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원장이 말한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의미를 되쇄기는 차원이었다.”

포도나무봉사단이 진행한 필리핀 의료봉사(1.14∼18)에서 10여명의 의료단을 이끈 전준영 원장(45·피부과)의 일갈이다. 의사는 사회적 신망을 받는 전문직이면서도 한편으론 깍쟁이 이미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전 원장을 비롯해 봉사단의 의료진들은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보여주고 왔다. 진료와 처방만 한 게 아니다. 이들은 봉사단원들과 섞여 짐을 나르는 일에도 기꺼이 동참할 정도였다.



봉사단에서 필리핀행을 논의할 당시 전 원장은 그의 부인 이영은 원장(44·소아과)을 비롯해 윤성철 원장(45·이비인후과), 이건우 원장(47·정형외과)과 부인 정호인 의사(44·이대 목동병원 영상의학과) 등을 포섭(?)했다. 이현숙(44) 인하대병원 수간호사 등 예닐곱명의 간호진도 동참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의 의료진은 ‘포도나무 병원’을 만든 셈이었다.

시립병원과 초등학교·고등학교 등 세 곳에서 1천여명이 넘는 환자들을 챙긴 이들은 “레지던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고됐지만 보람으로 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의료비도 비싸거니와 새로 지은 병원조차 CT(컴퓨터단층촬영)가 도입되지 않는 등 필리핀 현지는 보건의료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약을 배분하거나 건강검진을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이영은 원장)는 겸허한 마음과 ‘병원에서 진료 한번 받지 못한 환자가 많았다’(윤성철 원장)거나 ‘항생제 하나도 절실했다’(이현숙 수간호사)는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당초 시내에 있는 마닐라 시립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착오가 빚어져 의료진은 빈민이 많이 사는 돈도(Tondo) 마닐라 시립병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상주하는 의사가 없는 곳이라 오히려 ‘약발’이 들었다. 두 시간에 걸쳐 걸어서 병원에 온 환자가 있을 정도로 이 지역에선 진료나 처방은 일종의 사치였다. 의료수혜도 중요하지만 위생개념이라도 먼저 개선돼야 할 정도였다.

“시궁창 옆에서 천막을 치고 진료하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가 무척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을 뿐이다.”

전준영 원장은 내내 숙연한 마음이 감돌았지만 몰려드는 환자 앞에서는 “No, problem!”이라며 안도감을 주는 등 세세한 손길을 내줬다.

이 같은 의료봉사는 누가 시킨다고 해서 결코 할 수 있는 아니었고, 자녀들을 동반한 덕분에 마음을 나누는 일이 되물림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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