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희(56) 시민교육연극센터·시연센 소극장 대표가 지난 7일 서울문화재단에서 열린 제4회 올빛상 시상식에서 연출상을 받았다.

‘올올이 빛나는 여성 연극인상’이라는 뜻을 가진 이 상은 지난 2006년부터 한국여성연극인협의회가 해마다 희곡, 연출, 연기, 분장, 평론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을 보인 여성연극인들의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이번 시상식의 심사를 맡은 유민영 연극평론가는 올해 연출상을 받은 박 대표에 대해 “지역에서 묵묵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뛰어난 연출가”라며 “무한한 상상력과 작품해석 능력, 무속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작품에 접목시키는 재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미국으로 건너가 교육연극을 전공했다”며 “박 대표가 펼치고 있는 교육연극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1974년 연극계 원로 이원경씨에게 발탁돼 극단 고향 연출부에 입단한 박 대표는 4년간 조연출과 무대감독으로 수련한 뒤, 중앙대 연극영화과 4학년 재학 시절,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둘이서서 한 발로’라는 작품으로 데뷔했다. ‘여성은 연출가가 되기 힘들다’는 당시 고정관념을 깨고 지금까지 교육연극, 무용극, 오페라, 국악무대 등 100여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1995년에는 국립극단에서 최현묵씨의 ‘불’을 재창작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했으며 1999년부터 4년간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겸 상임연출가를 역임했다.

여고시절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연출가의 꿈을 키운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손꼽을 수 있는 연출가다. 최근 여성 연출가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예술적 능력 뿐만 아니라 연기자, 의상·조명·음향 스태프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통솔력 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비교적 약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한 번 마음 먹으면 끝까지 가야 되는 성격을 갖고 있어 지난 36년간 연극 현장에서 한 번도 연출가의 명함을 내려 놓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최근까지도 그녀는 남구 용현동에 있는 시연센 소극장에서 교육프로그램, ‘해설이 있는 무대’, ‘아마추어에게 열린 무대’와 같은 상설 무대, 시민연극아카데미, 기획공연 등을 열며 연출가로서 그녀의 재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여성 연출가가 올리는 작품이라면 꼭 찾아가서 보고 온다는 박 대표는 섬세한 감수성과 창의력을 갖고 있는 여성 연출가가 많이 배출되길 바라고 있다. 예전보다 많은 그 숫자는 늘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후배들과 만나 격없이 어울리고 싶습니다. 저는 여성이 연출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되던 시절 이원경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스승님과 선배님들의 은혜를 입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저 역시 좋은 후배들과 제자들을 길러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능력있는 여성 후배들을 많이 만나는 날을 기대합니다.”

박 대표는 여성 연출인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며 올빛상 연출상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최미경기자 mkchoi333@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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