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어]서울전 결승 데뷔골 DF 이세주

3년8개월 만에 서울을 이긴 인천, 지긋지긋했던 '서울전 11경기 연속 무승 징크스'를 드디어 깼다. 지난 9일 징크스를 한방에 날려버린 주인공은 바로 '인천의 구세주' 이세주였다. 그는 후반 40분에 교체로 들어가, 1분만에 헤딩으로 골을 성공시켜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프로데뷔 5년만에 데뷔골을 신고하며 인천에 새롭게 떠오른 '핫 플레이어' 이세주를 만나보자.

- 인천의 ‘구세주’로 떠오르며 인천 유나이티드를 새롭게 장식한 스타가 되었는데 인기를 실감하는지.

▲경기 끝나고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친구들이 “야. 텔레비전에 MBC틀어도 너 나오고, KBS틀어도 너 나오더라”하는데 그제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제가 컴맹이라 인터넷을 잘 안해서 몰랐는데, 인터넷에도 기사가 엄청 많이 떳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부터 열심히 기사도 스크랩하고, 제가 나온 방송도 보려고요. 사실, 경기 시작 전에 장내아나운서가 하는 ‘인천의 구세주-이세주’ 라는 멘트가 내심 좋았는데, 앞으로 ‘구세주’라는 별명이 더욱 좋아질 것 같아요.

- 작년 인터뷰에서 꼭 이기고 싶은 팀이 ‘서울’과 ‘수원’이라고 했다. 수원도 잡았고, 특히 서울은 이세주 선수가 잡은 거나 다름 없는데.

▲수원경기도 정말 기분 좋았지만, 서울을 이긴 것은 꿈만 같아요. 그것도 제 머리에서 나온 골로 이겨서요. 경기 끝나고 크로스를 제 머리에 딱 가져다 준, 재호형한테 고맙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재호형이 “야 임마, 내가 더 고맙지.”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함께 뛴 형들한테도 형들 덕분에 이겼다고 감사인사를 전했어요. 그 날 경기, 진짜 우리 팀 잘 뛰었거든요. 영상으로 다시 봐도 경기 재밌게 했어요. 재밌었던 경기 관중들도 많아서 좋았고요. 제 골은 함께 잘 뛴 선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시즌 총13경기를 뛰면서 기대주로써 활약을 했다면, 이번시즌은 전반기 12경기 중 총 8경기를 뛰었다, 이대로라면 후반기에는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 같다.

▲저랑 자리가 겹치는 선수가 (윤)원일이 형이거든요. 저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사이드어택이고, 원일이형은 노련미가 돋보이는 플레이어죠. 때에 따라 누가 경기에 투입될지 모르거든요. 항상 긴장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솔직히 후반기 때에는 더 많이 뛰고 싶어요.

-수비수로써 특별히 ‘이세주’란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골을 넣고 서포터즈 앞으로 뛰어가 자신의 등번호를 양손 엄지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로, 확실히 이름을 어필한 것 같다.

▲솔직히 저도 병수처럼 ‘세리머니 3종세트’ 하고 싶었거든요. (강)수일이랑 춤도 추기로 했고, 감독님한테 달려가 안기려고 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서포터즈석으로 달려간 것 밖에 하지 못했어요. 사실 골 넣고 정신없어서 못한 것도 있어요. 다음엔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 체력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소문으로는 ‘부모님이 고깃집을 운영하는데, 어릴 적부터 좋은 고기를 먹고 자라서’라는 말도 들리는데.

▲체력은 진짜 좋아요. 타고 난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엄마가 보약을 챙겨줘도 (쓴 맛이 싫어서) 후배들 줘버리고 안 먹었거든요. 그래도 특별히 힘들거나 지치거나 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진짜 고기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참고로 저는 돼지고기 좋아해요. 쫀득한 목살 이런 거요.

-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이 얼굴이 독특하게 생겼는데 특별한 별명이라도 있나?

