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어]서울전 결승 데뷔골 DF 이세주
- 인천의 ‘구세주’로 떠오르며 인천 유나이티드를 새롭게 장식한 스타가 되었는데 인기를 실감하는지.
▲경기 끝나고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친구들이 “야. 텔레비전에 MBC틀어도 너 나오고, KBS틀어도 너 나오더라”하는데 그제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제가 컴맹이라 인터넷을 잘 안해서 몰랐는데, 인터넷에도 기사가 엄청 많이 떳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부터 열심히 기사도 스크랩하고, 제가 나온 방송도 보려고요. 사실, 경기 시작 전에 장내아나운서가 하는 ‘인천의 구세주-이세주’ 라는 멘트가 내심 좋았는데, 앞으로 ‘구세주’라는 별명이 더욱 좋아질 것 같아요.
- 작년 인터뷰에서 꼭 이기고 싶은 팀이 ‘서울’과 ‘수원’이라고 했다. 수원도 잡았고, 특히 서울은 이세주 선수가 잡은 거나 다름 없는데.
▲수원경기도 정말 기분 좋았지만, 서울을 이긴 것은 꿈만 같아요. 그것도 제 머리에서 나온 골로 이겨서요. 경기 끝나고 크로스를 제 머리에 딱 가져다 준, 재호형한테 고맙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재호형이 “야 임마, 내가 더 고맙지.”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함께 뛴 형들한테도 형들 덕분에 이겼다고 감사인사를 전했어요. 그 날 경기, 진짜 우리 팀 잘 뛰었거든요. 영상으로 다시 봐도 경기 재밌게 했어요. 재밌었던 경기 관중들도 많아서 좋았고요. 제 골은 함께 잘 뛴 선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시즌 총13경기를 뛰면서 기대주로써 활약을 했다면, 이번시즌은 전반기 12경기 중 총 8경기를 뛰었다, 이대로라면 후반기에는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 같다.
▲저랑 자리가 겹치는 선수가 (윤)원일이 형이거든요. 저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사이드어택이고, 원일이형은 노련미가 돋보이는 플레이어죠. 때에 따라 누가 경기에 투입될지 모르거든요. 항상 긴장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솔직히 후반기 때에는 더 많이 뛰고 싶어요.
-수비수로써 특별히 ‘이세주’란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골을 넣고 서포터즈 앞으로 뛰어가 자신의 등번호를 양손 엄지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로, 확실히 이름을 어필한 것 같다.
▲솔직히 저도 병수처럼 ‘세리머니 3종세트’ 하고 싶었거든요. (강)수일이랑 춤도 추기로 했고, 감독님한테 달려가 안기려고 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서포터즈석으로 달려간 것 밖에 하지 못했어요. 사실 골 넣고 정신없어서 못한 것도 있어요. 다음엔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 체력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소문으로는 ‘부모님이 고깃집을 운영하는데, 어릴 적부터 좋은 고기를 먹고 자라서’라는 말도 들리는데.
▲체력은 진짜 좋아요. 타고 난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엄마가 보약을 챙겨줘도 (쓴 맛이 싫어서) 후배들 줘버리고 안 먹었거든요. 그래도 특별히 힘들거나 지치거나 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진짜 고기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참고로 저는 돼지고기 좋아해요. 쫀득한 목살 이런 거요.
-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이 얼굴이 독특하게 생겼는데 특별한 별명이라도 있나?
▲작년에 꽃보다 남자 유행할 때 구준표를 바꿔서 친구들이 ‘이준표’라고 불렀어요. 팀 형들이 제 얼굴만 보면 잘생겼다고 놀리고요. 아 그리고 어떤 팬은 지나가면서 저한테 ‘이세주 선수 정말 잘생겼어요! 하고 지나가는데 그거 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 인천에서 성격 좋기로 소문난 선수가 이세주 선수라고 들었다. 뒤끝 없고 털털하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축구할 때도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축구할 때는 성격이 많이 달라져요. 은근 소심해 진다고 해야 하나. 내가 볼 한번 뺏기면 잠도 잘 안 오고, 실수 한번 하면 내 탓을 엄청 많이 하고요. 그래서 다음날 더 죽어라 하고. 그런 성격이 축구하는 것에도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인천에 입단해서 벌써 프로5년차다. 이제야 빛을 봤는데,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다.
