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노숙자들은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주민들의 반발로 노숙자 쉼터를 1년째 마련하지 못하는 시설이 있다.

노숙자 쉼터 시설장 K(51·여)씨는 지난해 8월 복권기금인 국고 3억원을 지원받아 남구 모 주택가 지역에 땅 60평을 샀다.

32명이 머물수 있는 노숙자 쉼터를 건축하기 위해서였다. 미인가 노숙자 쉼터를 운영했던 K씨는 2005년 인가시설로 바뀌는 조건으로 올해 말까지 쉼터를 마련키로 했다. 국고까지 3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졌다. 노숙자 시설이 들어오면 주거나 생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주장때문이었다.

K씨는 노숙자쉼터를 짓지 못하게 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법적 다툼까지 벌였다. 그 결과 주민 3명에게 각각 700만원씩의 벌금이 떨어지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대도 있거니와 쉼터 신축터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K씨는 쉼터 짓기를 포기하고 땅을 팔았다. 국고지원금 3억원도 남구에 반납했다.

K씨가 기가 막히는 것은 쉼터 건축을 반대했던 사람 중의 한 명이 며느리 이름으로 이 땅을 산 것이다.

K씨는 인가조건이었던 노숙자 쉼터 마련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첫 대상지와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의 허름한 여인숙(연면적 63평)을 1억9천만원을 주고 샀다. 돈이 모자라 은행에서 8천700만원을 빚냈다.

여인숙을 리모델링해 노숙자 16명이 쉴 곳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반대 주민들이 여인숙을 산 뒤 노숙자 쉼터로 꾸미려는 K씨의 계획을 알아차린 것이다.

주민들은 ‘무산된 노숙자 쉼터를 인근에 다시 설치하려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400여명은 공사현장 앞에서 집회 등을 열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편 오는 5일 남구의 중재로 주민과 K씨 등이 만나 대화를 나누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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