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막 졸업했다고 해도 깜박 속을 만한 앳된 외모, 잡티 하나없는 깔끔한 마스크. 영락없는 수련의(修鍊醫)모습이다. 막상 말문을 연 그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권위자’의 내공 바로 그것이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척수수술 환자들은 의사에게 야단맞기 일쑤였습니다. ‘꼼짝 말고 가만히 누워있으라고 했는데 왜 의사 말을 안 듣고 움직여 동티가 나게 만드느냐’는 핀잔이었죠.” 인천시 서구 검단탑병원 이승철(44)척추센터장은 ‘그건 아니다’라며 손사레를 쳤다. 척추수술 환자에게 탈이 난 원인은 몸을 움직여서가 아니라 다른 데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요컨데 수술과 회복 방식의 부절적성이라는 것이다.

예전의 척추부상은 환자 자신보다는 외부적 요인이 더 컸다는 것이다. 추락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척추를 다쳤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요즘 척추발병은 예전과 달라요. 생활패턴이 달라지면서 잘못된 습관으로 오는 퇴행성 척추질환이 더 많아요.” 그는 발병의 원인에 맞게 시술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경외과 의사들이 수술실에 다 집합해 길게는 10시간이상 척추 수술하던 시절은 지났다는 것이다.

‘미세침습 척추수술.’ 수술을 하지않고 병을 고치는 것이 최상이지만 굳이 수술을 해야 한다면 최소로 하는 것이다. 메스를 대 조직을 째고, 근육을 벌리는 수술이 아니라 작은 구멍을 뚫고 신경을 누르는 척추의 조각만 떼어내는 수술이다. 인체조직을 최대한 덜 건드리는 것이다. 수술을 크게 벌였을 때는 정상 조직도 필요 이상 손을 대 회복도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게 그의 말이다.

“병을 고친다는 것은 환자를 가능한 빨리 병원이 아닌 사회의 생활인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는 수술은 1시간을 넘지 않는다. 국소 마취로 오늘 수술하면 마취에서 깨어난 뒤 걸어서 병원 문을 나서 게 한다.

짧은 수술 시간, 단기간의 회복기로 척추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노하우는 하루에 3번이상 한 달이면 100여 건의 수술을 집도해 왔던 노하우다. 척추라는 특정분야, 그것도 미세침습 수술 부문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이다.

그의 나이 서른일곱이었던 7년 전이었다. 김포 우리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로 있을 때 수술실무 책임자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디스크 수술을 집도했다. 당선자 신분이었던 노 전대통령이 대선를 치르면서 허리를 삐끗한 것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도 수술 당일 퇴원했다. 미세침습 수술의 결과이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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