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은 인천에서 몇 안되는 거버넌스 조직이다. 때론 시민단체란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시민, 기업, 행정, 전문가가 하천을 중심으로 모인 것이다. 추진단에는 각 하천별로 네트워크 조직이 있다. 시민의 참여 공간이다. 지난해 3기가 구성돼 지역별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연형 하천 조성이 완료되면 하천별 네트워크의 역할은 더 커질 터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하천의 주인이면서 인천에서 하천문화를 일궈낼 첨병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구성할 때 잡음도 없지 않았지만 추진단에선 ‘하천을 둘러싸고 주민이 모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판단이다. 인천에 하천이 존재하는 한 네트워크도 한결같이 자리할 것이다. 각 하천별 네트워크의 대표를 만나, 활동상이나 고민들을 들어본다.

시민-기초단체 연결고리 역할
하천유지·관리 위주 활동 전개

굴포천네트워크 심상호 대표

지난해 3기 네트워크를 구성할 당시 가장 치열(?)했던 곳이 바로 굴포천이다. 타 네트워크보다 구성하는 데만 3개월 정도 뒤쳐질 정도였다. 그나마 굴포천이 준공되기 직전에 새 네트워크를 꾸린 사실 자체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심상호(63) 대표는 “새로 네트워크가 꾸려질 당시 어수선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말문을 텄다. 4개 하천 가운데 가장 먼저 준공, 이젠 유지와 관리라는 새 과제까지 부여됐기 때문이다.

매월 21개 단체가 하천으로 모인단다. 정화작업은 기본이고 분기별로 선진지 하천 탐방도 나서고 있다. 주민참여를 고민하는 한편 관과의 연결고리도 책임져야 하는 게 심 대표의 역할이다. 네트워크나 추진단의 운영위원회, 연석회의 등에 참여해 민원이나 시설 보수 등을 확인한다.

“대표를 맡다보니 구 환경보전과, 도시디자인기획단, 재난안전과 등과 굴포천이 연결되더군요. 이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 대표는 굴포천이 갈산동이나 삼산동 주민 위주로 부각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부평구민 모두의 자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그 자신이 부평 토박이로서 유년시절 굴포천에서의 기억을 뚜렷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복개됐지만 굴포천 본류쪽에서 수영은 물론 다이빙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인근 원적산까지 연계하면 최고의 놀이터였고, 발원지인 인천가족공원쪽의 맑은 샘도 기억에 선하다. 복개된 지역을 복원해야 하는 이유라고 그는 소개한다.

최근 굴포천에 문화·체육시설 등 주민들의 편의론이 대두되는데 심상호 대표는 “원칙을 지키자”고 말했다. 준공 1년도 안 됐는데 뭔가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굴포천의 원래 컨셉트는 물론 조성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 대표의 다른 과제는 지역의 학생들에게 굴포천의 자산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는 것. 교육과 행사 등을 통해 자신이 굴포천에서 느겼던 기억을 후손들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이유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깨끗한 물’ 원칙 조직 활성화
회원 숫자보다 참여도 강조

공촌천네트워크 김중삼 대표

“네트워크 대표를 맡은 게 후회될 때도 있지만 결코 외면해선 안 될 과제라는 생각입니다.”

서구 공촌동에서 경서동까지 약 4.3㎞ 구간의 공촌천은 오는 7월쯤 준공할 계획이다. 이를 바라보는 김중삼(44) 대표는 자연형 하천조성 사업은 결코 ‘토목공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사 과정에서 문제라도 제기할라치면 시비를 걸어 공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원망이 돌아올 때가 있기도 했다.

특히 그는 서구의 경우 ‘물’에 대한 담론이 큰 지역으로 보고 있다. 나진포천, 공촌천은 물론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경인아라뱃길, 그리고 청라지구의 수변도시 등을 염두에 두면 그럴 수밖에 없다. 하천살리기추진단에서 이같은 거시적 그림 속에서 공촌천을 바라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친수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선 우선 물이 깨끗해야 하는데 지역은 물론 행정기관 역시 수질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시큰둥한 편이라는 게 김 대표의 고민이다.

인천연대 서구지부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통일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에 방점을 둬왔다. 하지만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라는 목표도 있는 터라 공촌천을 비롯한 환경 문제까지 외면할 수 없었다. 그가 네트워크의 대표를 맡았던 이유다.

