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교향악단이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는다. 이는 한국 교향악단 역사와 버금가는 수준이다. 인천종합문예회관측은 연초 2006년 주요 업무계획을 밝힌 자리에서 “올해는 교향악단이 40주년, 합창단과 무용단이 25주년을 맞는 해이므로 예술단별로 야심찬 특별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 교향악단의 경우 6월과 7월 각각 인천·서울에서 ‘교향악의 진수를 보일’ 무대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계는 회관측이 늦어도 상반기 안에 공석인 인천시향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장의 부재’가 다음달로 꽉 채운 2년을 맞는 만큼 더이상 객원지휘자 체제를 끌고가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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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허송세월만 되풀이

? 지난해 초 인천시는 “2005년을 인천시향이 구태를 벗고 도약하는 재창단의 해로 잡고 사안별 방안을 모색, 막바지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표명했다.

?시는 금노상 감독 사임이후 1년동안 상임지휘자 없는 부지휘자 체제로 운용함에 따라 인맥과 학맥에 의존한 객원지휘자를 초청, 질적·양적인 면에서 끊임없는 추락 일변도를 겪어왔다. 그 결과 레퍼토리 개발은 고사하고 ‘열린음악회’ 수준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이르른다.

?첫 1년동안 시는 줄곧 표면적으로 부지휘자중 적임자를 찾겠다고 공표했으나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씨 영입에만 올인, 사실상 객원지휘자 물색 노력은 없었다. 그러나 이와같은 러브 콜에도 불구하고 정씨는 지난해 2월 서울시향 상임지휘자를 선택했다. 정씨 영입을 접고 악단 실력향상의 해로 방향을 선회한 내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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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인맥·학맥이라는 국내 음악계 병폐를 벗기 위해서는 외국 지휘자로 고개를 돌려야 한다고 판단, 실력 검증을 보장받기 위해 정씨와 로린마젤에게 각각 추천을 의뢰했다. 해서 탄생한 것이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활동중인 태국 출신의 번디트 웅그랑시와 러시아 아릴드 레머라이트 2인체제다. 지난해 올린 여덟차례 정기연주회를 들여다보면, 이경구 현 인천시향 부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은 1회를 제외한 나머지가 이들 두사람에 의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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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2인 객원체제 운용에 대한 평가는 1차적으로 실력면에서 어느 정도 예전 수준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공연 횟수나 기획무대면에서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금 감독 재임시절인 2003년에는 한햇 동안 외부초청 공연, 찾아가는 무대 등 총 48회를 올렸다. 그러나 2004, 2005년의 경우 찾아가는 연주회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눈에 띄는 기획 공연을 찾기 어렵다. 2004년엔 전년의 50% 수준인 26회를 기록했고, 이듬해는 그 보다 3회가 더 줄었다. 정기연주회로 겨우 ‘이름값’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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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실질적인 예술단을 운영 책임을 맡은 감독의 역할공백이 지속되다 보니 구심점이 없는 개별 평면조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 단원은 “실력있는 객원 지휘자에 대한 기대로 초기에는 파트별 열심히 연습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1회 연주를 위한 객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연주자는 “시가 당초 객원지휘자와 호흡을 맞춘 뒤 단원들의 평가를 수렴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한 차례 의견도 물은 적이 없다”며 “지휘자 선임은 깜짝쇼가 아니며, 특히 단원과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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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명훈카드’(?)

?“공석중인 시향 지휘자를 늦어도 1·4분기 중에 선임해 교향악단의 안정화를 꾀하겠다.” 조동암 인천종합문예회관장이 최근 밝힌 인천시의 입장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미 인물 물색은 완료한 상태로 인선작업을 진행중이라는 해석에 무리가 없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그는 “지난해말 선임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약간 미루어졌다”며 “국내 지휘자는 학연·지연에 의한 파벌 형성이 우려돼 외국인으로 낙점을 찍은 상태”라고 구체화했다. 교향악단이 옛 명성을 찾기위해서는 예술감독 공백을 더이상 놓아둘 수 없다는 것이 지난 2년간의 과도기에서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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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는 이제 정명훈카드를 접은걸까. 이에 대한 답은 ‘노’다.
?시는 지난해 객원지휘자 영입 당시와 마찬가지로 실력 검증을 위해 정씨측에 상임지휘자 인물 추천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08년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임기완료를 염두에 두고 그 사이 징검다리 역할을 할 ‘정씨 군단’ 혹은 그에 버금가는 ‘정 라인’ 인물을 감독으로 선임, 바탕을 다져놓겠다는 복안에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도쿄 필이라는 정상급 오케스트라 예술고문을 맡고 있는 그가 과연 실력없는 악단에 호감을 갖겠는가”라며 “하지만 인천시향이 기량이 높아지고 그의 격에 맞는 대우를 제안한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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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기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100억원대 프로젝트 ‘인천&아츠’와 관련, 시가 예술고문으로 정씨를 선임한데 이어 2008년 그가 만든 아시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본부를 인천에 설립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한 발 더나가 올해부터 매년 국제 예술제 형식의 ‘인천&아츠’ 프로그램에 시향 단원을 참여시키겠다고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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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향 단원들 생각은 다르다.
?우선 정씨처럼 음악적으로 내공이 깊은 지휘자가 선임된다는 데는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2년동안 줄곧 그래왔듯이 ‘정명훈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 시의 입장을 이제는 버려야 할때라는 것이 대부분의 지적이다. 이미 그가 서울시향에 무게중심을 옮긴 데다, 치명적인 수준의 재정적인 부담을 감내하면서까지 영입해야 하느냐 하는 현실론적인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어찌됐건 올 1·4분기안에는 ‘정 라인’으로 가느냐 마느냐에 대한 결판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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