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과 함께 해온 세월이 한편의 이야기로 엮어내고도 남을 만큼 많다는 인천육상경기연맹 곽재영회장(77).

오는 2014년 안천아시아경기대회 유치의 밑거름이 된 지난 2005년 제16회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내달 화려한 출발을 앞두고 있는 인천대교국제마라톤대회까지 곽회장은 항상 그 중심에 있었다.

1975년 경기도육상연맹 부회장으로 체육행정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30년 넘게 인천 육상계를 이끌어온 고단한 흔적들이 이젠 훈장처럼 깊게 패인 주름으로 남아 자리하고 있다.

곽회장은 인천체육을 위한 마지막 봉사의 길로 나선다는 심정으로 오는 10월 11일 열리는 인천대교 개통기념 2009 국제마라톤대회 집행위원장 자리를 맡았다.

특히 인천기계공고 마라톤 선수출신으로 대학 때까지 마라톤과 1만m 등 중장거리 선수로 활약했던 곽회장에게 이번 인천대교 국제마라톤대회의 의미는 남다르다.

아직도 운동장을 달리는 선수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솟는다는 곽회장의 대쪽같은 육상 인생을 들여다본다.

▲인천체육의 선임 가맹경기단체장으로 올해 인천 육상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그동안 대학과 실업팀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대우자동차판매 마라톤팀에 인천시청 장거리팀 등이 보완되면서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그동안 못 나갔던 경부역전마라톤대회에 2007년부터 출전해 6위와 7위를 차지하는 등 충분한 가능성을 봤고 그것이 중장거리 종목의 육성으로 이어져 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일거라 믿는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3천800점을 기록했는데 욕심을 많이 내면 5천 점까지도 생각할 수 있지만 4천 점 이상을 따보자고 했다.

▲그동안 32년 간 인천 육상의 수장으로 활동해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 2005년 9월에 열린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다. 북한을 포함해 43개국이 참여했는데 너무 자랑스러웠다.

대회를 유치하자는 안상수 시장의 얘기를 듣고 공식적인 유치운동에 나서자 대한육상연맹에서도 안될거라고 했고 “인천육상 망신당하려고 그러냐”는 주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아시아연맹을 찾아다니며 유치운동을 벌였다. 마침내 필리핀 총회에서 17대15로 인도를 꺾고 대회를 인천으로 유치해 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당시 깊은 관계를 맺은 아시아연맹회장이 훗날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유치전 때도 인도 유치위원장을 맡아 적지않은 도움이 됐다.

지금도 모리스 사무총장을 비롯해 관계 인사들과 다들 형제같이 지낸다.

예전에는 나를 별로로 봤는데 대회유치 이후 날 좀 알아주는 것 같다.

▲육상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건 언제인지?

-중학교 1학년 때다. 당시엔 기계공고가 6년제였다. 숭의초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시험봐서 기계공고 6년제에 입학한 후 1학년 때부터 육상부에 들어갔다.

지금도 매년 강화에서 3.1절기념마라톤대회를 열고 있는데 올해가 58회 째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첫 대회가 열렸는데 내가 바로 1회 대회 우승자다.

그 후 동국대로 진학을 했는데 당시에 동문들이 많아서 체육부장도 지냈다.

선수생활 이후에는 육상연맹에 들어갔는데 나이가 굉장히 어릴 때 경기도체육회 이사로 활동했다.

한때 인천 제일생명 초대 지점장 등을 지내며 10년간 사업을 하느라 운동장에 안 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인천육상연맹 회장과 체육회 이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천대교 마라톤대회가 갖는 특징은?

-처음엔 예산도 없고 해서 꿈도 못 꿨다. 그러다 안시장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9월에 개최키로 했던 대회가 10월로 연기됐지만 날씨도 선선하고 해서 뛰기에는 오히려 가장 좋은 시기이다. 일부는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경찰 뿐 아니라 학생들도 500명이나 자원봉사에 나서 문제가 없다.

2시간 5분대의 해외 정상급 선수들도 7명쯤 참가할 예정이다. 다만 대회 일정이 전국체전과 겹쳐 국내 엘리트 선수들이 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국제선수들을 30여 명 초청했다.

10월 11일이 대회일인데 18일에 동아일보 대회, 22일이 전국체전, 25일이 춘천마라톤대회이고. 중앙일보대회도 11월1일이다.

