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인천광역시와 한국토지공사는 인천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의 생태계 보전대책을 무시하고 538만평 청라지구 경제자유구역개발사업을 위한 기공식을 가졌다.

인천녹색연합은 지난해부터 청라지구 야생동식물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왔다.

조사결과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양서류인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국내 최대 규모로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으며, 역시 멸종위기 조류인 검은머리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가 번식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황새를 비롯한 21종에 달하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 도래 및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라지구는 동아건설이 매립한 후 10여 년 동안 농경지로 이용해 오면서 사람의 간섭이 줄어들자 영종도 신공항 건설과 송도 갯벌매립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돼 오갈 데 없는 고라니, 고니, 검은머리갈매기 등 야생동물들이 하나 둘씩 모여 대규모의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처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토지공사에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보호야생동물에 대한 서식 내용이 완전히 누락되었다는 사실이다.

개발을 위해 고의적으로 누락했는지 아니면 비전문가에 의한 조사결과인지, 아니면 공사일정에 쫓겨 부실하게 조사했는지 잘 알 수 없지만 환경영향평가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보호 동식물 실태조사와 보호 대책이 빠져 있어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조작이라는 불신을 지울 수 없다.

인천녹색연합을 비롯한 청라지구 시민대책위에서는 자연환경 조사시기와 면적의 축소, 비전문가에 의한 조사 등 환경영향평가서 문제점을 한국토지공사 등 관계기관에 알리고 자연환경실태 재조사와 환경영향평가 재평가를 요구하였으나 여전히 조사할 의향이 있다고 할뿐 구체적인 실시계획은 없다.

지난 기공식 이후 7월 25일부터 인천녹색연합을 비롯한 대책위는 인천시청과 한국토지공사 인천본부앞에서 청라지구 희귀야생동물보호대책을 위한 1인 시위를 한 달 남짓 계속하고 있다.

환경단체 활동가 뿐만 아니라 일반회원,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청라지구 보호야생동물을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애원(?)하고 있으나 역시 묵묵부답이다.

청라경제자유구역은 당초 외국의 금융자본과 본사를 유치하기 위한 국제금융도시를 표방하며 2003년 8월 시작됐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는 일반 국제업무단지로 바뀌었고,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규모 택지개발, 골프장건설, 위락테마파크 개발 등 본래 사업계획과 크게 다른 투기개발사업으로 전락했다.

실제 지난 7월 한국토지공사가 실시한 국제업무단지와 테마골프장 등 사업자 공모에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와 금융사들이 망라하여 참여했다.

건설업체로부터 가장 인기가 높은 골프장 건설 사업자 공모에는 임광, 대우, 롯데 등 무려 90개 건설업체가 참여해 그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었다.

물론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중국계와 미국계 자본을 30%를 유치한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 건설사의 개발을 위해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모양새를 갖춘 것에 불과하다.

가장 넓은 면적(46만평)을 차지하는 골프장 건설은 더욱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골프장 건설의 주요 이유로 고용창출과 지자체 재정확보를 내세우지만 이미 잘 알려진 대로 고용창출효과는 매우 미미하고 세수확보도 경제자유구역은 면제되어 실익이 없다.

외국자본 유치효과도 전무하다. 외국자본은 잠시 들러 이윤을 챙겨 나가는 국부유출의 통로에 불과하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의 주요 사업으로 골프장을 추진해야 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

희귀동물에 대한 정밀한 실태조사와 보전대책없이 막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정부와 인천시는 538만평이나 되는 엄청난 청라지구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놓고 정말 무엇을 하자고 하는지 시민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사실 청라지구는 개발보다는 미래를 위한 준비된 땅으로 남겨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가 경제자유구역 개발 자체를 반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마땅히 해야 할 다양하고 귀중한 자연자원과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하고 도래하는 청라지구에 대해 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보전대책을 수립한 후 개발을 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광역시와 한국토지공사는 보호야생동식물에 대한 그 어떠한 보호조치와 보완대책도 수립하지 않고 오로지 개발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인천에서 마지막 남은 희귀야생동물의 보금자리 청라지구에 대한 아무런 대책없이 막개발을 진행한다면 우리의 미래, 우리의 희망을 파괴하는 것이요, 인천시장의 정책인 “생태도시 인천 실현”은 시민을 우롱하는 거짓말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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