▲작년에 꽃보다 남자 유행할 때 구준표를 바꿔서 친구들이 ‘이준표’라고 불렀어요. 팀 형들이 제 얼굴만 보면 잘생겼다고 놀리고요. 아 그리고 어떤 팬은 지나가면서 저한테 ‘이세주 선수 정말 잘생겼어요! 하고 지나가는데 그거 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 인천에서 성격 좋기로 소문난 선수가 이세주 선수라고 들었다. 뒤끝 없고 털털하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축구할 때도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축구할 때는 성격이 많이 달라져요. 은근 소심해 진다고 해야 하나. 내가 볼 한번 뺏기면 잠도 잘 안 오고, 실수 한번 하면 내 탓을 엄청 많이 하고요. 그래서 다음날 더 죽어라 하고. 그런 성격이 축구하는 것에도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인천에 입단해서 벌써 프로5년차다. 이제야 빛을 봤는데,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다.

▲제 좌우명이 고진감래(苦盡甘來)예요. 제가 중학교 때 처음으로 접한 사자성어인데, 그 뜻이 아직도 좋아 제 좌우명으로 삼고 있어요. 사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총 8경기밖에 못 뛰고 벤치에 앉아있었어요. 선수가 경기를 못 뛰는 스트레스는 말도 못해요. 이러다 팀에서 쫓겨나는 거 아닌가 불안감에 떨기도 하고. 하지만 결국 이렇게 골도 넣고, 인터뷰도 하는 날이 왔잖아요. 열심히 하고 기다리면 언젠가 좋은날이 온다는 거 믿어요.

- 이세주 선수의 프로 첫 팀. 인천 유나이티드에 대한 마음이 각별할 것 같다.

▲서울사람처럼 안 생긴, 서울 토박이이지만, 마음만은 인천사람 다 된 것 같아요. 지금 마음은 인천팀에 평생 있고 싶어요.

하지만 축구선수는 자기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할 수 만 있다면 나중에 다시 인천에 돌아와 후배들이나, 어린 축구꿈나무들을 가르치며 인천에 끝까지 몸담고 싶습니다.

- 원래는 공격수였던 걸로 알고 있다. 골 맛을 아는 공격수에서, 사이드 윙백으로 변경했는데 현재 포지션에 만족하는지.

▲이 자리 완전 재밌어요.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하고. 가운데에서 플레이하는 것 보다, 사이드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가면서 플레이 하는 것이, 제 성격이랑 맞는 것 같아요. 제가 플레이할 때 너무 공격적인 성향이다 보니 가끔 지적도 받지만, 앞으로 그 점은 보완해 나가면 되는 거고요. 다만 공격수보다 주목을 덜 받는 자리다 보니, 열심히 해도, 잘해도 눈에 잘 띄지는 않는 건 있죠. 공격수뿐만 아니라 다른 포지션 선수들한테도 눈길 많이 주세요.

-현재 팀 분위기는 어떤지. 컵대회에는 어떤 멤버가 나올지도 궁금하다.

▲다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과 같이 후반기 뛰자고요. 전반기 6위로 마쳤잖아요. 플레이오프 진출 안정권이라 안심 하면서도, 아직 컵대회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다들 긴장 늦추지 않고 있어요. 컵대회에는 신인선수들이 투입될 수 도 있을 것 같고, 후반기 때 경기감각 잃지 말라고 기존 멤버들 나올 가능성도 있고요. 그건 경기장에 와서 지켜봐주세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제가 앞으로 경기에 들어가서 골을 또 넣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요.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살릴 건데요, 골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멋진 골 많이 보여드린다는 약속은 못 드려도, ‘사이드어택으로써 진짜 괜찮은 놈’이다. 라는 소리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뛸 테니까 관심 갖고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지난해까지 제가 뛰는 2군경기까지 와서 응원해주던 ‘소녀팬’이 있었는데, 이번시즌부터 보이지 않아요. 공부하느라 경기장에 못오는 것 같은데, 그 소녀팬에게 ‘오빠 한골 넣었다.’라고 전해주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인상이 약간 무서워서 팬 분들이 많이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은데, 저 재밌는 놈이니까요 많이 다가와주세요. 항상 응원해주는 팬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글=김지혜utd기자 hide5-2@nate.com 사진=남궁경상utd기자 boriwool@hanmail.net

No.13 / 1987.10.02 / 177cm 73kg
출신교 : 용강중-주엽공고
프로입단 : 2006 인천 유나이티드(29경기 출장 1득점 1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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