하지만 늦게 신청하면 뛸 수 없을 정도로 신청자가 많은 상태다.

▲“평생 한번 뛸 수 있는 기회”라는 문구가 있던데 시민들에게 이번 마라톤대회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면?

-인천대교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5위권의 다리이다. 이건 정말 훌륭한 우리 인천의 자원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이 다리에서 뛴다는 자체가 행복이다.

당초 참가제한을 두려했던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는데 운영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들어가는 입구가 좀 좁은데 그래서 경찰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

차후 정례대회화 하냐에 대해서는 끝나고 나서 어느 정도 효과가 날 것인가를 봐야하고 만일 추진한다며 시와 다시 협의를 해야한다.

▲선임 가맹경기단체장 뿐 아니라 체육계 어른으로 요즘 시체육회의 변화과정을 보며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실무부회장을 했기 때문에 대부분 잘 안다. 최근 굉장히 애를 쓰고 노력하는 걸 알고 있다. 예산도 많이 늘리고 제도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인천 숭의경기장을 지을 때도 당시 심재홍 시장과 함께 했는데 얼마 들어가느냐고 묻기에 많이 들어가도 10억원 정도라고 답했다. 하지만 45억 원이 들어갔다. 그만큼 체육행정이 어려운 일이다.

육상연맹 뿐 아니라 나는 어디서든 한번 같이하면 끝까지 같이 있어야 한다. 지난 전무이사도 12년만에 부회장을 했다. 조직에는 항상 믿음과 신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 까지는 정말 잘하고 있다. 사무처장부터 부하직원까지 변화가 많이 있다. 예전에는 안일했는데 많이 변했다. 8시 30분부터 아침회의를 한다고 알고 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초 선수 부족이 심각한데 대책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교육청의 공무원들은 보면 더 권위주의적이다. 나도 놀랐다.

개인적으로 교육감과 가까워서 말을 안했는데. 걱정스러운 건 교육청 장학사들이 너무 자주 바뀐다. 잘 알아야하는데 1년 있으면 교감한다고 나가버리고…. 이건 아니다. 그럼 기초선수 발굴이 필요한 인천체육은 누가 봐주느냐? 그래도 교육청이 봐야지.

이번에 또 소년체전에서 금메달 딴 선수를 다른 곳으로 뺐겼다. 현서용이 강원도로 갔다. 그런 것만 봐도 교육청이 신경을 더 써야한다. 대회를 가도 학교 감독들이 연맹에 연락도 없다.

이번에 9.15 마라톤대회가 강화에서 있는데 기초선수들의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처음으로 상금을 걸었다. 꿈나무 대회를 한 번 열면 700만원 정도가 든다. 그런데 대회를 열어도 선수가 없다. 그래서 차라리 그 돈으로 학교에 지원을 하는 게 낫지 않냐고 했다.

▲마지막으로 체육계의 어른으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항상 말을 하지만 후배는 항상 선배를 따라야하고 선배는 후배를 아껴야 한다. 항상 서로 존중하고 체육인은 의리가 중요하다.

체육인은 정말 선후배를 알고 이끌어주면 선수들도 보고 배우고 발전된다. 누구를 헐뜯지말고 존경해주고 그러면 자연히 후배들이 선배를 따라다니면서 본받지 않겠나. 이제 육상은 옛날 같지 않아서 인기종목이 아니다. 선수들의 진로도 그렇고 많이 제한되어 있다. 그런 것들을 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코치와 감독의 처우개선도 시급하다. 그래야 선수들을 위해 보다 더 연구하고 노력한다.

대담=이원구 문화체육부장 jjlwk@i-today.co.kr 사진=김성중기자 ksj@i-today.co.kr

곽재영회장은

학 력

1951년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졸업

1955년 동국대학교 국문과 졸업

경 력

1967년 인천위생공사 창설동사 대표이사 회장

1975년 경기도육상경기연맹 부회장

1976년 경우해운(주) 대표회장

1978년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

1981년 인천육상경기연맹 회장, 인천시체육회 이사

1989년 인천시체육회 실무부회장

1994년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

1996년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

2001년 (사) 한국육상진흥회 이사

2004년 제16회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2008년~ 인천대교 국제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집행위원

인천시육상경기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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