▲제 좌우명이 고진감래(苦盡甘來)예요. 제가 중학교 때 처음으로 접한 사자성어인데, 그 뜻이 아직도 좋아 제 좌우명으로 삼고 있어요. 사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총 8경기밖에 못 뛰고 벤치에 앉아있었어요. 선수가 경기를 못 뛰는 스트레스는 말도 못해요. 이러다 팀에서 쫓겨나는 거 아닌가 불안감에 떨기도 하고. 하지만 결국 이렇게 골도 넣고, 인터뷰도 하는 날이 왔잖아요. 열심히 하고 기다리면 언젠가 좋은날이 온다는 거 믿어요.
- 이세주 선수의 프로 첫 팀. 인천 유나이티드에 대한 마음이 각별할 것 같다.
▲서울사람처럼 안 생긴, 서울 토박이이지만, 마음만은 인천사람 다 된 것 같아요. 지금 마음은 인천팀에 평생 있고 싶어요.
하지만 축구선수는 자기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할 수 만 있다면 나중에 다시 인천에 돌아와 후배들이나, 어린 축구꿈나무들을 가르치며 인천에 끝까지 몸담고 싶습니다.
- 원래는 공격수였던 걸로 알고 있다. 골 맛을 아는 공격수에서, 사이드 윙백으로 변경했는데 현재 포지션에 만족하는지.
▲이 자리 완전 재밌어요.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하고. 가운데에서 플레이하는 것 보다, 사이드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가면서 플레이 하는 것이, 제 성격이랑 맞는 것 같아요. 제가 플레이할 때 너무 공격적인 성향이다 보니 가끔 지적도 받지만, 앞으로 그 점은 보완해 나가면 되는 거고요. 다만 공격수보다 주목을 덜 받는 자리다 보니, 열심히 해도, 잘해도 눈에 잘 띄지는 않는 건 있죠. 공격수뿐만 아니라 다른 포지션 선수들한테도 눈길 많이 주세요.
-현재 팀 분위기는 어떤지. 컵대회에는 어떤 멤버가 나올지도 궁금하다.
▲다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과 같이 후반기 뛰자고요. 전반기 6위로 마쳤잖아요. 플레이오프 진출 안정권이라 안심 하면서도, 아직 컵대회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다들 긴장 늦추지 않고 있어요. 컵대회에는 신인선수들이 투입될 수 도 있을 것 같고, 후반기 때 경기감각 잃지 말라고 기존 멤버들 나올 가능성도 있고요. 그건 경기장에 와서 지켜봐주세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제가 앞으로 경기에 들어가서 골을 또 넣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요.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살릴 건데요, 골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멋진 골 많이 보여드린다는 약속은 못 드려도, ‘사이드어택으로써 진짜 괜찮은 놈’이다. 라는 소리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뛸 테니까 관심 갖고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지난해까지 제가 뛰는 2군경기까지 와서 응원해주던 ‘소녀팬’이 있었는데, 이번시즌부터 보이지 않아요. 공부하느라 경기장에 못오는 것 같은데, 그 소녀팬에게 ‘오빠 한골 넣었다.’라고 전해주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인상이 약간 무서워서 팬 분들이 많이 다가오지 못하는 것 같은데, 저 재밌는 놈이니까요 많이 다가와주세요. 항상 응원해주는 팬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글=김지혜utd기자 hide5-2@nate.com 사진=남궁경상utd기자 boriwool@hanmail.net
No.13 / 1987.10.02 / 177cm 73kg
출신교 : 용강중-주엽공고
프로입단 : 2006 인천 유나이티드(29경기 출장 1득점 1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