현재 2기 네트워크에 함께 했던 회원들의 참여도는 떨어졌지만 우선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네트워크 구성이나 참여에 있어서 진정성과 순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용역에 참여하는 등 사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기 네트워크를 구성할 때 3기 네트워크 참여도를 그 척도에 두겠다는 계획이다. 네트워크 활성화는 이 같은 전제 조건이 충족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천이라는 소중한 지역의 자원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후대들의 학습장이 되기 위해선 더더욱 그렇다. 현재 네트워크 차원에서 공촌천 탐방이나 모니터를 하고 있지만 아직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있는 만큼 정화활동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하천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모여야 한다는 게 김중삼 대표의 구상이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40개 참여단체 수렴의견 존중
애정어린 홍보·주인의식 당부

승기천네트워크 김인철 대표

평생을 교직에 몸담은 승기천네트워크 김인철 대표는 네트워크 안에서도 영락없는 ‘교장선생님’이다. 교직에서 물러나 본격적으로 승기천 살리기에 뛰어들었을 때 그는 의욕 만큼이나 우려가 앞섰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5년부터 승기천 주변을 공원화하는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됐는데 최대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네트워크는 그 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고민 속에 그가 네트워크를 이끌어 나가면서 세운 방향은 조급한 마음을 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주민들이 승기천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한다면 버려졌던 자연도 다시 되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가장 열심히 하는 것 중 하나는 ‘승기천 알리기’ 활동. 그는 “승기천이 연수구와 남동구 끝에 붙어있어서 연수구 주민들은 승기천에 대한 주인의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봉사활동 점수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학생들과 주민들이 더 많이 승기천을 찾게하는 것이 네트워크의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40여개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어 이들과의 화합과 의견조율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는 김 대표는 “성격과 단체의 활동은 다양해도 승기천의 정화활동이나 방향은 그것과 무관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거나 염려하지는 않는다”며 “단체들 중에는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는데 참여한다는 자체가 승기천에 대한 관심이고 애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물고기와 새, 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태공원을 만들기 위해 네트워크도 활발한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며 생태에 대한 조사연구 활동도 생각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아침에 많은 것을 이루려 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천천히 자연을 대하고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라며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홍신영기자 cubshong@i-today.co.kr

오물 제거등 수질정화 중심 활동
참게 등 생명 서식·생태회복 기여

장수천네트워크 김성근 대표

남동구청에서 만난 장수천네트워크 김성근 대표 손에는 곡괭이와 낫이 들려 있었다.

그는 “담당 공무원들이 하천 정화작업 기구들을 지원해줬는데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쓰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이것들을 갖다주고 이런 것들이 현장에서 제구실을 한다는 걸 직접 보여주고 알려주러 왔다”며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지난 2004년 장수천네트워크를 꾸린 장본인이기도 한 김 대표는 지난 6년 간 네트워크 대표로 활동해 오면서 자연스레 걸어다니는 ‘장수천 홍보맨’이 됐다.

그는 “장수천네트워크가 처음 출발할 때는 연수구 지역에 있는 13개 단체와 모임들이 참여했었는데 현재는 8개 단체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네트워크 성격상 강요나 규제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단체수보다는 얼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천 정화활동을 하면서 김 대표는 자신 스스로도 느낀 것이 많다고 고백했다.

그는 “정화활동은 하천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일이 아니라 장화를 신고 악취를 맡아가며 하천 곳곳에 들어가 물길을 뚫고 물 속의 오물을 치우는 것으로 노동 강도가 높다”며 “처음에는 엄두가 안나던 일을 5년 넘게 네트워크 회원들과 함께 해오면서 한번 오염된 환경을 되돌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지난 2006년 다시 장수천에 모습을 드러낸 참게는 무척 반가운 손님이었다.

김 대표는 “참게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많이 기뻐했었다. 거기서 희망을 발견했고 앞으로의 네트워크의 방향도 생태가 살아 숨쉬는 하천, 그 자체가 생태학습장이 되는 곳을 만드는 것”이라며 “만의골 음식점들의 하수도 문제와 인천대공원 리모델링에 따른 여파 등 여전히 난관이 남아 있지만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장수천을 지켜 나간다면 장수천은 남동구 주민들과 함께 숨쉬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홍신영기자 cubshong@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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