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시사·문예지를 찾아서-3.학산문학

1991년 겨울 ‘학산문학’은 “이 시대 문학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라는 다소 도발적이면서도 자성적인 질문을 던지며 창간했다.

인천문인협회 기관지로 편집위원들이 교체될 때마다 때론 편집방향이 들쭉날쭉하다는 평도 있다.

그럼에도 결호 없이 통권 52호까지 왔다.

인천에서는 현재 가장 긴 연혁을 자랑하는 문예지이다.

김윤식 시인이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고, 문광영, 김학균, 이목연씨 등이 편집위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천문협의 기관지에서 과감하게 탈피하려고 합니다. 폐쇄적인 국한을 빨리 벗어나는 일이 시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전국적인 종합문학지를 지향할 때 인천문학의 위상이 더욱 높아가는 것이지요.”

김 편집위원장은 동인지와 기관지 성격에서 벗어나는 데 매진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간혹 회원들에게 가벼운 항의도 들려오지만, 무엇보다 작품의 질적 수준이 담보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편집위원장의 말대로 ‘학산문학’은 목차 구성, 원고료 산정, 출판유통 등에서 일정부분 지역문예지에서 탈피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간 ‘이 계절의 작가’로 김주영, 정현종, 윤후명, 이승훈 등 쟁쟁한 문인을 다뤄왔다.

재정이 탄탄한 중앙잡지와 비교하기에는 미흡하지만, 지역에서 산출하는 문예지 중에서는 후하게 원고료를 지급하면서 필자들을 우대(?)하고 있다. 인푸트(INPUT)가 많아야 아웃푸트(OUTPUT)도 좋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터넷과 영상매체가 흥하더라도 책이 갖고 있는 기록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필자에 대한 대우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란다.

표지디자인 혁신과 양질의 작품 선정 덕분에 50여 명의 정기구독자가 있고 일반 서점에서도 100여 권이 팔리고 있다. 김 편집위원장은 이들이야말로 ‘학산문학’의 소중한 보물이라고 전했다.

지역에서 나오는 잡지들이 유가 독자 확보에 매진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지난 봄호에 게재된 이정길의 ‘광산촌 아이들’ 김재순의 ‘삼성몰’ 등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06년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으로 선정되면서 전국화(?)에 성공했다는 평까지 얻었다.

또한 ‘이상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지역에서 나오는 문예지 중에서 ‘학산문학’만큼은 꼭 챙겨보고 있다고 전하더란다.

한편으로는 2천부를 발행하면서 시에서 재정의 일부를 지원받고 있으나, ‘학산문학’도 재정확보 문제에서 비켜설 수 없는 현실에 봉착했다.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정기구독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도 안타깝지만, 그보다 우수 문예지에 대한 기업차원의 후원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21세기에는 문화예술적 상상력 없이는 장사도 못 한다”며 기업메세나가 인천에서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풍토가 형성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맺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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