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한 작은 건물 지하에 5~6명이 모였다.

사무실 전세비를 모으기 위해 자신들의 물건을 내다 팔았고 판 돈 일부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썼다. 공부할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공간을 내주고 한글을 몰라 자녀 교육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에게는 한글교실을 열었다.

시간이 흐르자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활동도 다양해져 한칸짜리 사무실은 작은 건물 하나로 커졌다. 여성의 인권 신장은 규모에 상관없이 이곳의 중심에 선 문제였다.

이것이 인천 YWCA의 시작이었고, 그 시작선에 박준희(63·여) 인천 YWCA 회장이 막내로 참여하고 있었다.

올해로 4년째 회장직을 이어가고 있는 박 회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함께하는 단체들이 적어 할 일이 산적해 있던 30년전 고민이 ‘지역안에서의 YWCA 역할’이었다면 복지서비스와 여성 인권 신장 문제를 다루는 기관과 단체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해야 할 YWCA만의 역할’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박 회장은 그 답을 현장에서 찾아볼 생각이다.



30여년을 인천 YWCA 활동을 했다. 돌아보면 어떤가.

어느새 30년이 넘었다.

조석주 안과 원장 사모님께서 건물 지하를 내주셔서 5~6명이 함께 들어가 사무실을 꾸리고 활동했다. 당시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모아져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도전도 가능했던 것 같다.

아마 함께했던 분들이 없었다면 생각도 못했을 일들이다. 이사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발견했다. 지금은 이사가 30명으로 늘어나고 올해 60억원이 넘는 사옥을 직접 짓고 이사한다.

시작했던 분들 가운데 돌아가신 분도 계시지만 모두에게 가슴 벅찬 일이 될 것 같다.

인천 YWCA 내적인 성장은 어떤가.

할 일이 늘어나면서 조직도 함께 커졌다.

삼산종합사회복지관(노인복지센터·부평하나센터·푸드뱅크)과 인천여성인력개발센터(새일센터·여성고용지원센터·노인요양교육기관),인천시 여성문화회관, 부평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삼산어린이집이 모두 인천 YWCA 부속 및 위탁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온 문제인 소비자 주권문제와 여성 인권문제, 환경문제,나눔장터 등은 지역 내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고 다양한 사회구조 변화와 함께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자 가정 문제도 관심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사업 중 나눔장터는 지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내부 평가는 어떤가.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업이다. 한달에 두번 문학경기장 북문주차장에서 열린다. 가족단위 시민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물건을 팔고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기부된 500여만원은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10명에게 전달됐다.

물품 판매금액이 평균 500~1천원 정도다. 적은 금액이지만 수많은 마음들이 모아진 값진 기부금이다.

나눔의 장터만큼 긍정적인 사업이 희망의 숲인데 척박한 곳이 숲을 일구는 모습에서 어른들보다 함께 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은 걸 느끼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감동 받았다.

인천에서 30여년이상 활동하면서 느끼 점은. 박 회장에게 인천은 어떤 곳인가.

인천은 나에게 이제 떠날 수 없는 곳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웃음), 솔직히 자녀를 키우면서 아이 교육문제로 이사를 생각해본 적도 있다.

과거 ‘서울 위성도시’ 꼬리표 때문에 인천 사람들이 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타지역 사람들이 인천에 와서 금새 자리잡는 모습에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다보니 지역에 대한 애향심은 자연스럽게 생겼고 지금은 인천의 발전상에 어깨가 으쓱이기도 한다. 미국 출장을 갔다가 ‘국제도시 인천’이라는 문구와 함께 인천에 대한 선전이 나오더라. 새삼 인천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해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개인에게, 또 단체에게 올해 과제는 무엇인가.

요즘 고민이 많다. 30년 전에는 함께하는 단체와 기관이 적어 할일이 산더미 같았다면 현재는 그 반대다. 관련 단체와 기관과 다른 인천 YWCA 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해야 한다는 고민이다.

고민의 답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현장에서 나올 것 같다.

먼저 올해는 지방선거 해 인만큼 여성 단체들과 연대해 여성유권자 학교를 마련, 추진하고 있다. 과거 직접 여성 후보를 발굴하고 교육하는 것이 선거의 방향이었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똑똑한 여성유권자를 지역에 많이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이와함께 올해 회관이 완공되면 세개 층에 노인재가복지 센터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평생교육을 위한 시스템 보완과 정비도 중점을 두고있다. 특히 가정에 사교육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과 질 좋은 교육을 인천 안으로 끌어오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해 잠깐 언급했다. 올해 선거를 어떤 방향으로 추진 중인지 한마디 더 해달라.

현재 인천에 여성의원 비율이 10%정도라고 들었다. YWCA는 여전히 남녀 의원 비율 50:50을 목표로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추진해 오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 발굴을 통해 정계에 진출해도 당에 소속돼 있는 문제와 환경 때문에 지속적인 연계에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정말로 여성의 문제와 현장의 문제를 고민하고 정책을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을 지역에서 배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권자 운동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올해는 그 방향을 잡고 추진해 나갈 것이다. 홍신영기자 cubshong@i-today.co.kr

박준희 회장은

1946년 5월 24일 인천 출생

학력

인천여고, 고려대학교 병설 보건대학 식품영양학과 졸업

경력

-1980년~현재 YWCA 이사

-1987년~현재 극동방송국 운영위원

-2007년 1월~현재 인천 YWCA 회장

-2007년 1월~현재 인천사랑운동 시민협의회 공동대표

-2007년 2월 2010년 2월 인천시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

-2009년 2월 2010년 2월 한국 YWCA연합회 이사

-2009년 2월 2010년 2월 한국 YWCA 북부지역위원회 위원장

-2010년 2월~현재 전국 여성인력개발센터 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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