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방을 시작하고 난 후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날씨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됐어요.”
인천 동구 송현1·2동사무소는 올 6월부터 ‘햇살가득 빨래방’을 운영, 빨래를 할 수 없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이불 빨래를 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동사무소 가사도우미 윤은순(38·여)씨의 임무는 바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 청소와 빨래를 하고,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이다.
홀로 사는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했다가 ‘이불 좀 빨아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시작하게 됐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동사무소 안에 세탁기를 놓을 공간이 없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 올리고 큰 통에 빨래를 넣어 하루 2~3시간 정도 이불을 밟고 나면 허리도 펼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다리도 아픕니다. 하지만 뽀송뽀송한 이불을 받을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를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힘이 납니다.”
이불은 하루 2~3개씩 일주일에 두 번 세탁한다. 탈수기조차 놓을 공간이 없어 동사무소 옥상에서 이불을 말려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빨래는 뭐니뭐니해도 날씨가 중요한 법. 윤씨는 언제부턴가 일기예보를 챙기는 것이 습관이 됐다.
“빨래방을 시작하자마자 장마가 시작돼 이불을 말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세탁하려고 갖고 온 이불을 오랜 기간 돌려드리지 못했는데 그때 심정이란 정말 죄송함뿐이었죠.”
그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살피는 집은 일주일에 30가구 정도로 빨래를 해 준 가구는 두 달 사이 15가구가 넘는다.
“어느 날 아침 마루에 쓰러져 계신 한 할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당뇨도 있는데 뇌경색이라고 하더군요. 얼마나 가슴이 찡하던지, 병원에서 검사하는 동안 옆에서 간호했던 기억이 나네요. 가사도우미가 청소나 말동무뿐만이 아닌 건강상태도 확인해야 하니 어르신들께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동무를 해드리고 다른 집으로 갈 시간이 되면 가지 말라고 붙잡아 발길을 떼기가 어려웠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가사도우미란 보람을 주는 일이지요. 이번 가을, 단풍이 곱게 들 때 쯤에는 추억에 남을 사진을 외로운 분들에게 찍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올 겨울 묵은 이불 빨래도 내년 봄에는 제 몫이겠지요?” 아직도 할 일이 많다며 윤씨는 웃었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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