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을 초등학생이 아닌 청라지구의 환경을 걱정하는 인천의 한 시민으로 생각해주세요”

22일 오전 8시40분 한국토지공사 인천본부(이하 토공 인천본부) 앞에서 초등학생들이 1인 시위을 벌였다.

어른들의 ‘개발’에 멸종위기로 내몰린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어린이 두 명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자신들이 그린 멸종 동물 그림을 들고, 어른들을 향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소리없이 외치고 있었다.

올 봄 인천녹색연합이 주관하는 자전거 기행(서구청∼청라도)을 다녀온 최현수(한길초4)양은 “청라도에 쓰레기가 많아 속상했지만 많은 생물을 봐서 좋았다”며 “고니와 저어새, 맹꽁이, 황조롱이 등 멸종 동물을 보고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자발적으로 시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양이 청라도를 방문한 날 노랑부리저어새가 처음 발견되기도 했다.

최양이 들고선 그림에는 ‘지켜주세요’란 외마디 외침과 함께 청라에서 만난 저어새와 고니가 유유히 물위를 노닐고 있었다.

최양에 이어 시위을 벌인 정호준(신대초5)군은 “멸종위기에 있는 야생동물들이 없어지면 다음 세대 어린이들은 볼 수 없으니 미리 지키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어른보다 더 어른스런 태도를 보였다.

정군과 시위현장에 함께 온 어머니 이예숙(40·계산동)씨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양서·파충류인 맹꽁이나 금개구리가 없어진다는 소리에 선뜻 시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양의 어머니 황복순(40·삼산동)씨도 “인천의 한 시민으로서 환경을 생각하는 아이들이 자랑스럽다”며 아이들의 시위를 적극 지원했다.

인천녹색연합은 지난달 31일부터 인천시청 앞에서 ‘청라지구 멸종위기종 보호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여왔고, 이날 토공 인천본부로 자리를 옮겨 2단계 시위에 들어갔다.

그 첫 테이프를 미래 인천의 주인공들이 끊은 것이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도시생태부장은 “청라지구를 개발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적법절차를 밟아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부장은 “토공이 청라지구 내 화혜단지와 영종도 준설도 매립지, 김포 대벽평야를 철새들의 또 다른 서식지로 제시했지만 생태조건이 달라 대체 서식지 역할을 못할 것”이라며 토공이 제시한 환경영향대책수립안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토공 인천본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한다는것은 사업을 포기하는 것 밖에 안된다”며 “다른 지역보다 환경적인 면을 고려해 개발 계획을 갖고 있고, 준공을 하면서 꾸준히 보완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