름 2나노미터)도 나노기술과 광학현미경 기술의 합작품인 나노광학현미경을 통해서라면 분석이 가능하다.
초·중·고 시절 사용한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양파의 속껍질을 관찰하면 맨눈에는 반투명한 막으로 보이던 속껍질이 실제로는 2차원의 수많은 세포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다양한 색상도 드러난다. 식물 세포의 크기가 10㎛ 정도이므로 우리 눈에는 2~3㎜ 크기로 보이는 셈이다. 그러나 나노광학현미경은 이보다 1만배를 더 확대해 세포핵 속의 DNA 2중 나선구조도 볼 수 있다.
전자현미경이 전자파장을 응용해 물체를 보는 것이라면, 나노광학현미경은 말 그대로 빛을 매개체로 하는 현미경이다. 흑백으로 보이는 전자현미경과 달리 컬러이므로 분자의 구조나 물질 특성 등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빛의 속도를 갖는 광 반도체 개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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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용 교수 약력>
◇주요 약력
▲93년 고려대학교(물리학) 졸업 ▲98년 미국 신시내티대학 졸업 ▲98~2000년 일리노이대학 박사후 연구원 ▲2000~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현 인천대 물리학과 조교수

◇주요연구실적
1. 다기능 NSOM프로브용 광학계 기술 개발(2005. 4, 특허출원)
2. AFM/NSOM 일체형 장비를 이용한 NSOM 기술의 표준화(NSOM 기술의 표준화 연구, 2006.8. ISO TC201 국제 표준채택)
3. 살아있는 세포의 고분해능 형광/라만 영상을 위한 LSCM spot 최적화 기술 개발(2004.07~2006.07)
4. 근접장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금속나노구조에서의 표면플라즈몬 여기현상 연구 (2002.07~2003.06)
5. 분자스위칭을 이용한 다중캔티레버형 고밀도 나노광디스크 기술(2001.10~2002.02, 특허 등록)
6. 50nm 비트사이즈 구현을 위한 고밀도 SDS 미디어기술 개발(2000.06~2001.12, 특허등록)

◇최근 연구논문 발표실적
SCI 논문 19편, 비 SCI 논문 1편, 지적재산권(출원 수 1개, 등록 수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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